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2일(한국시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선발등판해 4회말 닉 아메드를 삼진처리한 뒤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괴물 타자'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이도류'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벌이는 아메리칸리그 MVP 레이스다. 게레로는 홈런, 타점, OPS 선두를 질주 중이고, 오타니는 타석에서는 거포 해결사로, 마운드에서는 90마일대 후반의 강속구를 뿌리는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지금의 흐름이라면 두 선수 중 누가 MVP가 돼야 할까.
17일(한국시각) 기준 게레로는 아메리칸리그에서 타율(0.343)은 2위로 처졌지만, 홈런(22개)과 타점(56개), 출루율(0.447), 장타율(0.682), OPS(1.129)서 여전히 선두다. 오타니는 타자로 타율 0.271, 19홈런, 47타점, OPS 0.968, 투수로는 2승1패, 평균자책점 2.85, 68탈삼진을 올렸다. WAR은 게레로가 3.7, 오타니는 타자(2.3)와 투수(1.6)를 합쳐 3.9를 기록 중이다.
이 사안을 두고 MLB.com 기자들이 논쟁을 벌였다. 5명이 참가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현지 미디어 분위기를 대변하듯 오타니가 일방적인 지지를 받았다. 5명 중 4명이 '투타 겸업'을 앞세워 미 대륙에 광풍을 몰아치고 있는 오타니가 게레로보다 앞선다고 봤다.
이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앨리슨 푸터="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MVP 레이스다. 한 선수는 시즌 초부터 '내가 MVP'라고 외치고 있지만, 다른 한 선수는 타석 뿐만 아니라 마운드에서도 올스타급 피칭을 하고 있다. 과연 게레로가 오타니 때문에 이 레이스에서 2인자가 돼야 할까?" 조심스럽게 오타니에 무게를 둔 의견이다.
▶마크 파인샌드="난 MVP를 맞춘 적이 여러 번 있지만, 적어도 포스트시즌 경쟁을 벌이지 않은 팀 선수를 택한 적은 없다. 에인절스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이 부분은 고려 대상은 아닌 것 같다. 이번 시즌 오타니는 특별하다. 그가 확실한 MVP 유력 후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역시 오타니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사라 랭스="답하기 불가능한 질문이다. 최근 며칠간 생각해 봤는데 결정이 쉽지 않다. 9월이나 돼야 명확해질 것 같다. 오타니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하고 있다. 베이브 루스의 부활과도 같다. 게레로는 역대 최연소 트리플크라운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불가능한 결정이다." '중립적인' 태도다.
▶레트 볼린저(에인절스 담당)="현재로선 베이브 루스 이후 우리가 지난 100년간 못 봤던 걸 하고 있는 오타니에게 유리한 것 같다. 게레로는 공격에서 '저 세상'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오타니의 투타 활약을 능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에인절스의 순위는 고려하지 않겠다. 에인절스가 안정된 투수진을 구성하지 못한 건 오타니 잘못이 아니다. 마이크 트라웃이 MVP였던 2016년과 2019년 에인절스는 경쟁권 밖의 팀이었다." 오타니 편에 섰다.
▶키건 매티슨(토론토 담당)="투수로서 오타니의 가치를 평가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타자로는 게레로가 더 훌륭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 차이를 오타니는 투수력으로 충분히 메운다고 생각한다. 오타니가 8.9월까지 지금처럼 하기 힘들다고 보면 게레로에게 마음이 기운다. 그러나 오타니가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게레로가 아무리 공격서 뛰어나다고 해도 오타니 반대편에 서기는 힘들다." 오타니를 옹호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