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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ABS다' 백도어 마구, 황당한 역투도 스트라이크...'자비란 없어요'

김용 기자

입력 2024-03-24 22:23

수정 2024-03-25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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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ABS다' 백도어 마구, 황당한 역투도 스트라이크...'자비란 …
사진캡처=티빙 중계 화면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게 ABS다'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을까.



2024 시즌 KBO리그 최대의 화두인 자동볼판정시스템(ABS).

로봇심판에게 자비는 없다. 설정된 존에 공이 들어오면, 과정 불문 스트라이크다. 그 위력이 실감되는 장면들이 속출하고 있다.

KBO리그가 개막 2연전을 치렀다. 오래 기다린 팬들의 갈증을 풀어주듯, 시작부터 명승부가 이어졌다.

올해부터 새로 도입된 ABS도 체감할 수 있었다. 시범경기에서도 ABS 시스템이 가동됐지만, 승패가 덜 중요한 경기였던 만큼 공 판정 하나하나에 대한 선수단과 팬들의 반응도 덜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목숨 걸고 뛰는 정규시즌 경기에서는 승부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4일 열린 경기에서, 'ABS는 이런 것'이란 사실을 보여준 두 장면이 있었다.

먼저 인천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양팀이 0-0으로 맞서던 4회초 롯데 4번타자 전준우가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다. 잘 던지던 SSG 선발 엘리아스가 연속 볼 3개를 던졌다. 그리고 빠른 직구로 2S를 만회했다. 풀카운트. 엘리아스의 121km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낮게 꽂혔다. 일명 '백도어' 변화구. 슬라이더인데 커브처럼 뚝 떨어졌다. 우타자 입장에서는 도저히 칠 수 없을 정도로 먼 곳에서 공이 날아오다 바깥쪽에 걸쳤다. 방망이가 나가기 쉽지 않았다. 인간 심판은 존에 걸친다 하더라도, 타자가 칠 수 없는 각도로 바깥쪽에서 휘어져서 들어오면 스트라이크를 쉽게 주지 않았다.

하지만 ABS는 바로 스트라이크. 전준우는 황당하다고 하소연을 하면서도, 아쉽게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기계에 대고 항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ABS 시스템에서 가장 이슈가 된, 포수 미트는 존 아래지만 공이 존을 통과하면 스트라이크 판정이 된다는 사실을 여지 없이 보여줬다.

이 엘리아스의 공을 조금 과장되게 설명하면, 이 공만 계속 던질 수 있다면 우타자는 대처가 불가능하다고 할 정도의 '마구' 수준이었다.

두번째 사례는 잠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한화는 1-1로 맞서던 5회초 문현빈의 적시타로 1점을 달아났다. 이어진 2사 1, 2루 찬스. 최원호 감독은 감이 좋지 않은 1번 정은원을 과감히 빼고 최인호를 대타로 투입했다. 최인호는 임찬규에 맞서 4구째까지 커트를 잘해내며 열심히 싸웠다. 볼카운트 1B2S 상황서 5구째 승부. LG 포수 박동원이 좌타자 최인호의 먼 바깥쪽으로 앉았다. 유인구를 노리는 듯 했다. 하지만 임찬규의 공은 최인호 몸쪽으로 날아들었다. 깜짝 놀란 박동원이 몸을 날려 공을 잡아냈다. 프레이밍이고 뭐고, 잡는 게 우선이었다. 공이 빠지면 2, 3루 위기가 될 수 있었다.

작년까지였으면 99% 볼이었다. 박동원이 몸을 던져 잡았기에 어느 지점에서 포구가 됐는지 심판이 제대로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심판의 판정은 삼진이었다. 포수의 위치와, 어떻게 잡았느냐와 상관 없이 공은 존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실제 화면을 느리게 돌려보면 박동원의 미트에 공이 꽂히는 시점 미트 위치는 스트라이크다. 하지만 찰라의 순간 박동원이 넘어지며 미트가 땅으로 떨어졌기에 인간 심판이었다면 스트라이크를 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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