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KBO리그 3년 차. KIA 타이거즈에서 뛰고있는 외국인 타자 필은 줄곧 '모범 사례'로 불렸다. 팀 적응 능력이나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어떤 외국인 선수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어떤 요청을 해도 늘 수락하는 '예스맨'이기도 하다. 동료들도 온화한 필의 성품을 좋아한다. 새로 온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필이 한국 가이드나 마찬가지. 한글을 읽을 수 있어 직접 한국어 내비게이션으로 이곳저곳을 운전해 다닐만큼 이제는 한국 사람이 다 됐다.
하지만 착한 필이기 때문에 올 시즌 성적이 더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외국인 선수에게는 더 냉정한 잣대를 들이밀게 된다. 팀당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카드가 한정적이고, 그 카드가 실패할 경우 전체 전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 필은 지난 2년간 활약도를 인정받아 자연스럽게 재계약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여론이 조금 달라졌다.
자세히 뜯어보면 필의 해결 능력이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필의 득점권 타율은 0.333. 올해는 0.289로 3할에 못미친다. 중심 타자들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 동점, 역전 기회에서의 타율도 떨어졌다. 필은 작년 동점 주자가 루상에 있을때 0.320의 타율을 기록했고, 역전 주자가 있을 때는 0.333으로 더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동점 주자가 있을때 0.292, 역전 주자가 있을때 0.317로 자신의 시즌 타율을 밑돌았다. 3~5번을 치는 외국인 타자의 기대치보다 낮은 성적이다. 보통 리그 1~3위 내 외국인 타자들은 동점, 역전 주자가 있을때 타율이 3할 중반대 이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