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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포커스] 베테랑 한파 역행 NC 행보, 김경문 감독의 시선

김용 기자

입력 2018-02-13 14:24

 베테랑 한파 역행 NC 행보, 김경문 감독의 시선


"참 어려운 문제지…."



2018 시즌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 오프시즌 최대 화두는 바로 베테랑 한파였다. 일부 대어급 FA(자유계약선수) 선수들을 제외하면, 30대 중반 나이에 들어서거나 넘어선 선수들에게 구단들은 눈길을 주지 않았다. 최준석이 연봉 5500만원 계약으로 겨우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은 가운데, 이우민은 아직까지 새 팀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NC의 행보가 눈에 띈다. 다들 베테랑 선수들과의 계약을 꺼리는데, 손시헌(38) 이종욱(38) 지석훈(34) 3명의 내부 FA를 모두 붙잡았다. 손시헌은 2년 총액 15억원의 호조건이었고, 이종욱도 계약기간은 1년이지만 총액 5억원을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거기에 위에서 언급했 듯이, FA 미아가 될 줄 알았던 최준석까지 품었다. 연봉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은퇴 위기에 몰렸던 선수와 계약했다는 자체에 상징적 의미가 있다.

선수단 계약 등은 구단이 주도하는 일이다. 하지만 한국프로야구 특성상 현장, 감독의 의중도 많이 반영된다. NC의 감독은 산전수전 다 겪은 명장 김경문 감독이다. 2004 시즌부터 2011 시즌 중반까지 7년 반 동안 두산 베어스를 이끌며, 두산을 화수분 야구 원조 팀으로 만들었다. 두산을 떠나자마자 그 해 가을부터 신생팀 NC의 감독이 돼 팀을 신흥 명문으로 도약시키고 있다.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때문에 최근 베테랑들이 설 자리를 잃는 냉혹한 현실을 김 감독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 궁금했다.

김 감독은 "각 팀들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쉽게 얘기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도 "참 어려운 문제다. 분명히 프로 무대는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 야구 잘하는 선수들이 언제까지 계속 주전으로 뛸 수는 없지 않나"라고 말하며 리빌딩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 부동의 주전 외야수로 뛰던 이종욱을 대신해 권희동, 김성욱 등 젊은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줬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손민한의 예를 들었다. 2009년 롯데 자이언츠 시절 마지막 1군 등판 이후 어깨 수술로 팀에 서 방출됐던 손민한은, 2013년 NC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 곧바로 1군에서 맹활약하며 재기에 성공했고 2015 시즌에는 선발로 뛰며 무려 11승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손민한은 2015 시즌 후 돌연 은퇴를 결정했다. 김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선수는 내려올 때를 알아야 한다. 손민한이 11승을 거뒀지만, 그 다음 시즌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끝내면 얼마나 안타깝겠나. 그래서 높은 곳에 있을 때 내려오자고 설득했었다. 지난해 은퇴한 이호준도 마찬가지다. 호준이도 무리해서 계약하면 올해 유니폼을 더 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타로 나가고, 형편 없는 성적을 남기고 초라하게 은퇴하는 것 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내려오는 게 훨씬 좋지 않나"라고 얘기했다.

그렇다면 손시헌 이종욱 지석훈의 FA 계약과 최준석 영입은 어떻게 설명이 될 수 있을까. 김 감독은 "베테랑이라고 무조건 희생을 당하고, 내려와야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손시헌 이종욱 지석훈은 우리 NC가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선수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포스트시즌에 매번 진출하는 팀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그 공로를 분명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최준석에 대해서도 "감독의 선택이 다양해질 수 있다. 이호준이 빠진 가운데 강력한 우타 대타, 그리고 지명타자 등의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테랑으로서의 가치와 함께, 전력에 분명 도움이 되기에 잡았다는 뜻이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 정(情)으로만 야구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결국 김 감독의 말과 그동안의 선택 등을 종합해보면 결론이 나온다. 팀 구성에 있어 베테랑들의 존재는 분명히 필요하다. 그들의 경험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언제까지 팀이 베테랑들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그들을 대체할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동안, 베테랑들은 그들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가 돼줘야 한다. 그리고 그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면, 베테랑들은 명예롭게 내려올 마음의 결단을 내리는 게 모두에게 좋다.

리빌딩이라고 해서 무조건 젊은 선수들만 고집하고, 당장 성적에 집착해 무조건 실력과 경험에만 기대는 것보다 신-구 조화가 이뤄지는 팀이 꾸준하게 강팀의 면모를 보일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NC는 손민한 이후 장현식, 구창모 등 젊은 투수들이 튀어나왔고 이호준 이후 모창민, 권희동 등이 새롭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게 좋은 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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