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는 롯데가 '차세대 거포'로 키우는 선수다. 2018년 입단 후 꾸준히 1군 출전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타격 재능은 좀처럼 꽃을 피우지 못했고, 앞선 두 시즌 1군에서 출발해 2군에서 시즌을 마치길 반복했다. 올해 지휘봉을 잡은 허 감독 역시 한동희를 개막엔트리에 합류시킨 뒤 꾸준히 하위 타선에서 부여해왔다. 그러나 이날 전까지 한동희는 47경기 타율 2할4푼8리(149타수 37안타), 4홈런 14타점에 그쳤다. 출루율 0.323, 장타율 0.376의 지표 역시 팀 중심 타선으로 여겨지는 5번의 무게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롯데가 이날 7연속 루징 시리즈 위기에 몰린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하위 타순을 책임진 한동희의 전진배치는 다소 의아한 부분으로 여길 만했다.
허 감독은 타순 연결을 해답으로 제시했다. 그는 "찬스를 계속 살릴 수 있는 타순을 고민하고 있다. 안치홍, 민병헌의 하위 타순 배치도 그런 이유다. 초반 30경기 정도를 지켜본 뒤 내린 결론"이라며 "그동안 좌타자로 컨택트 능력이 좋은 김준태가 5번 타순에 배치됐다. 이대호가 살아나갔을 때 연결되는 부분을 고려했다. 오늘은 그런 차원에서 한동희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여전히 물음표가 남을 만한 대답이었다.
노림수는 적중했다. 한동희는 1회초 2사 1, 2루 찬스에서 김범수의 초구를 두들겨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 홈런을 만들었다. 3-1의 불안한 리드가 이어지던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선 김범수를 또다시 공략해 우측 폴대 안쪽에 떨어지는 홈런을 만들었다. 프로 데뷔 후 첫 멀티 홈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