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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 불혹 앞두고 갑작스러운 이적...그런데 가슴이 끌어오른다

김용 기자

입력 2023-12-05 10:45

수정 2023-12-0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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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40, 불혹 앞두고 갑작스러운 이적...그런데 가슴이 끌어오른다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렇게 가슴이 끌어오르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다시 부활한 2차드래프트. 원소속 구단에서 기회를 받지 못하던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장이다. 그리고 올해는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샐러리캡 도입으로 인해 고액 연봉자들에 부담을 느낀 구단들이 베테랑 선수들을 시장에 내놓는 창구로 활용한 것이다.

SSG 랜더스 프랜차이즈스타 김강민이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는 것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졌다. 하지만 이 선수의 새 출발도 눈여겨봐야 할 듯. KT 위즈와 여러모로 궁합이 잘 맞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 주인공은 베테랑 사이드암 우규민이다.

2003년 입단해 LG 트윈스에서 선발, 마무리를 오가며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한 우규민. 2017 시즌을 앞두고 4년 65억원이라는 좋은 FA 조건에 첫 이적을 선택했다. 삼성 라이온즈행이었다.

선발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과 팀 사정 등으로 인해 중간으로 돌아섰다. 2018년부터 매시즌 두자릿수 홀드,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나쁘지 않았다. 물론 FA 거액 계약을 체결한 걸 감안하면 구단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 애매한 스탯이었다.

하지만 우규민이 빠지면 약한 불펜의 위력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7년을 삼성에서 보냈다. 이제 우규민도 40세를 눈앞에 둔 시점. 여기서 또 한 번의 야구 인생 전환점이 다가왔다. 2차드래프트를 통한 KT 이적이었다.

불혹을 앞둔 우규민에게 이번 이적은 어떤 느낌일까. 아쉬움일까, 아니면 선수로서 황혼기에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까. 우규민은 "2차드래프트 부활 소식에 선수들은 자신의 미래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나와 후배들도 우리끼리 35인 보호명단을 짜보며 미래를 예상해보기도 했다"고 말하며 "성적 등만 놓고 보면 내가 35인 보호명단에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드래프트가 다가오며 내가 풀릴 수 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고 지금까지의 상황을 돌이켰다.

우규민은 "야구를 그만둘 마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실망하지 말고, 좋은 기회로 받아들이자고 마음 먹었다. 그 때 KT가 보이더라. KT로 가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우규민은 "이강철 감독님과 꼭 함께 해보고 싶었다. 우리 옆구리 투수들에게는 전설적인 선배님 아니신가. 예전 넥센 코치로 계실 때도 상대팀인데 찾아가 이것저것 여쭤보곤 했었다. 늦게 만나게 됐지만 많은 가르침을 받고 싶다"고 했다.

LG 암흑기 시절을 함께 했던 박경수, 박병호와의 만남도 감격적이다. 우규민은 "우리 셋이서 우승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린다,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난 프로 데뷔 후 우승 경험이 없다. 정말 간절하다"고 밝혔다.

KT는 우규민이 필승조로 1이닝을 책임져주길 바라고 있다. 어린 투수들이 많은 KT 불펜에서 리더 역할을 해주기도 원하고 있다. 베테랑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가 높고, 예우도 잘해주는 KT다. 또 불펜이 젊은 파워피처 일색이다. 우규민과 KT의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가장 중요한 건 몸상태. 우규민은 "자신있다"는 한 마디로 정리했다.

우규민은 마지막으로 "사실 삼성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었다. 대구에서 가정도 꾸리고, 어린 후배들과도 너무 많은 정이 들었다. 후배들이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리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게 너무 아쉽다"고 말하면서도 "그런데 막상 이적이 확정되고, 이렇게 가슴이 끌어오르는 느낌이 다시 생길줄은 몰랐다. 정말 오랜만이다. KT에서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내보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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