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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어처럼 던지고 싶어" 주니치 신인 투수가 등번호 '96번' 희망한 이유, 4개월간 강렬한 모습에 끌렸다

민창기 기자

입력 2023-11-12 22:31

수정 2023-11-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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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어처럼 던지고 싶어" 주니치 신인 투수가 등번호 '96번' 희망한 …
주니치 드래곤즈가 2023년 드래프트 6순위로 지명한 우완투수 가토. 사진출처=주니치 신문

일본프로야구에선 18번이 에이스를 상징하는 등번호다. 오릭스 버팔로즈의 '슈퍼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25),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스가노 도모유키(34), 라쿠텐 이글스의 다나카 마사히로(35) 등 최고 투수들이 18번이 찍혀있는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야마모토는 지난 3월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대표팀에서도 18번을 썼다. 2020년 도쿄올림픽 땐 선배 다나카가 18번, 야마모토가 17번을 달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에선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가 18번을 사용했다.

세이부 라이온즈의 원조 '괴물투수' 마쓰자카 다이스케도 18번을 달았고, 구로다 히로키도 히로시마 카프, LA 댜저스, 뉴욕 양키스에서 18번을 사용했다.

일본의 전통가극 가부키에서 18가지 재미있는 풍자소극을 정리한 게 있는데, 여기서 유래한 '18'은 재능이 뛰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요미우리의 전설적인 투수 사와무라 에이지가 18번을 사용했는데, 오랫동안 각 팀의 최고 투수가 18번을 사용하면서 에이스를 상징하는 번호가 됐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다수 투수들의 목표가 될 수도 있는 18번이다.

그런데 주니치 드래곤즈의 신인 투수가 등번호 96번을 희망해 화제다. 2023년 드래프트 6순위 지명을 받은 우완 가토 료마(24)가 주인공이다.

12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토는 사이영상 수상자인 트레버 바우어가 올해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에서 달았던 96번을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이유가 분명하다. 바우어가 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가토는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했다.

바우어는 지난 3월 말 요코하마 입단 기자회견에서 "96마일(약 154km)을 꾸준히 던지고 싶어 등번호로 96번을 쓰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바우어는 지난 5월 3일 히로시마 카프전에 첫 등판해 7이닝 7안타 9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뛰어난 투구로 자리를 잡았다. 8월 30일 한신 타이거즈전에서 다이빙 캐치를 시도하다가 옆구리를 다칠 때까지 19경기에서 10승4패, 평균자책점 2.76을 올렸다.

바우어는 성폭행 혐의 등 사생활 문제로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없게 되자 일본행을 결정했다. 1군에서 던진 기간이 4개월에 불과한데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야구와 승부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매 경기 혼신의 힘을 쏟아내며 승부를 했다.

그는 6인 선발 로테이션에 따라 일주일 간격으로 등판하는 일본인 투수와 달리, 메이저리그 방식대로 5일 로테이션을 고수했다. 팀 동료들의 수비 실책에 화를 내는 일도 있었다. 가토가 "바우어에 끌렸다"라고 한 이유다.

가토는 사회인야구를 거쳐 주니치 지명을 받았다. 1m85-99kg, 당당한 체격을 바탕으로 최고 154km의 직구를 던진다. 일구일구에 총력을 쏟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선발이 아닌 중간계투를 희망한다. 그는 "165km를 목표로 던지겠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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