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만 보면 평범한데 이 선수를? SSG는 왜 검증된 투수를 포기했을까

나유리 기자

입력 2023-12-03 16:25

수정 2023-12-03 16:38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 로버트 더거.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실제 영상으로 보면 훨씬 더 좋습니다."



SSG 랜더스는 최근 새 외국인 투수 로버트 더거를 영입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10만달러, 연봉 65만달러, 인센티브 15만달러로 옵션을 모두 채울 경우 최대 90만달러다.

사실 더거는 커리어가 화려한 투수는 아니다. 흔히 말하는 현역 메이저리거가 아닌, 트리플A에서 뛰던 투수다. 올해 KBO리그를 평정한 에릭 페디는 현역 메이저리거이자 풀타임 선발 요원으로 뛰다가 한국행을 결정한 상당히 드문 케이스였다. 페디 외에도 상당수의 신규 외국인 선수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빅리그 경력을 갖추고 오는 경우가 많다.

더거의 경우 메이저리그 통산 27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7패, 평균자책점 7.17로 좋은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사실상 빅리그급 선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트리플A에서 뛰는 유망주급 선수로 팀에 빈 자리가 있을 때만 한번씩 비정기적으로 콜업되는 정도였다.

SSG는 더거를 영입하면서 사실상 커크 맥카티와 작별했다.

1년 전 영입한 맥카티는 올 시즌 KBO리그에서 검증이 끝난 투수다. 24경기에서 9승5패 평균자책점 3.39. 타이틀을 차지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히 퀄리티스타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안정감을 갖추고 있었다. 다만 맥카티가 재계약에 실패한 이유는 잦은 부상 때문이었다. 불운까지 겹쳐 잔부상이 많은 탓에 SSG도 고심 끝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더거도 커리어만 놓고 봤을 때는 '에이스급' 투수를 기대하기는 아직 무리다. 하지만 SSG 구단 관계자들 그리고 이숭용 신임 감독까지도 더거의 투구 영상을 실제로 보고 기록 이상의 매력을 느꼈다. 포심, 투심,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를 모두 구사하면서도 변화구 구사 수준이 상당히 높다. 또 실전 투구 때 타자를 상대할 때 공 궤적에 변화가 크다. 더거는 140㎞ 중후반대 빠른공을 던지지만, 타자가 느끼기에는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올해 트리플A 성적도 이를 뒷받침 한다. 더거는 올해 한번도 빅리그에 콜업되지 못했고, 트리플A 29경기 모두 선발 투수로 등판해 7승10패 평균자책점 4.31을 기록했다. 얼핏 보기에 선발 투수 수치적으로는 오히려 부진해 보인다.

하지만 이는 소속 리그 탓의 착시효과다. 텍사스 레인저스 산하 트리플A팀 소속이던 더거는 마이너리그 중에서도 극악의 타고투저인 퍼시픽코스트리그에 속해있다.

더거의 평균자책점 4.31은 이 리그에서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최저에 속한다. 이닝도 146⅓이닝을 소화하며 두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탈삼진은 143개나 잡아내면서 1위를 차지했다.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 각각 1위. 타자들이 극도로 강한 리그에서 이정도로 많은 삼진을 빼앗아낼 수 있다는 것은 결정구의 수준이 높다는 뜻이다.

한국 무대에서 검증이 끝난 투수를 포기하고 데리고 올 만큼 더거는 확실한 장점이 있다. 2023시즌 뚜껑도 열기 전 1선발로 큰 기대받았던 에니 로메로 이탈로 첫 스텝부터 꼬였던 SSG.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으로 반등에 나선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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