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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깜짝' 포수 출전은 뭘 의미하나...'막강' 우승후보가 고민을 노출했다

김용 기자

입력 2024-04-01 21:09

수정 2024-04-02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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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호 '깜짝' 포수 출전은 뭘 의미하나...'막강' 우승후보가 고민을 …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강백호 포수 기용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포수 출전은 현실성이 있을까.



KT 위즈는 주말 대전 한화 이글스와의 3연전 스윕을 당했다. 1일 기준, 1승7패 최하위로 떨어졌다. 막강한 전력으로 최유력 우승 후보로 꼽힌 KT이기에 충격적인 결과다. 매 시즌 슬로스타터로서의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믿었던 마운드가 선발-불펜 모두 크게 흔들리고 있어 심상치 않은 위기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KT 이강철 감독은 깜짝 실험을 했다. 31일 3연전 마지막 경기. 8회말을 앞두고 1-13으로 크게 밀리고 있었다. 이미 승부는 기운 상황. 그런데 강백호를 포수로 투입했다.

장성우가 선발로 나왔다. 그러다 김준태로 교체됐다. 강백호가 나왔다는 건, 김준태가 부상 등으로 뛸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KT 관계자는 "김준태는 다치지 않았다"고 했다. 스윕, 대패 위기인데 팬 서비스를 할 상황도 아니었다.

이 감독이 의도적으로 강백호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는 것이다. 강백호는 마무리 투수 박영현과 호흡을 맞췄는데, 큰 실수는 없었다. 다만 정은원과 임종찬에게 안타를 허용해 1실점을 했다.

강백호는 서울고 시절까지 포수였다. 하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타격 재능을 살리기 위해 외야로 전향했다. 외야 수비가 불안해 1루로 왔다, 올시즌 다시 외야로 가고 싶다고 해 우익수와 지명타자 자리에 번갈아 들어가고 있다.

이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ABS(로봇심판)이 도입되자 '강백호 포수' 얘기를 꺼내기는 했다. 로봇 심판은 프레이밍이 필요 없다. 공을 흘리지 않고 잘 받기만 하면 된다. 그러니 고교 시절까지 포수를 했던 강백호가 못 들어갈 일도 없다는 농담 섞인 언급이었다.

비록 1이닝이지만 이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시즌 초반 이 감독이 얼마나 답답한지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T는 마운드도 힘들지만, 타선도 무기력하다. 1, 2, 3번 배정대, 천성호, 로하스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 뒤가 침묵하고 있다. 해결이 안된다. 안타 수는 상대팀과 비슷한데, 득점은 천지 차이다.

그래서 타순을 효율적으로 짜고 싶을텐데, 외야 수비가 약한 강백호가 사실상 지명타자 고정이니 쓸 수 있는 카드가 줄어든다. 외야 수비가 강하다고 해도 KT는 이미 김민혁(조용호)-배정대-로하스의 외야진이 버티고 있다.

강백호, 박병호가 고정이면 문상철 등 다른 타자들의 자리가 없다. 문상철은 이날 박병호 대신 선발출전해 홀로 멀티홈런을 치며 KT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려줬다.

만약 강백호가 포수로 수비를 소화해 주면, 빈 자리가 생긴다.

하지만 강백호가 포수로 경기를 이끈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 프로 데뷔 후 포수로 출전한 건 총 3차례 뿐. 한화전 빼고는 엔트리에 포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들어간 경우다.

장성우 외 백업 포수들의 기량이 나아지지 않는 것도 이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한다. 잠시나마 '백업 포수' 강백호를 떠올리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아무리 프레이밍이 필요 없다 해도 포수는 볼 배합도 해야 하고, 블로킹과 2루 송구도 해야 한다. 포수로 수년째 뛰지 않았던 강백호가 주전으로 뛰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 단, 어깨가 강해 감각만 찾으면 2루 송구는 나아질 여지가 있다.

너무 경기가 안 풀리니 뭐라도 해보고자 하는 이 감독의 의지 표현으로 읽힌다.

또, 경기 막판 문상철 등을 대타로 활용할 때 포지션 공백이 생길 시 강백호가 포수로 1~2이닝을 소화할 수 있을지를 테스트 하기 위한 의도였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중요한 승부처에서 선수 운용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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