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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히어로]완봉역투 라이블리, "한국 투구판 적응 마쳤다"

정현석 기자

입력 2019-08-20 21:33

수정 2019-08-21 00:00

완봉역투 라이블리, "한국 투구판 적응 마쳤다"
2019 신한은행 MY CAR KBO 리그 한화이글스-삼성라이온즈 경기 삼성 투수 라이블리 2019년 8월 20일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대전=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마운드 적응이 제구와 커브에 큰 도움이 됐다."



삼성 외국인 투수 벤 라이블리(27). 그는 제구가 좋은 투수였다.

라이블리가 두번째 등판에서 제대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라이블리는 20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시즌 13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4안타 12탈삼진 무실점의 완봉 역투를 펼쳤다.

덱 맥과이어 대체 외국인투수로 데뷔 두번째 등판. 지난 13일 인천 SK전과는 딴 판이었다. 당시 라이블리는 5이닝 동안 4사구 7개를 허용하며 5안타로 4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당시 탈삼진은 9개나 잡아내 구위는 인정받았지만 제구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그 제구 걱정이 기우였음을 이날 라이블리는 제대로 보여줬다. 이날 라이블리는 단 1개의 4사구도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은 12개나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빠르고 공격적인 피칭으로 한화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1회가 유일한 위기였지만 박계범의 호수비로 실점 위기를 넘겼다.

2-0으로 앞선 1회말. 첫 등판 부진 이후 두번째 등판인 만큼 1회를 잘 넘기는 게 중요했다.

1사 후 장진혁에게 안타를 맞은 뒤 견제 아웃을 잡아냈지만 비디오 판독이 늘어졌다. 무려 4분이나 걸려 판정이 번복됐다. 1루에서 세이프. 기분도 밸런스도 잃기 딱 좋은 상황. 1루 견제구가 뒤로 빠지며 2루 진루를 허용했다. 투수 송구실책으로 기록됐지만 1루수 러프가 포구할 수 있었던 공. 이래저래 불길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호잉이 친 강한 땅볼 타구가 투수 옆을 스쳐 중견수 쪽으로 빠져나갈 듯 했다. 하지만 유격수 박계범이 2루 베이스 위에서 슬라이딩 캐치한 뒤 정확한 송구로 호잉을 1루에서 잡아냈다. 이닝 종료. 실점을 막아낸 슈퍼 캐치였다.

2회 삼성이 2점을 더 보태 4-0을 만들자 라이블리는 신바람이 났다. 빠른 볼카운트에서 승부를 펼치며 쾌투를 시작했다. 2,3회 연속 삼자범퇴 행진. 2회 2사 후 최재훈부터 시작해 3회 세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는 등 4연속 탈삼진도 기록했다. 4.5회는 2사 후 각각 안타를 하나씩 허용했지만 후속 타자를 봉쇄하고 무실점 행진을 이어간 끝에 완봉승을 완성했다.

첫 등판 후 김한수 감독은 라이블리의 4사구 7개에 대해 "그럴 투수가 아닌데 다음 경기를 지켜보자"고 판단을 미뤘다. 라이블리는 지난 16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첫 등판 당시 제구 불안에 대해 "시차 문제는 전혀 없었다. 다만 마운드에서 발이 미끄러져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애를 먹었다. 제구에도 영향을 받았다"며 "앞으로 잘 적응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구체적 극복 방안도 마련했다. 그는 "와인드 업 딜리버리를 조금 천천히 가져가려고 한다. 축이 되는 오른 발을 마운드에 더 단단하게 심어서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도록 하겠다. 일단 밸런스를 잡을 정도로 적응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경기 후 라이블리는 "한국 마운드의 고무판이 생소했지만 첫 등판 이후 불펜 피칭 등을 통해 축이 되는 발을 고정하고 딜리버리 템포를 바꿔 던진 것이 도움이 됐다. 제구는 물론 커브 등 브레이킹 볼을 효과적으로 던질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완봉승에 대해서는 "정말 오랜만이고 내게 꼭 필요했던 승리"라며 "9회에도 당연히 마운드에 올라가려 했다. 모든 투수가 그런 기회가 오면 잡으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웃었다. 라이블리는 알려진 대로 제구가 좋은 투수였다. 적응력도 좋은 투수였다. 국내 환경에 적응한 라이블리가 폭주 준비를 마쳤다. 삼성으로선 외국인 투수를 늦게 교체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워질 판이다. 대전=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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