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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보다는 팀…초보 감독의 용기있는 인정과 사과 [SC핫포커스]

이종서 기자

입력 2021-09-17 01:26

수정 2021-09-17 04:50

자존심보다는 팀…초보 감독의 용기있는 인정과 사과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한 팀의 수장이 내뱉은 말의 무게는 남다르다. 그만큼, 그 말을 번복하기 위해서는 더 큰 결심이 필요하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한현희와 안우진의 징계가 끝나면 선수단에 합류시키려고 한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팀을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이어 "지난번에 '한현희와 안우진은 남은 시즌 내 구상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건 당시 선수들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커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라 그렇게 말했다"며 "시즌을 치르면서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단, 코치진, 프런트의 모습을 보게 됐다. 내 감정을 앞세워 두 선수의 합류를 막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현희와 안우진은 지난 7월 초 원정 숙소를 무단 이탈한 뒤 외부인과 술을 마셔 물의를 일으켰다. 무단 이탈 자체도 문제였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국에 타 팀 선수들과 동선이 겹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까지 불거졌다. KBO는 이들에게 '품위손상행위'로 36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키움 구단은 벌금과 함께 선배 한현희에게 15경기 자체 징계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뿐 아니다. 두 선수 파문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외야수 송우현이 음주운전 혐의로 조사를 받고 방출됐다. 한현희 안우진 사태가 불거진 뒤 홍원기 감독은 "선수들이 이번 사태로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며 프로 의식을 강조했다. 이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게 됐다. 홍 감독은 결국 지난달 10일 후반기 첫 경기를 앞두고 한현희와 안우진의 향후 기용 여부에 관한 질문을 받자 "올 시즌 구상에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한 달 여의 시간이 흐른 뒤, 홍 감독은 두 투수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 최근 외국인 선수 윌 크레익의 외야 및 1루 기용법, 이정후의 복귀 시점 등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바꿔야 했던 홍 감독이다. 다시 한번 "내가 또 거짓말쟁이가 됐다"며 자책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감수해야 할 후폭풍도 잘 알고 있었다.

오랜 고민이 이어졌고, 자신의 판단 실수를 인정하고 팀의 실리를 위해 방침을 바꾸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주전 여러 명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서도 키움 선수들이 힘을 합쳐 여전히 치열한 5강 싸움을 이어가는 모습에 끝내 마음이 움직였다.

홍원기 감독은 "이 사안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 몇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고 털어놓으며 "내가 감독일지라도 히어로즈는 나를 위해 운영되고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다. '두 선수를 올 시즌 쓰지 않겠다'는 말은 내 독단적인 판단이었고, 지금 그 내용을 번복하게 돼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홍 감독은 이어 "초임 감독으로서 경기 운영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는데, 감독이라는 자리의 엄중한 무게감을 다시 느낀다. 지금도 반성하고 있다"며 "꾸지람을 겸허히 받겠다. 앞으로 언행에 좀 더 주의하고 개선된 모습을 보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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