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3주 쉬고 154km. '우승투수'에게 진짜 독이 됐다. '쿠잘알' 감독의 경계 1번이 '쿠에바스 150km'였는데...[PO 스토리]

권인하 기자

입력 2023-10-31 10:34

수정 2023-10-31 10:40

more
3주 쉬고 154km. '우승투수'에게 진짜 독이 됐다. '쿠잘알' 감독…
3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NC와 KT의 PO 1차전, 1회초 2사 3루 KT 쿠에바스가 NC 권희동에 볼넷을 내준 후 글러브로 얼굴을 감싸쥐며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0.30/

[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이강철 감독은 윌리엄 쿠에바스와 KT 위즈 입단 동기다. 2019년에 함께 KT로 왔다. 지난해 쿠에바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이별했다가 올해 6월에 돌아올 때까지 1년간 헤어졌을 뿐. KT의 성장을 함께 이뤄냈다. 그래서 쿠에바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감독이 쿠에바스에 대해 가장 경계하는 것은 바로 구속이다. 남들은 투수들이 150㎞ 이상의 빠른 공을 뿌리길 바라지만 이 감독은 쿠에바스의 구속이 150㎞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 거꾸로다.

쿠에바스의 구속이 150㎞가 넘으면 결과가 반대로 나오기 때문. 오히려 성적이 더 좋지 않게 나온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는 구속이 150㎞가 넘으면 흥분한다. 구속이 잘나오니 힘으로 붙으려고 한다. 그래서 좋은 변화구 제구가 안되고 결국 무너진다"라고 했다. 구속이 140㎞ 후반대를 보일 때 오히려 훨씬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

지난 9월 23일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서 쿠에바스는 9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했다. 아쉽게 김도영에게 3루타를 허용하면서 노히트노런이 깨졌고 결국 8⅓이닝 1안타 3볼넷 1사구 7탈삼진 1실점의 엄청난 피칭으로 시즌 10승째를 챙겼다. 이때 쿠에바스의 최고 구속은 149㎞였다. 140㎞ 중후반의 구속으로도 충분히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는 구위를 지녔다.

두번째는 욕심이다. 야구에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다. 평소엔 농담도 잘하고 동료들과 장난도 많이 치지만 등판하는 날은 차갑고 냉철한 남자로 바뀐다. 잘던지고 싶고 이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그런날 특히 작은 것에 흥분을 잘한다. 작은 실수나 판정 등에 흥분을 하며 실투가 많아진다.

하필 30일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쿠에바스의 흥분 요소가 맞물렸다. 꼭 이겨야 하는 1차전인데다가 상대가 투수 3관왕인 페디였다. 쿠에바스로선 사기 충천. 이기고 싶은 마음 1000%였다. 그런데 1회초 첫 타자 손아섭에게 빗맞힌 타구가 안타가 되면서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박민우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고 무사 2,3루. 박건우를 삼진으로 잡으며 안정을 찾는가 했는데 마틴에게 151㎞의 직구를 뿌린 게 희생플라이로 연결됐다. 첫 실점. 제구가 되지 않기 시작. 권희동에게 150㎞가 넘는 직구를 계속 던졌는데 다 볼이 돼버렸다. 다행히 서호철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았다.

흥분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상대 페디가 KT 타자들을 삼진으로 쉽게 잡아 나가자 쿠에바스는 더욱 열이 올랐고 오히려 실점만 많아졌다. 결국 4회에 강판. 3이닝 6안타 7실점(4자책)의 최악투로 올시즌 첫 패배를 맛봤다. 이날 쿠에바스의 최고구속은 154㎞였다. 150㎞가 넘는 빠른 직구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제구가 잘 되지 않았고, 타격감이 좋은 NC타자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었다.

KT를 꼴찌에서 2위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으로 모두가 쿠에바스를 꼽는다. 그는 2021년 KT를 첫 우승으로 이끈 '우승 투수'다. 하지만 더 잘던지고 싶은 욕심쟁이이고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쿠에바스가 다음에도 이런 피칭을 한다면 KT엔 절망밖엔 없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Copyright sports.chosun.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