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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캠프인터뷰]박용택 "은퇴 선언 후회하냐고요? 절대 안해요"

나유리 기자

입력 2020-02-28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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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택 "은퇴 선언 후회하냐고요? 절대 안해요"
박용택. 사진제공=LG 트윈스

[블랙타운(호주)=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부모님 생각하면 조금 짠하죠. 야구선수 아들 보는 낙으로 사셨으니까. 그것만 빼고는 괜찮아요. 모든 것이 다 추억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LG 트윈스 박용택은 올해가 현역 선수 생활의 마지막 시즌이다. 2년전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하면서 미리 선언했고, 그 약속은 지켜질 예정이다. '박수칠때 떠나라'고는 하지만, 사람 마음이 늘 객관적이고 냉정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야구는 박용택 인생에서 30년 이상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생 그 자체나 다름 없다.

그래서 "혹시 은퇴 선언을 미리 해둔 것을 후회한 적 없냐"고 물었다. 박용택은 웃으며 "단 한번도 없다. '1도'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번 캠프에서 연습 배팅이 끝나면 20년 차이 후배들과 함께 그라운드 여기저기에 흩어진 공을 줍는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하나하나 다 추억"이라고 말하는 박용택은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살이 빠져 보인다. 체중을 줄인 것 같다.

▶일부러 뺐다. 내 베스트 체중보다는 조금 더 나가는 상태였다. 살을 빼니까 잠도 잘자고 피로감도 확실히 덜 하다. 지금은 아픈 데가 전혀 없다. 작년에는 캠프에 먼저 들어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무리하게 하다가 일주일 정도 쉬면서 밸런스가 깨졌었다. 나는 항상 '오버' 해서 문제다.(웃음) 지난 시즌에는 그때 깨진 밸런스가 시즌 내내 이어졌던 것 같다.

-은퇴를 미리 못박고 시작한 시즌인데, 혹시 은퇴 선언을 후회한 적은 없나.

▶전혀, 1도 없다.(웃음) 물론 기록에 대한 생각을 하면 아쉽다. 그래도 내가 갑자기 선택한 게 아니라 이런저런 생각을 다 해보고 내린 결정이다. 어떻게 하고싶은 걸 다 하고 살겠나. 물론 이제 막 시무식을 했는데 마치 내가 이미 은퇴한 것 같은 대우를 받을 때는 기분이 좀 그랬지만.(웃음) 은퇴 시점을 잘 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30년 야구했으니 몸도 많이 안좋아졌다. 올해는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한 몸을 만드는 게 첫번째다.

-현재 캠프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몸 관리인가.

▶'오버하지 말자'가 첫번째다. 피곤하면 쉬어줘야 한다. 20대에는 힘들 때 하나 더 하고, 30대에는 힘들때 그만둬야 한다. 지금은 힘들려고 하기 직전에 내려놔야 한다. 야구 잘하려다가 부상이 온다. 예전에 추신수가 인터뷰에서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프로 선수라면 '열심히 해라', '더 많이 해라'는 이야기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진짜 프로는 너무 지나치게 하고, 과하게 하는 것을 자제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거기에 100% 동감한다.

-박용택도 프로 생활 20년만에 깨우친 생각인데, 어린 후배들에게 와닿는 이야기일까? 조언을 해주자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예전에는 시키는대로 했다. 웨이트 10개 하라고 하면, 10개 하고.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다. 선수들이 트레이너와 논의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한다. 야구 잘하는 신인들을 보면 20살인데도 본인만의 운동법이 있다. 확실히 세상 많이 좋아졌다고 느낀다.(웃음)

-그럼 다시 20살때로 돌아가서 다시 야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도 드나.

▶어휴 그걸 어떻게 다시 하나. 생각도 하고싶지 않다. 지금도 가끔씩 (이)진영이랑, (정)성훈이랑 셋이 소주 한잔씩 한다. 우리끼리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다시 돌아가면 절대 야구 못할 거라고. 성훈이는 대학때 이미 그만두려고 했는데 엄마가 프로 가라고 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푸념하고, 진영이도 그만두고 농사 지으러 갈거라고 농담한다. 그만큼 우리 모두 여기까지 오는 길이 힘들었다는 말이다.

-한번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은 없나.

▶우승 해야한다. 그동안은 '우리도 우승 할 수 있을거야'였다면 올해는 확고하게 '우리는 무조건 우승해야 하는 팀이야'라는 생각을 선수들에게 계속 심어주고 있다. 내가 굳이 팀의 최고참으로 해야할 일이 있다면 그런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팀의 전력이 리그 최강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만약 KBO리그가 주식 시장이라면 나는 올해 LG 트윈스 주식을 살 것 같다. 조금은 저평가 되어있지만 충분히 대박날 수 있는 주다. 두산 베어스 주식은 비쌀 거 아닌가.(웃음)

-만약 올해 성적이 너무 좋으면 떠나기 아쉽지 않을까.

▶너무 좋았으면 좋겠다. 좋아도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다. 지금은 내가 욕심 부릴 때가 아니다. 물론 부모님 생각하면 조금 짠하다. 아내는 내가 야구 선수일때 만나 16년동안 봤지만, 부모님은 내가 30년동안 야구하는 모습 전체를 보신 분들이다. 그걸 생각하면 마음이 좀 그렇다. 올해는 부모님이 그동안 자주 못오던 구장들, 새로 지은 구장들에서 경기할때 야구를 보러 오실거다. 아들 보는 낙으로만 사신 분들이다.

-은퇴 후에 어떤 것을 할건지 마음을 정했나.

▶이런저런 준비들은 해놨다. (차명석)단장님과도 대화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연수를 꼭 하고 싶은데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사실은 해보고 싶은 게 너무나 많다.(웃음)

블랙타운(호주)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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