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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진심 "정후야 우석아, 지금이라도 영어 공부해라" [공식 기자회견 일문일답]

한동훈 기자

입력 2023-11-20 10:52

수정 2023-11-2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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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진심 "정후야 우석아, 지금이라도 영어 공부해라"
MLB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이 20일 삼성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하성은 골든글러브 2개 부문(2루수, 유틸리티) 최종 후보에 올랐고, 유틸리티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삼성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11.20/

[리베라호텔(청담동)=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지금이라도 영어 공부 시작해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20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아시아 내야수 최초' 메이저리그 골드글러브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후발 주자들에게 가장 실용적인 조언을 하나 하자면 바로 '영어 공부'라고 강조했다. 올 겨울 이정후(키움히어로즈)와 고우석(LG트윈스)이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은 지난 6일 2023 골드글러브 수상자를 발표했다. 김하성은 내셔널리그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에 멀티 노미네이트됐다. 김하성은 2루수에서 쓴잔을 들이켰지만 마지막 차례로 발표된 유틸리티 포지션에서 영광을 안았다.

특히 유틸리티 부문 경쟁자는 LA 다저스의 무키 베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미 에드먼으로, 이름값이 대단한 선수들이었다. 베츠는 지난 2020년 다저스와 무려 12년 3억6500만달러(약 4700억원)에 계약한 메이저리그 최고 슈퍼스타다. 김하성이 이런 거물을 따돌리고 당당하게 수상한 것이다.

골드글러브는 감독과 코치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각 팀 감독 1명과 코치 6명이 투표한다. 현장 투표 75%와 수비지표(SDI) 25%가 반영된다. SDI는 미국야구연구협회(SABR)에서 고안한 수비 지표다. 유틸리티 부문 SDI는 각자 소화한 포지션이 달라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곧 김하성이 타팀 스태프들로부터 베츠나 에드먼보다 나은 활약을 펼쳤다는 것을 '인증' 받았음을 뜻한다.

김하성은 올해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타석에서는 152경기 타율 0.260 출루율 0.351 장타율 0.398에 17홈런 38도루 60타점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는 2루수로 98경기 선발 856⅔이닝, 3루수로 29경기 선발 253⅓이닝, 유격수로 16경기 선발 153⅓이닝을 책임졌다.

다음은 김하성 공식 기자회견 일문일답.

-먼저 발표된 2루 부문에서 탈락했다. 당시 감정은?

▶2022년에도 유격수 후보에 올랐다. 그때는 수상을 못했다. 사실 발표할 때 집에서 자고 있었다. 휴대폰 진동이 너무 많이 울려서 일어났다. 소식을 듣고 확인했다. 보고 있었으면 많이 심장이 뛰었을 것 같다. 유틸리티가 마지막이었다. 자고 있기를 잘했다. 둘다 받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유틸리티에서 받고 싶었다. 2루수도 좋지만 유틸리티 자체가 지금은 기대와 가치가 높아진 포지션이다.

-혹시 자기 기록 확인했는지?

▶수비 지표가 많다고 알고 있다. 안했다면 거짓말이다. 확인하고 있었다. 시즌 막판에는 타격이 떨어져서 수비까지 신경쓰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이 더 중요한지 모르겠다. 전체적으로 다 좋아야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 포지션 변화가 있었다. 부담감 없었나.

▶부담이 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포지션을 가릴 상황은 아니었다. 포지션보다는 출전시간이 중요하고 어디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많이 도와줬다. 그래서 나쁘지 않은 성적 올렸다.

-토미 에드먼과 경쟁했는데 축하 받았는지?

▶에드만과는 경기 중에도 많은 대화 나눈다. 축하도 받았다. 대표팀에서 가깝게 지냈는데 소속팀이 달라서 연락을 자주 하지는 못했다. 나보다 메이저리그 선배다. 끝까지 잘했으면 좋겠다고 나를 응원 많이 해줬다.

-헬멧 특수 제작했다.

▶헬멧 고민 많았다. 팬들은 헬멧 벗겨질 때마다 환호하셨지만 개인적으로는 머리에 공이 맞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여러가지로 바꿔봤는데 계속 벗겨졌다. 벗겨지지 않아야 내가 선수생활을 더 오래할 수 있찌 않나 생각한다. 머리가 작은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빠르다보니 바람을 많이 맞아서 잘 벗겨지는 것 같다.

-수상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은?

▶수상 전에는 기대가 컸다. 골드글러브 받는다는 생각 조차 못했다. 수상 후에는 욕심이 생겼다. 내년에도 앞으로도 수상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운동한다. 밥 멜빈 감독님께 축하 받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만나본 선수 중에 손에 꼽힐만한 선수였다, 같이 해서 좋았다는 말을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

-굉장히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했다. 본인의 강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다들 너무 좋은 선수들이다. 수비 지표가 내가 더 좋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국과 다르게 수비만 보기 때문에 그 덕분에 내가 받았던 것 같다.

-한국과 메이저리그 수비 방향성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있다.

▶기본은 어느정도는 다 똑같은 것 같다. 그런데 미국은 선수들을 믿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많이 한다. 맨손캐치나 백핸드 플레이가 많다. 한국에서는 기본기에 집중한다. 무조건 정면에서 잡거나 그런 것들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원핸드 캐치를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훈련하다보니 응용 동작이 많아졌다. 그라운드 컨디션도 미국이 좋다. 그런 점들이 겹치다보니 수비가 더 좋아진 것 같다.

-시즌 준비하면서 멘탈적으로 좋은 영향을 준 조언이나 선배는?

▶멘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찬호 선배와 대화하며 느낀 점이 있다. 평생 운동만해서 항상 업다운이 있고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첫 시즌 끝나고 큰 실패를 맛봤다.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야구를 하다보니 떨어질 때 감당이 되지 않았다. 올라간다라기보다는 꾸준히 나아간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박찬호 선배가 말씀해주셨다. 그런 점이 긴 시즌을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마차도, 보가츠, 타티스 주니어, 소토 등과 대화를 많이 한다. 그래도 미국에선 어머니와 가족들이 가장 큰 힘이 됐다.

-포지션을 3개나 소화했다.

▶이건 뒤에 이야기지만 멀티포지션이 사실 싫었다. 고등학교때도 마찬가지고 프로에서도 마찬가지고 유격수만 하고 싶었다. 고등학교때도 상황이 되지 않아서 3루와 2루를 봤다. 프로에서도 마지막 두 시즌 정도는 3루로 많이 나갔다. 그때 당시에는 싫었는데 그 부분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도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때 싫었던 감정과 시간들이 내가 성장하는 데에 엄청난 발판이 됐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3루수가 어렵다. 타구가 너무 빠르다. 핸들링이 더 많이 필요한 포지션인 것 같다. 각도가 더 잘 안 보인다. 더 긴장하고 집중하다보니 체력소모도 크다.

-16년 만에 모교를 방문했다.

▶많이 가보고 싶었다. 내가 뛰었을 때 스승님들이 다 안 계신다. 그러다보니 가는게 조금 힘들긴 했다. 이번에 좋은 기회가 닿았다. 정말 뜻깊었다. 내가 어릴 때 열심히 생활했던 학교를 보면서 감사했다. 나 초등학교 때에는 9명 밖에 없었다. 지금은 인원도 많아졌다. 어린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보니 메이저리그가 꿈이라고 말을 많이 하더라. 내가 어릴 때에는 메이저리그라는 말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나 싶다. 그런 친구들이 잘 성장해서 선배들이 걸었던 길을 같이 걸으며 한국 야구를 빛내줬으면 좋겠다.

-성장의 원동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첫 해에 많이 힘들었다. 야구를 해오면서 모래 위에 성을 쌓기보다 딱딱한 콘크리트에 건물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안 좋은 와중에 훈련을 많이 했다. 어떻게하면 빠른 공을 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수비는 자신 있었다. 공격에서 문제가 많았다. 일단은 부딪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계 볼을 많이 쳤다. 160km로 놓고 쳤다. 엄지손가락이 많이 부었다. 최원재 코치님을 만나면서 다시 정립할 수 있었다. 수비에서는 어깨가 좋아서 공을 잡으면 아웃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이정후, 고우석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일단 어린 친구들은 야구를 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영어를 미리 배워두면 좋겠다. 의사소통이 정말 중요하다. 나는 메이저리그 생각도 못해서 영어공부 아예 안했다. 지금도 애를 먹고 있다. 꿈이 있다면 영어를 미리 공부하면 메이저리그 안 가더라도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나. 정후나 우석이는 이미 대단한 선수다. 나랑 비슷할 것 같다. 영어를 못하는 것으로 안다. 지금이라도 공부를 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 우리는 이방인이다.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서 인정해주는 부분이 있다. 먼저 다가가야 한다.

-다음 목표는?

▶더 잘하고 싶다. 실버슬러거 후보에도 올랐다. 내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데에 동기부여가 된다.

-다음 메이저리그 내야수 후보는?

▶김혜성 선수가 다음 후보가 될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이 된다. 혜성이가 잘 성장한다면 나보다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워낙 성실하다. 내야수에서는 김혜성이 올 확률이 크다. 연락이 자주 온다. 궁금한 게 엄청 많은 것 같다. 메이저리그를 생각하고 있다고 본다. 내년 끝나면 포스팅으로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다.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 동시석권 욕심 있나. MVP 득표도 있었는데?

▶받으면 정말 좋겠지만 실버슬러거에 대한 부분은 아직 부족하다.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내년도 자신감 가지고 임하겠다. 받기 힘들겠지만 한번 후보에 올랐으니 노력해보겠다. MVP 투표해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받은 것 자체로 자부심이다. 더 열심히 하겠다.

-메이저리그 규정이 많이 바뀌었다.

▶올해 목표가 도루를 많이하자는 생각을 했었다. 운이 좋게 베이스크기 확대, 피치클락, 견제 제한이 생겼다. 그래서 시도도 더 늘었다. 나 뿐만 아니라 뛰는 선수들에게는 좋아졌다. 홈런 의존이 높았는데 규정이 바뀌면서 뛰는 선수들에게도 정말 하나의 살아남을 수 있는 것들이 생겼다. 내년에도 올해보다 더 많은 도루를 하고 싶다. 바뀐 규정은 나에게는 더 좋다. 수비 시프트는 막혔다. 개인적으로는 2루수가 할 일이 더 많아졌다. 좌타자에 대한 시프트가 많았다. 우타자 상대는 시프트를 심하게 하지 못한다. 좌타자 시프트가 없어지면서 2루수 수비 범위가 늘어났다. 이 점도 나에게 도움이 됐다. 내 역할이 커졌기 때문에 더 재밌었다.

-그라운드 상태가 어떤 면이 다른지.

▶설명하기가 조금 어렵다. 너무 다르다. 예전에 에디슨 러셀이 했던 말이 있다. 미국은 타구가 아무리 빨라도 시몬스침대에서 오는 느낌인데 한국이 더 어렵다고 했다. 타구 스피드는 미국이 빠른데 불규칙이 없다고 생각하니 조금 더 편한 것 같다. 지환이형 같은 경우도 정말 수비가 좋다고 생각한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생겼다.

▶이런 부분에서도 정후에게 조언을 했다. 나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첫해에 엄청 못했는데 마이너에 안 내려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연봉을 조금 받으면 내리기 쉽지 않다. 마이너 거부권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진출할 당시에는 마이너리그에 계신 선배들이 많았다. 마이너리그에 가면 큰일난다고 생각해서 집착이 있었다. 정후도 미국에 가면 돈을 적게 받지 않을 것이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은 집착할 이유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옵트아웃을 넣는 것이 맞다고 본다.

-세세한 목표가 있는지.

▶어느 포지션 상관 없이 골드글러브는 항상 받고 싶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수비다. 반짝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트레이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트레이드 된다는 것은 다른 팀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어느 팀이든 내가 뛸 수 있는 출전시간이 주어진다면 상관없다. 개인적으로는 샌디에이고가 좋다.

-미국 생활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첫해는 다 어려웠다. 지금도 어려운 부분이 많다. 결국은 시간이 약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경험이 쌓이면서 편해지는 것 같다. 첫해에는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이었다. 다음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그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제는 3년째라 대충은 안다. 알고 하다보니 체력적으로 안배가 가능하다. 스프링캠프도 마찬가지다. 결국에는 경험을 해봐야 얻게되는 게 있다. 위에 선배들이 닦은 길을 내가 걸어간다고 생각한다. 내 뒤에 후배들도 조금 더 좋은 도로를 달릴 수 있게 잘해야 한다.

-향상시키고 싶은 지표가 있다면.

▶작년에 장타를 더 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 한달이 정말 힘들었다. 마지막까지 체력적으로 끌고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강한 타구를 날리도록 집중할 생각이다. 아직 나의 타격은 완성도가 떨어진다. 해왔던 것들을 꾸준하게 노력을 더, 땀을 더 흘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 끝나면 FA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많다. 나는 메이저리그 도전 할 때부터 중요하지 않은 시즌 없었다. 똑같이 해오던대로 준비하겠다. 첫 FA다. 일단 안 다치는 게 중요하다. 개인적인 목표는 올해보다 내년이 더 좋아지는 해가 돼야 한다.

-내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을 서울에서 한다.

▶한국에서 처음하는 개막전에 내가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 앞으로도 메이저리그가 한국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린 친구들이 야구장에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직접 보면 또 꿈을 키울 수 있다. 두 경기를 하는데 안타 하나씩 치고 싶다. 동료들은 엄청나게 관심이 많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주고 같이 돌아다닐 것 같다.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친구들이 귀찮게 할 것 같다. 그래도 처음 오기 때문에 내가 잘 데리고 다녀야 할 것 같다.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뛰었을텐데.

▶시즌 치르면서 안 아픈 선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슬라이딩 하지 말라는 주문이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 다치고 싶어서 다치는 선수는 없다. 내년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뛰겠다.

-다음 시즌에 임하는 각오다.

▶메이저리그에 처음 왔을 때에는 이런 상을 받을거라 생각도 못했다. 큰 상을 받아 정말 기쁘고 영광이다. 사실 이렇게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많은 팬분들께서 새벽에 일어나서 응원해주셨다. 응원 한마디 한마디가 동기부여가 됐다. 새벽에도 좋은 기사가 나오고 한국에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년에도 다치지 않고 더 많은 기쁨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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