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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년, 6864일…방황하던 풍운아가 프로 데뷔 첫승을 맛보기까지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4-17 13:51

19년, 6864일…방황하던 풍운아가 프로 데뷔 첫승을 맛보기까지
2021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6일 부산구장에서 열렸다. 7회초 김대우가 투구하고 있다. 부산=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1.4.16/

[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프로 통산 0승 0홀드 0세이브. 우여곡절 끝에 필승조로 자리잡았지만, 데뷔 14년차 37세 베테랑에겐 승리 공헌 기록이 없었다.



하지만 16일, 김대우의 '승리'에 마침내 1이 새겨졌다. 김대우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부산 홈경기에서 7회 구원등판, 1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2002년 7월 1일 2차 지명 1라운드 1번으로 롯데 자이언츠에 지명된지 19년, 6864일만의 감격이었다. 1군 데뷔전 기준으로는 4374일만이다.

삼성 전은 올해 김대우의 6번째 등판이었다. 김대우는 1-2로 뒤진 7회초 댄 스트레일리의 뒤를 이어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다. 특히 이날 삼성의 3타점을 혼자 올린 호세 피렐라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어 7회말 김재유가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었고, 8회말 김준태가 쐐기 3점포까지 쏘아올리며 승리 투수가 됐다.

광주일고 시절 김대우는 에이스 겸 4번타자였다. 고우석(전 KIA 타이거즈)와 함께 대통령배와 청룡기 우승을 휩쓸었다. 하지만 KIA의 1차 지명을 받지 못하고, 롯데와의 계약금 협상이 틀어지자 고려대행을 선택하면서 김대우의 방황이 시작된다.

김대우는 상무에 입단해 군복무를 마쳤고, 이후 메이저리그 트라이아웃에 2차례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대만 진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결국 2008년 롯데 유니폼을 입는다. 계약금은 고교 졸업 직후 제의받았던 액수의 ¼도 안되는 1억원이었다.

롯데 입단 후에도 파란만장한 삶이 이어졌다. 2009년 4월 25일, KBO 1군 데뷔전에서 KBO리그 역사상 첫 한 경기 5타자 연속 볼넷을 내준 뒤 강판당한다. 2012년 타자로 전향해 4번타자를 꿈꾸지만, 이후 최준석 김상호 등과의 경쟁에서 특별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심정으로 2017년 다시 투수로 전향했지만, 여전히 1군 마운드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은퇴를 고민하던 그는 성민규 단장의 권유로 커터를 장착했고, 2020년 비로소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며 롯데 필승조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46경기에 등판, 49⅓이닝을 소화하며 승리 홀드 세이브 없이 1패. 하지만 평균자책점 3.10의 안정감이 돋보였다.

올해도 최준용 구승민 박진형과 더불어 롯데 불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지난 캠프 인터뷰 당시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고, 늦게 시작했으니 오래 뛰고 싶다. 친구 노경은과 함께 45세까지 뛰기로 했다"며 남다른 속내를 고백한 바 있다..

이날 승리 후 김대우는 "나보다는 팀의 승리다. 우리 팀원들이 잘해서 만들어 준 승리이기에, 팀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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