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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야구를 늦게 시작해도 프로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

민창기 기자

입력 2018-11-12 14:34

수정 2018-11-13 06:00

야구를 늦게 시작해도 프로선수로 성공할 수 있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투수 우와사와(왼쪽)와 SK 최 항. 사진=무로이 마사야,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고교야구팀이 4000개나 되는 일본이 부럽다."



한국의 야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 야구계의 현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초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일본은 젊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고, 고교야구부에서 활동하는 학생수도 최근 10년간 6만명대에서 1만명 이상 줄었다. 또 고교야구팀 약 200개가 사라졌다.

더 심각한 건 중학교다. 다른 종목 학생수는 큰 변화가 없는데, 야구부 학생은 지난 10년간 10만명 이상 감소했다. 일본의 경우 대다수 중고등학생이 교내 스포츠, 문화클럽에 가입해 수업시간이 끝난 후 활동한다. 그 중에 야구부가 있고 야구부에는 프로선수가 되고 싶은 학생만 있는 게 아니다. 야구부 인원이 줄고 있다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야구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을 우려한 와세다대학 야구부 출신자들을 중심으로한 한 그룹이 최근 "중학교 때부터 야구를 시작해도 괜찮다"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 이벤트는 초등학생들에게 경기가 아닌 즐기는 야구를 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 그룹은 어린이들에게 한 사례로 니혼햄 파이터스의 투수 우와사와 나오유키(24)를 소개하고 있다. 우와사와는 초등학생 때 축구를 했고 중학생에 들어가 야구를 시작했다. 그는 중학교 시절에 백업투수였는데, 실력을 쌓아 고교 2학년 때 팀의 에이스 투수가 됐다. 그리고 고교 3학년 때 니혼햄으로부터 드래프트 6순위 지명을 받았다.

우와사와는 프로 7년째인 올 시즌 선발투수로 11승을 거뒀다. 지난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미 올스타전에 일본대표로 선발등판해, 메이저리그 타자를 상대로 5이닝 1실점 7탈삼진을 기록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우와사와는 "중학교 시절 팀 동료들은 초등학생 때의 혹사가 원인인지 어깨나 팔꿈치가 아픈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건강하게 야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중학교 때 야구를 시작해 프로선수로 성공한 사례가 있다. SK 와이번스 박재상 주루코치(36)다. 같은 팀 내야수 최 항(24)도 늦게 야구를 시작한 편이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프로에 들어간 형(최 정)의 모습이 멋있어 보여 야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형제 야구선수를 보면 대개 학창시절에 함께 야구를 하는 시기가 있다. 그런데 7살의 나이차가 나는 최 정-최 항 형제는 형의 프로입단이 동생이 야구를 시작한 계기가 된 드문 케이스다. 최 항은 오른손잡이인데, 야구를 시작하자마자 좌타자로 지도를 받았다고 한다. "나도 모르게 좌타자가 됐다"며 최 항은 웃었다. 그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했다.

최 항은 넥센 히어로즈와의 플레이오프 5차전 6회말 2사 만루, 3-3 동점 상황에서 대타로 타서 3타점 2루타를 터트렸다. 최 항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투수(안우진)의 제구력이 좋아 코스에 맞춰 가볍게 쳤는데 신기하게 공이 날아 갔다"고 말했다.

야구를 늦게 시작하더라도 프로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걸 1994년생인 우와사와와 최 항이 증명했다. 이들의 모습이 학생야구선수 감소를 막는 계기가 되고, 야구를 시작할까 고민중인 어린이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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