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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팬들 퇴진요구 항의집회...당연한 권리인가, 월권인가

고재완 기자

입력 2018-07-21 23:34

수정 2018-07-22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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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팬들 퇴진요구 항의집회...당연한 권리인가, 월권인가
◇롯데-NC전이 펼쳐진 7일 창원 마산구장 1루쪽 관중석 한켠에 김경문 전 감독의 퇴진을 아쉬워 하는 팬들이 플래카드를 걸어놓은 모습. 창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NC 다이노스 팬들의 항의 시위가 구단 수뇌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로 커졌다.



김경문 전 감독이 지난 6월 초 경질된 후 NC 팬들은 '당신이 만든 달그림자는 그라운드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창원 마산야구장 출입구 근처에서 시위를 했다. 이 정도라면 김 전 감독의 경질을 아쉬워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NC가 지난 13일 전준호 1군 작전주루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내자, 팬들의 시위 강도가 높아졌다. 팬들은 황순현 대표이사, 배석현 경영본부장, 김종문 단장대행, 박보현 운영팀장을 '4적'으로 규정하고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시위에 나선 이들은 황 대표와 배 본부장, 김 단장대행 등 구단 핵심 관계자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무리하게 김 전 감독 경질, 전 코치의 2군행을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구단 결정에 항의하는 것을 넘어, 구단 수뇌부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아무리 충성도가 높은 열성팬이라고 해도, 구단 프런트의 퇴진까지 거론한다는 건 과해보인다.

지난해 말 LG 트윈스 팬들은 양상문 신임 단장의 퇴진을 주장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9년간 LG 소속으로 활약한 정성훈의 방출과 손주인의 2차 드래프트 보호선수 40명 제외가 발단이 됐다. 양 단장이 감독 시절에 '리빌딩'을 명목으로 베테랑 선수를 전력에서 배제한 게 팬들을 화나게 했을 것이다. LG가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면서 양 단장에 대한 비난은 쏙 들어갔다. 오히려 과감한 세대교체, 팀 정비가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 베어스 팬들도 외국인 선수 더스틴 니퍼트와 재계약일 불발되고, 미국에서 돌아온 김현수가 라이벌 팀 LG로 가자 불만을 터트렸다. 그런데 올 시즌 두산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최강 전력을 자랑하며 선두를 독주하고 있다. 이제 누구도 니퍼트, 김현수를 거론하지 않는다.

팬 없는 프로 스포츠, 구단은 존립하기 어렵다. 팬들의 응원이 필요하고, 구단은 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만,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고, 코치 보직을 바꾸는 것은 어디까지나 구단의 영역이고, 감독 권한으로 존중받아야 한다.

창단 초기부터 돌풍을 일으킨 NC는 올해도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를 받았지만 꼴찌로 추락했다. 성적뿐만 아니라 평균 관중도 최하위다. 지난해까지는 좋은 성적에 상응하는 흥행이 안 따라줘 고민이 컸는데, 올해는 성적과 흥행 모두 바닥이다. 지난해 말 대표가 교체된데 이어, 지난 6월에는 창단 때부터 함께 해 온 김 전 감독이 경질된 후 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전임대표 시절에 소속 선수가 승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알려져 주요 보직에서 배제됐던 핵심 인사들이, 본부장과 단장대행 타이틀을 달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성적 부진과 이런 일련의 사건들에 팬들은 크게 실망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새 대표 체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팬들은 구단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구단 수뇌부의 퇴진까지 요구하게 됐을 것이다.

사실 현재 NC 상황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시즌중이고, 마지막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가장 먼저 채임을 져야하는 건 구단 수뇌부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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