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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냉정하고 싸늘한 LG 행보에 대한 변명과 비판

김용 기자

입력 2017-11-23 16:26

[김 용의 일구일언(一球一言)] 냉정하고 싸늘한 LG 행보에 대한 변명과…
LG 트윈스 신임 감독으로 선임된 류중일 감독 취임식이 13일 오후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진혁 경영지원실장, 양상문 단장, 신문범 사장, 류중일 감독, 류제국, 박용택, 차우찬(왼쪽부터)이 손을 모으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0.13/

LG 트윈스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오프시즌 LG의 행보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전면적 리빌딩을 내세워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면서 생긴 일이다. 정성훈 방출에 이어 손주인, 이병규, 유원상, 백창수가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다른 팀에서 지명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LG가 이들을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시키지 않았기에 이 선수들의 유출도 구단의 의지로 봐야 한다.

한꺼번에 1군 주축으로 활약했던 간판 선수들을 잃어야 하는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특히 이번 정성훈 방출 뿐 아니라 앞서 코치로 돌아온 '적토마' 이병규의 은퇴 과정, 정성훈과 함께 FA 흑역사를 지웠던 이진영 보호선수 명단 제외 등에서 이미 팬들의 불만은 늘고 있었다. 베테랑에 대한 예우를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LG의 이러한 결정들은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먼저 LG를 위한 변명이다. 프로 세계는 냉정하다. 철저히 비지니스를 위한 관계로 맺어진다. 프로 선수가 열심히 뛰는 건 당연한 거다. 봉사가 아니라, 그만큼 많은 연봉을 받으니 한발이라도 더 뛰는 게 맞다. 이를 두고 고귀한 희생처럼 표현하면 안된다. 그리고 능력이 떨어지면 연봉이 떨어지고, 기회를 잃는 것도 원칙이다. 언제까지 과거의 영광에만 기대 '나는 여전히 잘 할 수 있는데 왜 나를 안쓰나'라고 떼를 쓰면 곤란하다.

만약 LG와 정성훈이 1년 더 계약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내년 시즌 종료 후에도 선수는 재계약을 원한다. 구단은 더 계약을 해줄 수 없다. 그러면 이번과 같은 일이 또 발생한다. 떠나는 선수는 모두 마지막이 아쉽다. 매우 '쿨'하게 정상에서 내려오는 선수는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스타 선수일수록 더 그렇다. 가깝게는 이병규가 그랬고, 두산 베어스 프랜차이즈 스타 김동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언젠가 한 번은 날 상처였음은 맞다.

이번에 이병규와 유원상이 팀을 떠나게 된 것도 같은 이치다. 두 사람 모두 2015 시즌부터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탔다. 구단도 언제까지 이 선수들을 기다려줄 수 없다. 냉정한 선수단 정리 작업이 필요하다. 다시 얘기하지만 프로 구단은 봉사 단체가 아니다. 철저하게 자신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정'으로 선수들을 대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과정에 당연히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길게 보고, 구단의 선택을 이해해줘야 한다.

여기까지가 변명이었다. LG가 다 잘했다는 게 아니다. 분명히 잘못한 부분도 있다.

LG가 지탄을 받는 건 정성훈에게 방출 통보를 해서가 아니다. 그 과정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필 2차 드래프트가 열리는 날 오전에 통보를 했다. 2차 드래프트로 정신이 없던 타 구단들이 정성훈 영입에 대한 갑작스러운 변수에 급히 대처하기란 힘들다. 베테랑에 대한 예우라면 일찌감치 선수에게 뜻을 알려 새 팀을 찾을 시간을 주는 게 맞다. '옆집' 두산만 해도 베테랑 투수 김성배에게 11월 초 재계약 불가 의사를 통보했다. 이에 LG 구단은 "양상문 단장이 2차 드래프트 논의를 위해 일본 고지에 가 류중일 감독과 만났고, 거기서 정성훈에 대한 결정도 냈다. 21일 귀국했다. 돌아와서 곧바로 통보했다. 2차 드래프트 전에 알리는 게 예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구단이 정성훈을 진짜 배려하려 했다면 양 단장이 출장 일정을 조금 앞당기든지, 이에 대한 논의를 먼저 했으면 될 일이었다. 감독과의 논의 시기를 얘기하는 건 핑계일 뿐이다.

전력 측면에서도 의문점이 생긴다. 리빌딩은 무조건 젊은 선수로 바꾼다고 다가 아니다. 그 젊은 선수들이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토양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기본적 경기력이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손주인보다 내야 수비가 좋고, 팀 배팅이 되는 야수를 아직은 보지 못했다. 정성훈만큼의 클러치 능력을 갖고 있는 타자도 없다. 두 사람이 "주전 아니면 야구를 안하겠다", "많은 돈을 주지 않으면 야구를 안하겠다"고 하지 않은 이상, 이렇게 무리하며 선수단 정리를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결국은 주전으로 쓰지 못할 베테랑들에게 많은 연봉을 안겨주기 힘들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이제 배는 떠났다. 만약 내년 시즌 2루에서 클러치 실책이 나오며 역전패하거나 이적한 선수에 끝내기 홈런을 맞고 패하면 LG는 큰 지탄을 받을 것이다. 반대로, 주축이 된 젊은 선수들이 신바람을 내며 성적이 나면 이번 논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프로의 세계에서 모든 건 결과가 말해준다. 때문에, 구단 운영에 있어서는 추후 결과를 보고 논하는 게 맞다. 단 구단도 너무 성적과 돈 위주의 구단 운영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팬들이 원하는 부분을 사려깊게 챙길 필요가 있다. 팬들은 승리도 승리지만, 구단이 자신들의 영웅인 선수들에게 어떤 정성을 보이는 지에 더 감동을 받기도 한다. 팬 없는 프로는 의미가 없다. 스포츠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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