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6년 전 강민호가 그렇게 롯데를 떠났다...김강민 '충격' 이적, 돈보다 중요한 게 마음일 때가 있다

김용 기자

입력 2023-11-27 23:46

수정 2023-11-28 06:46

more
6년 전 강민호가 그렇게 롯데를 떠났다...김강민 '충격' 이적, 돈보다…
2023 KBO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경기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SSG 김강민. 잠실=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4.26/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6년 전 롯데를 떠났던 강민호가 생각나는 11월.



SSG 랜더스의 후폭풍이 가시지 않는다. 김원형 감독 전격 경질은 이숭용 신임 감독 선임으로 막는 듯 했지만, 2차드래프트를 통한 김강민의 충격 이적으로 인해 SSG는 쑥대밭이 됐다.

김강민은 인천에서만 23년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 그 선수가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2차드래프트를 통해 허무하게 한화 이글스로 이적하게 된 것에 대해 팬들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있다. 결국 이 책임을 물어 김성용 단장이 좌천됐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는 슬픔. 이번 김강민 사태를 보며 떠오른는 게 바로 강민호의 이적이다. 2004년 롯데 자이언츠 지명을 받았던 강민호는 2006 시즌부터 주전 포수로 자리매김하며 롯데의 간판스타이자 국가대표 포수로 성장했다.

롯데는 강민호가 2014 시즌을 앞두고 첫 FA 자격을 얻자 당시 역대 포수액 최고인 4년 75억원에 계약을 맺워줬다. 발표액이 75억원이지, 옵션 등을 포함해 실제 받은 액수는 90억원이 넘었던 걸로 알려졌다. 롯데는 강민호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면서 자존심을 살려줬었다.

그리고 4년 후. 강민호는 다시 FA가 됐다. 그런데 그 때는 상황이 달랐다. 두 번째 FA였다. 그리고 팀 최고 타자 손아섭이 첫 FA였다. 롯데는 정신이 없었다. 일단 손아섭에게 전력을 다했다. 강민호는 당연히 롯데 선수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30세가 넘어가며, 기량이 떨어지는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도 없지 않았다.

그런데 선수는 팀 사정을 다 봐주지 않는다. 자존심을 건드리면, 상처를 받는다. 당시 자신에게 전력을 다하지 않은 롯데의 자세에 강민호는 서운함을 느꼈다. 여기에 '도장 안찍으면 갈 데가 있느냐'는 식의 롯데의 협상 태도가 결정타였다. 강민호는 돈과 상관 없이 롯데를 떠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걸 안 삼성 라이온즈가 80억원이라는 거액으로 강민호를 유혹했다. 롯데가 제시한 금액과 별 차이 없었다. 하지만 강민호의 마음은 이미 떠난 뒤였다. 영원히 '롯데의 강민호' 응원가를 들을 것 같던 스타는, 그렇게 대구로 떠났고 지금도 대구에서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김강민 사태도 비슷해 보인다. 김강민이 일찍부터 시즌을 마치고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SSG에 무조건적으로 현역 연장을 하겠다고 욕심을 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SSG는 김원형 감독 경질과 새 감독 선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며 김강민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플레잉 코치 등록 여부, 은퇴식, 은퇴 경기, 코치가 됐을 시 연봉 등에 대한 협상을 마치지 않고 흐지부지하며 시간을 보냈다. 기다리는 김강민 입장에서는 초조함을 넘어, 분노를 느낄 타이밍이 될 때 2차드래프트를 통한 한화의 콜이 왔다.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왜 김강민이 SSG에서의 영예로운 은퇴와 지도자 기회 등을 버리고 한화로 가느냐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팀 선수들은 김강민 선배의 입장을 이해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눈에 보이는 돈이나 다른 대우 등의 조건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돈보다 중요한 게 없다고 하지만, 이렇게 돈보다 중요한 게 마음이라는 사례가 나올 때가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