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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 브리핑]"유격수 안된다고 했었는데... 헛되지 않았다." 류지현 감독이 밝힌 오지환의 성장기

권인하 기자

입력 2021-06-17 19:07

수정 2021-06-18 06:30

"유격수 안된다고 했었는데... 헛되지 않았다." 류지현 감독이 밝힌 오…
2012년 당시 LG 류지현 수비코치가 오지환에게 펑고를 치는 모습.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오지환이 유격수 수비를 제일 잘하지 않나."



야구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이 말 한마디로 오지환의 유격수로서의 위상이 재평가 받게 됐다. 김 감독은 도쿄올림픽 대표에 오지환을 유격수로 선발했다. 백업도 아닌 주전 유격수다. 김 감독은 수비가 가장 좋아서 뽑았다고 했다.

오지환의 초창기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에 뿌듯함을 느낀 이가 있다. 바로 LG 트윈스의 류지현 감독이다.

류 감독은 주루, 작전, 수비 코치로 LG에서 쭉 활동을 했었다. 오지환이 이렇게 수비 좋은 유격수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류 감독이 처음부터 오지환에게 수비를 가르친 것은 아니라고. 류 감독은 "오지환이 입단했을 때 나는 주루 코치였다"면서 "입단 때 평가를 보면 강한 어깨가 있어서 전문 내야수보다는 투수쪽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선수여서 내야수로 교육이 필요한 선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래도 기본기가 전문적으로 내야수로 뛰었던 선수들보다는 부족했고, 잘하는 동기들에 비해 궤도에 오르기까지 오래 걸렸다"라고 했다.

오지환의 포지션 변경에 대해 고민한 시기가 있었다. 류 감독은 "내가 수비코치로 가는 시기였는데 당시 오지환에게 가장 좋은 포지션이 어디냐를 놓고 구단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은 2012년부터 4년간 LG의 수비 코치를 했다. 이때 오지환을 직접 가르쳤다. 당시 류 감독은 오지환에게 계속 유격수를 하는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입단해서 3년 정도 유격수를 했는데 지금와서 다른 포지션으로 바꾸면 또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지금까지 유격수를 해왔으니 조금만 더 해보자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오지환 개조 프로젝트를 시행한 류 감독은 공을 잘 흘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오지환에게 혹독하게 했다. "공을 흘리고 놓치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어서 그것을 굉장히 강조했다"는 류 감독은 "그런 습관을 고치면서 발전 속도가 빨라졌다"라고 했다.

오지환의 급한 성격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급하다보니 기술적인 부분도 빨리 하려는게 많았다"면서 "급한 것을 눌러주기 위해 잔소리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이후 유격수로서 스텝을 강조했다. 류 감독은 "송구가 강한 선수들은 스텝을 잘 안쓰고 편하게 하려고 한다"면서 "오지환도 어깨가 강해서 스텝을 잘 안쓰려고 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이젠 스텝을 이용해 송구의 강약도 조절할 수 있는 여유있는 수비를 하게 됐다"고 했다.

류 감독은 "다른 선수들은 두 발을 정지시킨 상태에서 송구를 하는데 오지환은 송구하는 동작에서 한발을 더 쓴다"며 "그런 부분들이 정상적인 타구가 아닌 불규칙 바운드 때도 커버할 수 있게 했다"라고 했다.

류 감독은 "(유격수는)안된다고 했던 오지환이 수비로 인정받게 된 것에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고 느꼈다"라면서 "또 하나 느낀게 있다. 바로 선수를 쉽게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지환이 유격수로서 실수가 많았을 때 포지션 변경을 결정했다면 오지환의 야구인생은 어떻게 됐을까. 오지환은 그야말로 프로에 와서 기초부터 닦아서 올라온 '성장형' 유격수다. 3년전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힐 때만해도 특혜라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젠 다르다. KBO리그에서 가장 수비 잘하는 선수로 당당히 도쿄로 간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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