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 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키움 송성문이 2회초 팬들의 야유속에 타석에 들어서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9.10.23/
[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23일 열린 한국시리즈 2차전은 이른바 '송성문의 막말 파문'으로 장외가 더 뜨거웠다.
논란의 대상이 된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은 경기전 수많은 취재진과 카메라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공식적인 사과 인터뷰를 했다. 주장 김상수도 송성문을 감싸며 상대팀인 두산 베어스와 야구팬들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송성문은 하루종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오르내렸고, 경기가 시작된 후에도 송성문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두산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물론 사건의 본질은 사전 협의없이 촬영된 더그아웃 영상이 외부로 유출됐다는데 있다. 만약 그런 경로로 영상이 유출되지 않았거나, 논란이 될만한 부분이 편집된 채로 영상이 나갔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특히 막말의 대상자인 두산 선수들은 몰랐던, 알고싶지 않았던, 굳이 몰라도 됐을 이야기를 듣게되고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장면 하나로 특정 선수의 인격이나 인성 전체를 평가하고, 또 그런 잣대를 네티즌들이 쥐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분위기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두산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굉장히 놀라고 또 충격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다른 팀의 베테랑 선수들 2명에게 물었다. 잘못된 일본어 표현으로 '야지'라고 자주 쓰는 더그아웃 야유는 왜 하는거고, 그동안 어떻게 해온 것일까.
A팀의 베테랑 선수는 "경기중 더그아웃 야유는 거의 모든 팀이 다 한다. 우리팀도 그렇고, 아마 두산도 할 것이다. 야유를 하는 이유는 우리팀의 경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선수들이 자신감있는 플레이를 하게끔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야유의 내용은 보통 타석에서 얼어있는 타자에게 "(투수가 던지는 다음 공이)볼이다"라고 외쳐주거나, 상대가 실책이나 난타로 무너질때 "지금 흔들린다","분위기 넘어왔다"고 외친다.
그중에서도 입담이 좋은 선수가 있다면 더 재미있는 내용으로 야유성 멘트를 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면 자기팀 더그아웃에 웃음이 한바탕 번지기 때문에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서는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진다. 실제로 이런 취지로 야유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B팀의 베테랑 선수는 야유에도 보이지 않는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B팀 선수는 "야유는 웃기고 재미있으라고 하는건데, 상대팀 선수의 부상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비난을 하거나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들에게는 야유를 하지 않는다"고 했다. B 선수는 "어차피 야구장에서는 대부분 다 아는 사이고, 선후배다. 특히나 나이 차이가 많은 선배에게는 야유를 하지 않는다. 간혹 선을 넘는 선수가 생기면 그팀의 고참 선수가 주의를 주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팀 분위기와 사기를 살리자고 하는건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낼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벤치클리어링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양팀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펼치는 중이 아니라면 말이다.
야구계에서도 공통적인 반응은 "그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한 관계자는 "키움이 워낙 젊은 선수들이 많고, 그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면서 활기찬 플레이를 하는 팀이다보니 이런 실수도 나온 것 같다"며 우려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