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국가대표 '에이스' 투수의 계보가 희미해지고 있다. 과거 '류윤김 트리오'로 불렸던 류현진-윤석민-김광현 이후 대표팀을 뒤흔들만 한 재목이 나타나지 않는다. KBO리그 각 팀별로 유망주 투수들이 꾸준히 성장하고는 있지만, 대표팀에서 선발을 턱턱 맡길만큼의 선수는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리그에서도 현재 페넌트레이스를 주름잡는 투수들은 대부분 외국인이고, 국내파 중에서는 양현종(KIA), 장원준(두산), 윤성환(삼성), 차우찬(LG) 정도다. 이들은 대부분 20대 후반~30대 초중반에 접어들었다.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 중에서 임팩트있는 투수는 찾기가 힘들다.
APBC에서 호투를 펼친 임기영(KIA) 장현식(NC) 등의 존재가 반갑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투수 경쟁력 상승이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다. 아무리 타고투저의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해도, 국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연 투수력이다.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것만 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하지만, 기초적인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 APBC 대회에서 가장 강한 투수력을 가졌던 일본 대표팀 투수들은 직구, 변화구 가리지 않고 제구력이 일품이었다.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제구력이야 역사와 전통이 깊다. 리그 전체적인 분위기도 계속해서 투수 위주로 흘러가고 있고, 투수의 제구력을 최우선시한다. 하지만 그런 풍토를 제외하고서라도 우리 젊은 투수들이 배워야할 부분이다. 선 감독은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을 줄 알아야 낯선 타자들을 상대로 승부가 된다. 우리 투수들은 아직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