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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눈물의 은퇴' 김태균 "최고의 별명 '김질주'…우승 약속 못지켜 죄송"

김영록 기자

입력 2020-10-22 17:46

수정 2020-10-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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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은퇴' 김태균 "최고의 별명 '김질주'…우승 약속 못지켜 죄송"
한화 김태균의 은퇴 기자회견이 21일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김태균이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10.21/

[대전=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모든 선수는 처음도 중요하지만, 마지막도 중요하다. 이승엽, 박용택 선배처럼 좋은 마무리를 꿈꾸고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이 내겐 최선의 결정이었다."



'영원한 독수리' 김태균이 은퇴 소감을 밝혔다.

김태균은 2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2001년 프로 데뷔한 그는 지난 20년의 선수 생활을 돌이켜보며 자신의 야구 인생에 대해 "삼진이 싫었고, 아웃되는 게 너무 싫었다"고 한 뒤 "30~40점의 점수를 매기고 싶다"고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김태균은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이어 기자회견에 앞서 정민철 단장과 최원호 감독대행, 주장 이용규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았다. 연신 눈물을 흘리며 복잡한 심경도 드러냈다.

김태균은 일본에서 활약한 2시즌을 제외하면 한화에서만 18년간 활약한 원클럽맨이었다. 통산 2014경기에 출전해 2209안타(3위), 3357루타(4위), 출루율 0.421(2위), 타율 0.320(5위), 홈런 311개(공동 11위) 등의 기록을 남기며 KBO 역사에 남을 선수로 활약했다.

평생의 아쉬움은 팬들에게 약속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 2006년이 유일한 한국시리즈(준우승) 무대였다. 김태균은 "2006년에는 내가 어렸다. 좋은 선배님들이 이끌어주셨고, 팀이 강했다. 한국시리즈가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고, 언제든 다시 기회가 올 거라 생각했다"면서 "이렇게 우승이란 게 힘들다. 후배들에게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다. 왔을 때 최선을 다해서 잡으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태균은 '김별명'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별명이 많은 선수로도 유명하다. 그중에는 '김똑딱' 등 다소 기분이 나쁠 만한 내용도 섞여있다. 하지만 김태균은 "야속하다는 생각은 없다. 안 좋은 별명도 많았지만, 다 팬들의 관심이고 사랑이다. 나도 웃은 적이 있다"면서 "이제는 이런 별명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까 아쉽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가장 좋았던 별명으로는 자신과 이미지가 달랐다며 '김질주'를, 팀의 중심으로 성장한 뒤에는 '한화의 자존심'을 마음에 드는 별명으로 꼽았다.

"지난 겨울 1년 계약을 하면서 '납득하지 못하는 성적이 나오면 결단을 내리자'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한화 이글스라는 팀에 부담되고 싶지 않았다. 20살 때보다, 그 어느 해보다 웨이트나 모든 부분에서 후회가 남지 않게 노력하고 준비했다. 시즌 개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2군으로 갔을 때 마음속으로 많은 생각을 했고, 8월에 2군 가면서 마음을 굳혔다. 특히 서산에서 젊은 선수들을 보면서 결심했다."

김태균은 8월 이후 서산에 머물며 후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건넸다. 혹시나 그들의 집중력이 깨질까, 자신의 은퇴 결심도 티내지 않았다. 꾸준히 재활과 체력 훈련을 하며 평상시처럼 행동했다.

한화를 대표하는 타자인 김태균에겐 '거포'라는 이미지가 따라붙었다. 신인 첫 안타도 홈런이었고, 데뷔 시절 19세의 나이로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음에도 20홈런을 쏘아올렸다. 그의 커리어 하이 홈런은 31개로 2003년, 2008년 두 차례 작성했다.

이에 대해 김태균은 "첫 안타 때 아버님이 TV를 보시다가 우셨다. 아마 시절부터 아웃되는 것도, 삼진도 싫었다. 아웃이 돼도 배트에 공이 안 맞는 것에 대한 실망감을 느꼈다"면서 "정확성도 좋고, 홈런과 안타도 잘 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 스스로 생각한 좋은 타자의 기준에 맞추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개인 성적이나 타격 메커니즘에 대해 후회해본적 없다. 언제나 열심히 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포스트 김태균'을 묻는 질문에는 "내 마음속에는 있지만, 후배 선수들이 다 같이 포스트 김태균이 됐으면 좋겠다. 한화가 최강팀이 되길 바란다"며 속깊은 배려심도 드러냈다. "프로는 팬들의 사랑으로 산다. 나도 어릴 때는 열심히 하고 야구만 잘하려고 노력했다. 팬들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다"면서 "젊은 선수들이 팬들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한 번 더 생각하길 바란다"는 충고도 건넸다.

김태균은 이대호 오승환 추신수 등과 함께 한국 야구를 빛낸 '82년생 황금세대'의 일원이다. 그는 "친구들의 머리가 복잡한 상황을 만들어서 미안하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며 "좋은 추억이 많다. 오래 야구 잘해서 내가 하지 못한 멋있는 마무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기억에 남는 스승으로는 이정훈, 김인식, 김성근 등 선배 및 감독들을 꼽았다. 자신의 커리어 기록에 대해서는 "300홈런, 2000안타, 1000타점을 만든 게 뿌듯하다. 86경기 연속 출루 기록도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인터뷰 도중 김태균은 여러번 울컥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열심히 했다. 은퇴를 앞두고 후회도 없다. 다른 감정도 들지 않았다"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나니 현실로 다가왔다. 앞으로는 이런 관심을 받을 일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멋적어했다.

은퇴 경기는 거절했다. 내년 중 팬들 앞에서 은퇴식만 갖게 된다. 이에 대해 김태균은 "내게도 소중한 한 타석이지만, 나보다 간절하고 소중한 선수가 있을 수 있다. 마지막 가는 길에 그 기회를 뺏고 싶지 않았다. 번복할 생각도 없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김태균은 내년부터 한화의 단장 보좌역을 맡아 프런트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한화의 4번째 영구결번이 유력하다. 김태균은 "구단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나보다 더 훌륭한 선수도 많다. 구단과 상의해보고,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만 바라보고 살아왔다. 못 해본 것과 해보고 싶은 것이 많다. 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팀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도움을 주기 위해 배우고 싶다. 좋은 결과로 갈 수 있게 공부 열심히 하겠다."

대전=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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