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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악 오심 10주년' 심판 "내가 망친 퍼펙트게임, 바로잡고파"

김영록 기자

입력 2020-06-03 09:44

수정 2020-06-03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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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최악 오심 10주년' 심판 "내가 망친 퍼펙트게임, 바로잡고파"
퍼펙트게임 무산 직후 허탈하게 웃는 갈라라가(왼쪽)과 입을 굳게 다문 조이스. 사진=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역대 최악의 오심, 메이저리그(MLB) 퍼펙트 게임을 망친 심판. 내가 죽으면, 부고 기사의 첫 줄이겠죠."



MLB 전 심판 짐 조이스가 '퍼펙트게임 오심' 10주년을 맞아 속내를 밝혔다.

3일(한국시간)은 아만도 갈라라가(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니어(near) 퍼펙트게임' 10주년이다. 뉴욕 포스트는 오심의 주인공 조이스와 갈라라가, 당시 디트로이트 감독 짐 릴랜드의 인터뷰가 포함된 특집 기사로 이날을 되새겼다.

1955년생인 조이스는 MLB를 대표하는 공정성과 침착함의 대명사였다. 매년 평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해 댈러스 브레이든(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MLB 17번째 퍼펙트게임 현장에도 2루심으로 함께 했다. '그날' 선발 좌익수 자니 데이먼은 "모두가 사랑하는 공정한 심판", 릴랜드 전 감독은 "존경받아 마땅한 훌륭한 심판"이라고 평했다.

지난 2010년의 오심이 모든 것을 망쳤다. 8회까지 퍼펙트를 달성한 갈라라가는 기립박수 속에 거대한 부담감을 안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중견수 오스틴 잭슨의 '더 캐치'급 호수비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첫 타자 마크 그루질라넥의 깊숙한 타구를 달려가던 자체 그대로 등을 돌린 채 글러브를 뻗어 잡아낸 것.

27번째 타자 제이슨 도널드의 타구는 1루 쪽 깊숙한 땅볼이었다. 1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공을 건져올렸고, 베이스 커버에 들어간 갈라라가에게 빠르게 연결했다. 갈라라가와 카브레라를 비롯한 모두가 환호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1루심 조이스는 우렁차게 세이프를 선언, 퍼펙트를 날려보냈다. 명백한 오심이었다.

전력질주한 도널드조차 양손을 머리에 얹으며 경악을 숨기지 못한 판정이었다. 그는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과의 인터뷰에서 "머릿속에 '이게 세이프라고? 믿을 수 없어!'라는 생각 뿐이었다"고 회상하며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또한 역사에 남을 한 장면의 피해자로 남았기 때문. 그는 퍼펙트게임이 무산된 다음날, 아들에게 글러브 대신 배트를 줬다.

당시 1루심의 아웃-세이프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이었고, 번복할 수 없었다. 때문에 릴랜드 전 감독의 항의도 길지 않았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에야 조이스를 향해 분노를 터뜨릴 수 있었다.

갈라라가는 이날 경기를 실점 없이 88구 1피안타 무4사구 완봉승으로 마쳤다. 경기 후에는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다"며 조이스를 감싸안는 인터뷰도 남겼다. 다음날 경기전 라인업 카드 교환에 릴랜드 감독 대신 나선 갈라라가는 눈물을 흘리는 조이스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MLB 사무국은 이듬해인 2011년 1월 비디오 판독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토니 라루사를 비롯한 감독들의 강력한 요구에 심판노조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갈라라가는 현재 텍사스에서 야구 아카데미를 운영중이다. 그는 "퍼펙트 게임을 했을 경우보다 더 유명해졌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으로 그날을 회상했다. 하지만 그의 MLB 통산 성적은 26승 34패다. 2010년의 짜릿한 추억을 뒤로 하고 2012년 마이너로 강등됐고, 이후 빅리그로 돌아오지 못했다. 대만과 멕시코를 거친 끝에 2015년 야구선수를 그만뒀다.

조이스도 2016년 은퇴했다. 그는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다신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라며 새삼 아쉬움과 후회를 드러냈다. 조이스의 집에는 다음날 갈라라가와 화해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담긴 액자가 있다. 최근 갈라라가와 조이스는 해당 경기의 10주년을 기념해 '28아웃이지만 퍼펙트 게임으로 인정해달라'고 MLB 사무국에 요청했다. 하지만 릴랜드 전 감독은 "그 경기는 그것으로 끝"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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