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10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1-14로 크게 뒤지는 상황에 내야수 강경학과 외야수 정진호를 투수로 기용해 1이닝을 막아낸 장면이 화제를 모았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에게는 결코 낯설지 않은 장면. 다만 강경학과 정진호가 평소 투수 등판을 예고(?)했다거나, 투수로 나올 가능성이 있었던 선수들이 아니라 신선한 장면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메이저리그만큼 자주는 아니지만 KBO리그에도 투수 등판이 가능한 야수들이 있다. 아마추어 시절, 투수로도 이름을 날렸던 선수들이다. NC 다이노스 나성범이나 KT 위즈 강백호가 대표 주자다. 나성범은 연세대 시절 '에이스' 좌완 투수로 활약했었다. 대학 재학 시절 메이저리그에서도 노릴 정도로 정상급 기량을 가진 투수였고, 직구 최고 구속이 148㎞까지 나왔다. 비록 프로 입단 이후 타자로 포지션을 전향했지만 여전히 강한 그의 어깨가 투수 시절을 조금이나마 회상하게끔 만들어준다. 나성범은 2015년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에 투수로 깜짝 등판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강백호를 다시 투수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사실 일본프로야구를 거쳐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 역시 '투타겸업'의 아이콘이다. 현대야구 그리고 KBO리그에서도 무조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부상 우려와 선수 생명 등을 감안해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이강철 감독의 답변은 '우려'에 더 가까웠다. 이 감독은 "백호는 정말 다칠 것 같다. 너무 세게 던지는 선수다. 야수를 투수로 써야 하는 순간이 오면 황재균이나 심우준을 먼저 생각하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강백호의 강속구 자부심과 승부욕을 잘알고 있기 때문에 웃으며 할 수 있는 상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