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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인]'1인자 넘은 2인자들' 외인 투수 조합, 섣부른 속단은 금물

정현석 기자

입력 2020-11-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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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넘은 2인자들' 외인 투수 조합, 섣부른 속단은 금물
대화를 나누는 LG 켈리(왼쪽)와 윌슨.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스토브리그 한화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대규모 방출→첫 외국인 감독 선임에 이어 29일 외인 투수 2명을 서둘러 교체했다.



지난해 SK 와이번스에서 뛰었던 우완 닉 킹엄(28)과 대만리그 출신 좌완 라이언 카펜터(30)다.

킹엄은 총액 55만 달러, 카펜터는 총액 50만 달러. 상대적으로 초라한 몸값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킹엄은 지난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이후 첫 시즌이란 점의 불확실성, 카펜터는 KBO리그보다 하위리그인 CPBL 출신이란 점이 감안된 액수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낮은 몸값=저조한 퍼포먼스' 공식이 성립할 공산이 큰 것은 사실.

하지만 비싼 몸값이 반드시 큰 활약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과 앞으로 보여줄 것은 다를 수 있다.

한국 야구에의 적응과 태도 문제, 몸 관리 등이 '먹튀'와 '신데렐라'를 좌우하기도 한다.

실제 올 시즌 각 구단 외인 듀오 상당수는 시즌 전과 시즌 후의 평가가 뒤바뀌었다.

제법 많은 2인자가 1인자를 훌쩍 넘어서며 주가를 높였다.

키움 요키시와 LG 켈리, 두산 알칸타라 등이 대표적이다.

2년차 요키시의 몸값은 70만 달러. 브리검의 95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1년 후 처지가 뒤바뀌었다. 요키시는 12승7패에 2.14의 평균자책점으로 부문 1위에 올랐다. 키움의 재계약 대상은 물론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면, 브리검은 잦은 부상 등으로 내구성 문제를 드러내며 4년간 정든 KBO리그를 떠나게 됐다.

윌슨(160만 달러)에 이은 2인자였던 켈리(150만 달러)도 명실상부한 1인자로 올라섰다.

15승7패 3.32의 평균자책점으로 데뷔 두 시즌만에 쌍둥이 군단 에이스로 거듭나며 재계약 대상자가 됐다. 반면, 에이스로 활약하던 윌슨은 투구폼 논란과 부상 등으로 10승8패 4.42에 그치며 세 시즌 만에 짐을 쌌다.

KT와 재계약에 실패한 알칸타라는 70만 달러에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신입 외인 투수 최대어로 꼽히던 플렉센(100만 달러)에 이은 2선발로 꼽혔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양상은 달랐다. 넓은 잠실벌에서 정면승부를 펼치면서 알칸타라는 20승 투수(2패) 반열에 올랐다. 다승, 승률 2관왕. 퀄리티스타트도 1위의 MVP급 활약이었다. 부상 후 복귀한 플렉센의 가을 위용에는 살짝 미치지 못했지만 시즌 내내 팀의 1선발 자리를 지킨 선수는 알칸타라였다.

KT 데스파이네와 삼성 뷰캐넌도 신입 외인 100만 달러를 채우지 못했지만 에이스로 우뚝 섰다.

데스파이네는 90만 달러로 2년 차 쿠에바스(100만 달러)의 몸값에 미치지 못했지만 명실상부한 에이스였다. 15승8패, 4.33의 평균자책점. 4일 휴식을 고수하며 최다이닝(207⅔)을 소화하는 마당쇠 활약으로 팀을 창단 첫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뷰캐넌 역시 85만 달러로 2년 차 라이블리(95만 달러)에 미치지 못했지만 4년 만의 외인 에이스 탄생을 알렸다. 15승7패, 3.45의 평균자책점. 팀 선발 중 유일하게 시즌을 완주하며 2016년 이후 4년 만에 삼성 외인 10승 달성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에이스로 거듭난 2인자. 공통점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낯 선 무대 적응을 위한 오픈 마인드였다.

이전의 성적 수치보다 더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 올 겨울 새로운 외인 투수 찾기에 나선 팀들 역시 으뜸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다. 한화 신입 외인투수들에 대한 판단도 잠시 유보할 필요가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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