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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이슈]'가비지 타임'과 '팬서비스' 사이, 파격의 연속 수베로호

나유리 기자

입력 2021-04-11 09:31

수정 2021-04-1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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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지 타임'과 '팬서비스' 사이, 파격의 연속 수베로호
2021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두산베어스의 경기가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9회초 마운드에 올랐던 한화 강경학이 마무리 투수 정진호에게 투수 글러브를 넘겨주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4.10/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한화 이글스는 지난 토요일 경기에서 대패를 하고도 큰 화제를 일으켰다.



10일 대전 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 한화 벤치는 1-14로 크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 9회초 투수로 강경학을 마운드에 올렸다. 모두가 알고있는대로 강경학은 한화의 주전 내야수 중 한명이다. 강경학은 3루 베이스가 아닌 그라운드 정중앙 마운드로 올랐고, 첫 타자 장승현을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이어 권민석까지 2루 땅볼로 잡아내며 2아웃을 올렸다. 이후 몸에 맞는 볼과 연속 2볼넷으로 흔들렸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에게 3타점 싹쓸이 2루타를 허용했다.

이어 김인태와 조수행에게도 연속 안타를 내주자, 한화 벤치는 더 지켜보지 않고 투수를 교체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운드에 오른 구원 투수는 '투수'가 아니었다. 외야수 정진호가 강경학으로부터 마운드를 물려받았다. 정진호는 2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신성현을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하며 공 4개로 9회초 수비를 끝낼 수 있었다.

진풍경이었다. 한화가 마지막 1이닝을 치열하게 싸우지 않고, 너무 쉽게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일부의 시각이 있지만 KBO리그에서도 드물지만 가끔씩 볼 수 있는 장면이다. 물론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선택이 파격적인 것은 사실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자주 야수의 투수 등판을 볼 수 있고, 내셔널리그는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매 경기 투수가 타석에 선다. 포지션 스위치가 이상한 장면은 아니다. 물론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는 야구의 불문율상, 이런 장면이 나올 경우 상대를 농락한다고 평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한화처럼 크게 지고있는 상황에서는 투수 자원을 아끼고, 팬서비스 차원에서의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수베로 감독의 기용이 파격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거 NC 다이노스도 나성범을 투수로 짧게 낸 적이 있고, KT 위즈 강백호도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었다. 지난해에는 KIA 황윤호와 한화 노시환에 등판했었다. 하지만 나성범과 강백호의 경우 아마추어 시절부터 투수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선수들이라 말 그대로 이벤트성 팬서비스 차원이 더 가까웠고, 이번 한화의 경우는 좀 더 달랐다.

특히 시즌 극초반에는 더더욱 보기 드문 경우다. 대부분 순위 싸움이 어느정도 결정이 난 이후, 혹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후반기에 이런 파격 기용이 실행되곤 한다.

하지만 한화의 선택 역시 충분히 이해를 받을 수 있다. 14점 지고 있는 상황이라 마지막 1이닝을 '가비지 타임'이라고 판단해서 내린 결정이었을 것이다. 바로 다음날 낮 경기(오후 2시 시작)가 예정돼있는 상황에서 승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불펜을 한명이라도 더 아껴야 한다. 특히나 이날 선발 투수였던 장시환이 3이닝만에 물러났고, 뒤 이어 등판한 김종수-윤대경-윤호솔 3명의 불펜진이 모두 40구 이상을 던졌기 때문에 이 부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시범경기부터 틀을 깨는 화끈한 수비 시프트로 깊은 인상을 남긴 수베로 감독은 이번에도 또 한번의 파격 진풍경을 만들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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