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의 '내구성 갑'은 자타공인 최형우(37)다. 2017년 100억원 시대를 열며 KIA로 둥지를 옮긴 뒤 지난 3년(2017~2019년)간 KBO리그 432경기 중 421경기를 소화했다. 최근 3년만 따지면 박해민(삼성·432경기)에 이어 이대호(롯데)와 함께 공동 2위에 해당한다. 꾀를 부리지 않는다. 허리 등 잔부상은 있지만, 뛸 수 있는 몸 상태면 출전의지를 강하게 불태운다. 사실 의도적으로 보여준 면도 있다. 팀 내 야수 중 가장 높은 연봉(15억원)을 받는 선수인 것을 고려해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때문에 항상 훈련 때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다. 좋은 히팅 포인트를 찾고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까지 공을 치고 또 친다.
개인 기록은 하향세지만, 제 몫은 다했다. 2017년에는 타율 3할4푼2리 26홈런 120타점으로 KIA의 통합우승을 이끌었고, 2018년에는 대부분의 지표가 내려갔지만 폭은 크지 않았다. 팀도 가을야구를 했다. 2019년 공인구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3할 타율은 유지했다. 특히 팀 내 홈런과 타점, 최다안타, 희생플라이 등 모든 부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팀 내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4명) 중 득점권 타율 4위(0.263)에 그친 것과 팀 내 최다 병살타(13개)를 기록한 것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2020시즌이 끝나면 최형우의 FA 협상 변수가 될 수 있는 건 나이다. 구단에선 에이징 커브와 거품이 꺼진 시장 상황에 따라 연봉을 대폭 낮춰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한 살 많은 김태균(한화) 손승락(이상 38·롯데)이 올 겨울 FA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에 최형우도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협상 테이블에서 조금이나마 유리함을 가져갈 수 있는 건 내구성과 좋은 기록이다. 지난해와 달리 외부 변수가 없이 스프링캠프를 맞이하게 된 최형우의 마음가짐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