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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 드라마 같았던 롯데 신용수의 이틀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김용 기자

입력 2022-08-12 10:35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 드라마 같았던 롯데 신용수의 이틀
2022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1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8회초 2사 3루 롯데 신용수가 상대 실책을 틈타 홈을 파고들고 있다. 고척=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2.08.11/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모처럼 만에 기분 좋은 이틀을 보냈을 것 같다.

롯데는 10, 11일 양일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연승을 거뒀다. 후반기 첫 위닝 시리즈를 확보했다. 5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가 6경기라 암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승리의 달콤함에 도취될 수 있다는 게 어디인가.

특히, 오랜만에 팬들을 설레게 하는 흥미로운 경기 내용으로 이겼다는 게 중요 포인트였다. 10일 첫 번째 경기는 대타 신용수의 역전 홈런과 정 훈의 쐐기 홈런에 힘입어 짜릿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11일 두 번째 경기 히어로도 신용수였다.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그림같은 홈스틸로 쐐기점을 만들었다. 승패를 떠나 펑펑 치고, 거침 없이 뛸 때 부산 야구팬들은 희열을 느낀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두 경기 스타는 신용수였다. 홈스틸 장면이 압권이었다. 신용수와 김평호 3루코치의 눈썰미가 돋보였다. 황성빈의 희생플라이 때 2루에서 3루까지 간 신용수. 이 때 키움 벤치에서 2루쪽을 가리키며 웅성웅성하는 걸 신용수와 김 코치가 놓치지 않았다. 태그업 플레이가 빨랐다는 걸 항의하는 듯 했고, 그 항의 과정에서 상대가 틈을 보이면 냅다 홈까지 뛰자는 작전을 두 사람이 은밀하게 세웠다. 마침 2루 정상 태그업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키움 투수 하영민이 2루에 천천히 공을 뿌리는 행운(?)이 있었고, 신용수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센스+작전+추진력 3박자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명장면이었다.

신용수는 스토리가 있는 선수다. 마산고 졸업 후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동의대에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2019년에도 프로 유니폼을 입지 못할 뻔 했다. 롯데가 신인드래프트 마지막 라운드인 10라운드에 신용수의 이름을 호명했다. 어렵사리 기회를 받았다.

캐릭터가 명확했다. 원래 내야수였는데, 수비에 약점이 있는 반면 타격에는 재능을 보였다. 체구는 크지 않지만 펀치력이 있고, 일단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좋았다. 2020년 수비 부담을 줄이고 타격 능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외야수 전향을 시도했다. 그리고 지난 시즌 래리 서튼 감독의 눈에 들어 71경기를 뛰며 경험을 쌓았다.

올해는 외국인 타자 피터스가 영입되며 외야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그래서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최근 롯데 선수단에 퍼진 코로나19 문제로 생각지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신용수는 이틀간 더 강하게 인상을 남기기도 힘든, 드라마 같은 플레이로 서튼 감독과 팬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물론, 그냥 기회가 찾아온 건 아니었다. 본인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에 대비해 치열하게 준비를 했고, 그라운드에서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기에 꾸준히 1군 무대에 설 수 있는 것이다. 문규현 수석코치는 "성실하고, 개인 훈련량도 많은 선수다. 가장 중요한 건 늘 그라운드에서 100%를 쏟아낸다. 평범한 땅볼이나 플라이 타구를 치고도 전력질주를 하는 모습을 눈여겨보고 있었다"고 칭찬했다.

원래 난세에 영웅이 나오는 법이다. 이렇게 우연히 기회를 잡은 선수들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 십수년 동안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는 사례가 많았다. 신용수도 지난 이틀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 심기일전해 팀을 위한 플레이를 한다면 롯데를 대표하는 외야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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