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프로야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의 경기가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한화 1회초 1사 1,2루에서 김태균이 2타점 적시타를 치고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6.08.30/
지난 몇 년간 국가대표급 FA(자유계약선수)들이 합류했다고 해도 김태균이 한화 이글스의 '얼굴', 대표 선수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 이다. 대다수 야구팬들이 '한화선수'하면 바로 '52번 김태균'을 떠올린다. 천안 북일고를 졸업하고 2001년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김태균은 일본 프로야구에 도전했던 2010~2011년을 빼고, 14년째 대전구장을 지키고 있다.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으나 2000년대 중후반 한화의 3년 연속 '가을야구', 2010년대 초반 3년 연속 꼴찌를 온몸으로 겪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김태균은 현재 '한화야구'를 상징하는 선수다.
'한화야구'가 바닥을 때릴 때 김태균은 맨 앞에서 질타를 당했다. 돋보이는 기록, 활약보다 부족한 점이 부각됐다. 한쪽에선 고군분투하는데도, 팀 성적 때문에 자꾸 가려지는 김태균이 안쓰럽고 불쌍하다고 했다. 14시즌 통산 타율 3할2푼3리, 11시즌 3할 타율. 압도적인 존재감이다.
34세 김태균은 2016년을 역대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25일 SK 와이번스전까지 137경기, 팀이 치른 전 게임에 출전해 타율 3할5푼9리(502타수 180안타), 19홈런, 126타점, 84득점, 볼넷 102개, 2루타 36개를 기록했다. 각 부문 데이터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2014년 154안타가 한시즌 개인 최다안타였는데, 이미 20여개를 훌쩍 뛰어 넘었다. 24일 현재 최다안타 부문 2위다. 타점은 2004년 106개, 득점은 2008년 81개, 볼넷은 2015년 98개, 2루타는 2005년 33개를 지나 개인 최다 기록을 찍었다. 팀 동료인 외국인 타자 윌린 로사리오보다 먼저 '레전드' 장종훈의 119개, 구단 최다 기록을 깨트렸다.
타점을 주목해보자. 2004년 106개(23홈런), 2005년 100개(23홈런), 2015년 104개(21홈런)에 이어 네번째로 100타점을 돌파했다. 최형우에 이어 이번 시즌 이 부문 2위에 올라있다. 그런데 앞선 세 시즌 때는 20홈런을 넘겼지만, 올해는 19개다. 이전보다 장타력이 좋다고 보긴 어려워도 득점 기회에서 집중력이 뛰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한 데이터다. 적극적인 투자에 따라 한화 상위 타선이 좋아진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다.
25일 현재 득점권 타율 4할2푼5리(153타수 65안타). 8홈런을 때리고, 타점 104개를 쓸어담았다. 줄기차게 그를 괴롭혔던 홈런생산능력 부족, 영양가 논쟁이 나올 수 없는 활약이다. 이번 시즌 타율도 2014년 3할6푼5리 뒤를 잇는 역대 두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뿐이 아니다. 볼넷 102개, 출루율 4할7푼1리를 마크하고 있는데, 지난해 98개와 2014년 4할6푼3리를 넘었다. 찬스를 만들면서 해결사 역할까지 두 가지 일을 완벽하게 수행한 것이다.
김태균은 꾸준했다. 지난 4월 월간 타율 2할9푼4리로 시작해 5월 3할2푼5리, 6월 3할7푼4리, 7월 3할9푼7리, 8월 4할9리를 찍었다. 9월에는 25일 SK전까지 3할5푼1리.
하지만 수확의 계절 가을, 김태균은 쉽게 웃지 못한다. 최고 시즌을 마무리해야할 시점인데도, 신바람을 낼 수가 없다. 그렇게 열망했던 '가을야구', 포스트 시즌 진출이 사실상 무산됐다. 시즌 내내 한화 사람들이 쏟아부은 노력이 또 연기처럼 사라지게 됐다. 팀 성적이 따르지 못하는 개인성적, 합당한 평가를 받기 어렵다.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여러가지 변화가 있었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추진력이 떨어졌다. 끊임없이 이어진 선수 혹사논란 속에서 시즌 후반 핵심전력의 부상이 이탈이 이어졌다. 이를 단순한 우연, 선수의 투지 부족으로 몰아갈 수 없다. 단기적인 성적을 내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결정한 '김성근 감독 카드'는 실패로 판명났다. 오랫동안 팀을 지킨 한화 선수와 프런트, 그리고 열정으로 똘똘뭉친 팬들은 '한화야구'가 서글프다.
분위기가 어수선한 집안의 '우등생' 김태균은 올해도 성적자랑을 할 수 없는 처지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