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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호시노 라쿠텐 부회장 별세, 상실감에 빠진 일본인

이원만 기자

입력 2018-01-15 18:25

호시노 라쿠텐 부회장 별세, 상실감에 빠진 일본인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구단 부회장이 지난 4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그를 '이상적인 상사'의 롤모델로 여겼던 일본인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사진은 지난 2007년 7월 한국을 방문한 호시노 부회장이 주니치 시절 애제자였던 당시 선동열 삼성 라이온즈 감독과 환담을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무로이 마사야

신년 초 일본 야구계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프로야구 감독으로서 수많은 공적을 남긴 호시노 센이치 라쿠텐 구단 부회장이 지난 4일에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아직 70세인데다 작년말까지 건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2016년 7월에 췌장암이 발견됐고 이 사실을 숨겨왔다는 점이 일본인들을 놀라게 했다. 고(故) 호시노 부회장은 일본인들에게 '이상적인 상사'의 롤모델이었다. 그래서 일본은 깊은 슬픔에 휩싸였다.

호시노 부회장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있다. 생명보험사인 '메이지 야스다생명'이 일본 전국 남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고 있는 '이상적인 상사'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그는 2004~2005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유명 정치인이나 연예인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호시노 부회장은 2006~2008년에도 3년 연속 베스트3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국민적인 신뢰가 두터웠다.

당연히 일본 야구계에서 존재감이 크고, 한국 야구와도 인연이 있다. 나카무라 타케시 KIA 타이거즈 2군 배터리 코치와 오치아이 에이지 삼성 라이온즈 투수코치는 선동열 이종범 이상훈 등 한국 선수들과 함께 1999년 호시노 당시 감독이 이끌었던 주니치 드래곤즈의 우승에 공헌했다.

호시노 부회장은 1990년대 감독 시절 '주먹'을 사용하며 선수들을 관리하곤 했다. 당시 가장 많이 얻어맞은 선수가 주니치 주전 포수였던 타케시 코치였다. 당시 호시노 감독에게 각별한 '애정'을 받았던 타케시 코치는 "감독님께 안 맞은 날이 얻어맞은 날보다 적었다"고 웃으면서 회고할 정도다.

그토록 다혈질이었던 호시노 감독으로부터 그나마 타케시 포수를 감싸줬던 인물이 지난해까지 삼성 배터리 코치였던 세리자와 유지씨다. 타케시 코치와 오치아이, 세리자와 코치 등을 포함해 최근 10년간 KBO리그에서 활동한 일본인 선수와 코치 중에 호시노 감독의 팀에서 선수생활을 보낸 사람들이 13명이나 된다.

이들 '호시노 애제자'들은 호되게 꾸중을 듣곤 했던 당시의 추억을 이상하게도 기쁜 것처럼 회고한다. 일본 국민들에게 '이상적인 상사'로 기억되는 호시노 부회장. 그의 밑에서 실제로 일했던 선수들은 그를 상사가 아닌 마치 '엄한 아버지'처럼 보고 있다.

현재 40대 후반에서 50대가 된 '호시노 애제자'들은 호시노 부회장의 별세에 슬퍼하면서도 "신기하게 눈물은 안 나온다"고 한다. 장례식은 본인의 유지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했기 때문에 아직 고인의 명복을 비는 자리는 열리지 않았다. 때문에 '호시노 애제자'들은 은사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도 아직 실감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암 투병을 숨기고, 장례식도 비공개로 해 마지막 떠난 모습도 안보이려고 한 결정에 관해 라쿠텐 구단은 '항상 강한 모습을 밀고나갔던 고인의 스타일'이라고 보도자료 통해 설명했다.

일본의 '국민 상사'이자 수많은 야구인에게 아버지같은 존재였던 고 호시노 부회장.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열흘 이상 지난 현재까지도 일본인들은 망연자실한 날들을 이어가고 있다.

<무로이 마사야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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