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수원 현장스케치] '100승' 이강철 감독의 심야 메시지, '소통' 속 하나되는 KT위즈

정현석 기자

입력 2020-07-12 16:02

more
 '100승' 이강철 감독의 심야 메시지, '소통' 속 하나되는 KT위즈
2020 KBO리그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KT 이강철 감독.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0.07.10/

[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1일 수원 삼성전에서 난타전 끝 10대7 승리를 거둔 KT 위즈 이강철 감독.



평생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최근 파죽지세 속에 시즌 첫 5할 승률 달성. 또 하나는 감독 데뷔 2년 만에 100승 달성 경기였다.

데뷔 첫 시즌이던 지난해 71승2무71패로 5할 승률을 달성했던 이 감독은 올해는 5할+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분위기도 좋다. 시즌 초반 부진을 딛고 빠르게 안정을 찾으며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비결 중 하나는 이강철 감독 특유의 '소통법'에 있다.

이 감독은 선수단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사령탑이다. 평소 큰 형님 처럼 선수들을 스스럼 없이 대한다. 하지만 늘 웃는 낯으로 좋은 이야기만 하지는 않는다. 해태 왕조 시절 주축이던 이 감독은 팀을 위한 규율의 중요성과 개인의 의무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다. 필요하면 신인 고참을 가리지 않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감독 데뷔 100승 달성의 날. 이날도 특별한 소통이 있었다.

KT는 경기 후반 내야진이 흔들렸다. 결국 7회초 4실점 하며 7-7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선수 탓을 하지 않았다. 덕아웃 분위기를 무겁게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내야 최고참 박경수에게 많은 농담을 던졌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이심전심이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감독님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많이 날 게임이었죠. 저에게 메시지를 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수 교체 때 2루 쪽에 모여 후배들에게 '급하게 하지 말고 하나씩만 하자. 기본만 생각하고 하나씩만 하자'고 당부했죠. 다행히 동생들도 집중을 잘해서 이후에 큰 일은 벌어지지 않았죠." 박경수의 증언이다.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KT는 7회말 최고참 유한준의 적시타로 곧바로 리드를 되찾아왔다. 그리고 결국 10대7로 승리하며 이 감독에게 100승과 5할 승률을 안겼다.

경기 후 박경수는 조촐하게 열린 100승을 달성 자리에서 이강철 감독 얼굴에 '소심하게' 케이크를 묻혔다. 총대를 멘 이유가 있었다.

"저는 2군갈 거 같아서 안 하려고 했거든요. 외국인 선수들한테 너네가 하라니까 자기들 나라로 돌아갈 수도 있다면서 못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KT 덕아웃의 유쾌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목.

자정 무렵, 고참 선수 단톡방에 메시지 하나가 올라왔다. 이강철 감독이었다.

고참 선수들을 향해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선수들도 앞다퉈 "200승, 500승 까지 쭉 함께 하시죠"라며 화답했다.

이강철 감독은 다음날인 1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말 마지막 경기에 앞서 선수단과 구단 직원들에게 피자 50판을 돌리며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2년 차 이강철 감독의 아주 특별한 소통 리더십. 막내팀 KT를 빠르게 강팀으로 변모 시키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