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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기회로 만든 영건들'...예비역 선발에 열광하는 LG와 KT[SC초점]

노재형 기자

입력 2021-08-30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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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를 기회로 만든 영건들'...예비역 선발에 열광하는 LG와 KT
2021 KBO리그 LG트윈스와 키움히어로즈의 경기가 29일 서울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투수 손주영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8.29/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겠으나 프로 스포츠 선수에게 군복무는 커리어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체력과 기술을 연마하기 어렵고, 결정적으로 '실전'이란 직업의 장에 참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건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논하는 것과는 별개다.



실제 많은 종목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제외한 다수의 보통 선수들은 일정 나이에 이르면 군복무를 이유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는 걸 고민한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메달 획득이 선수 생활에 걸쳐 제1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20대 초중반의 모든 선수들은 국방의 의무를 현명하고도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걸 중요한 과제로 삼는다. 이 때문에 KBO리그에서 최근 군복무를 개인 발전의 계기로 만든 사례가 주목을 끌고 있다.

LG 트윈스 손주영과 KT 위즈 엄상백이다. 둘 다 후반기 팀의 주축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예비역 병장들'이다. 특히 손주영은 일반 현역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몇 안되는 1군 선수라 신선한 충격을 준다.

손주영은 2017년 신인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고 LG에 입단했다.그러나 기대와 달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입단 동기인 고우석이 3년차인 2019년 붙박이 마무리로 승승장구하는 걸 그는 군복을 입고 지켜봤다. 손주영은 2018년 12월말 입대해 경기 파주 1사단에서 복무했다. 지난해 7월초 제대한 그는 실전에 나서지 않고 경기 이천 퓨처스 캠프에서 담금질에 들어갔고, 올시즌 전반기 2군서 실전감각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후반기 시작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에 발탁됐다.

29일 잠실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은 그가 군생활을 얼마나 슬기롭게 활용했는가를 잘 보여준 경기다. 선발로 6이닝 동안 1안타와 2볼넷을 내주고 2실점하는 역투를 펼치며 생새 첫 승을 거두는 감격을 맛봤다. 경기 초반 11점을 뽑은 타선 도움 속에 10타자 연속 범타로 처리하는 등 눈부신 피칭이 류지현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손주영은 군복무 기간이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키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점심과 저녁 틈날 때마다 근력 운동을 했고, 달리기와 축구, 복근 운동도 했다"며 "1사단 경비병으로 근무했는데, 다른 보직이었으면 힘들었을 수도 있다. 운이 좋았고 도와주신 분들도 많다"고 했다.

상무를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구단서 상무를 권유했지만, 스피드도 안 나오고 밸런스도 안 잡힌 상태라 현역으로 입대해 건강해져서 오자는 마음이었다. 제대하고 와서 145㎞ 한 번 던져보자는 목표가 있었는데, 오늘 실제로 나왔다"며 그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군미필 선수들에게 손주영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는 "군대라는 곳이 운동 선수에겐 힘든 곳은 맞지만 지겨워도 버티면 된다. 체력적인 것 뿐만 아니라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라 예전에 비하면 짧으니 현역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엄상백은 군미필 유망주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상무 야구단 출신이다. 2019년말 입대해 지난 7월초 전역했다. 엄상백은 2015년 1차지명을 받고 KT에 입단해 입대 전까지 셋업맨으로 꽤 화려한 커리어를 쌓았다. 2016~2018년까지 3시즌 동안 28홀드를 기록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지금 엄상백은 어엿한 선발투수다. 후반기 개막과 함께 로테이션에 포함된 그는 지난 26일 SSG 랜더스전에서 6이닝 4안타 2실점의 호투로 6년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며 승리를 따냈다.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가 개인사로 자리를 비우는 사이 엄상백이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상무에서 제구력이 우선이었다. 2군서 많은 이닝을 던지니 이전보다 제구력이 좋아졌다"며 "군대를 다녀오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진 것 같다. '잘하자'보다는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주영과 엄상백은 군복무를 기회로 만든 모범적 사례다. LG와 KT는 발전적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두 영건 선발투수에 잔뜩 고무돼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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