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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박건우'의 침묵, 김태형 감독이 틀린걸까

이원만 기자

입력 2015-10-14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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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박건우'의 침묵, 김태형 감독이 틀린걸까
2015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박건우가 10회말 무사 2루에서 끝내가 적시타를 치고 동료들과 포효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15.10.10/

'3번 타자' 박건우.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이 고민끝에 내놓은 노림수다. 그러나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 노림수가 틀린 것일가. 김 감독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두산은 13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2대5로 졌다. 아직은 2승1패로 약간 여유가 있다. 그런데 3차례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타선이 침묵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 2차전에서 각각 4점과 3점밖에 못내더니 3차전에서는 2득점에 그쳤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 문제를 타순 변화로 해결하려고 했다. 가장 획기적인 시도는 유망주 박건우를 2, 3차전에서 연속으로 선발 3번 타순에 투입한 것이다. 1차전에서는 베테랑 민병헌이 3번을 맡았지만,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자 2차전부터 박건우에게 3번을 맡겼다. 박건우가 1차전에서 연장 10회말 대타 끝내기 안타를 친 덕분에 가능성을 인정받은 결과다. 민병헌은 2차전 이후 6번에 나오고 있다.

베테랑을 하위타순에 넣고, 잠재력만 높이 평가받던 유망주를 클린업 트리오의 머리에 내세운 김 감독의 시도는 매우 신선하고, 도전적이다. 미시적인 효과는 분명 있었다. 3번 타순을 부담스러워하던 민병헌은 6번으로 간 이후 2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팀 전체의 공격에 큰 도움이 되진 못하고 있다. 정작 3번타자의 중책을 맡은 박건우가 2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쳤기 때문이다. 11일 2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 13일 3차전에서는 3타수 무안타였다. 민병헌이 6번 자리에서 아무리 멀티히트를 기록해도 중심타선의 핵인 3번 박건우가 침묵하니 전체적인 공격이 살아나지 않는다. 당연히 득점력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현상에 관해 단순히 박건우를 비난할 순 없다. 또 김 감독의 시도를 '틀렸다'고 단정지어서도 안된다. 우선 박건우는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험이다. 당연히 긴장되고 떨릴 것이다. 단순히 포스트시즌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텐데, 타선의 핵심인 3번타자로 선발 출전한다는 건 엄청난 스트레스다. '편하게 하라'거나 '프로 선수라면 이런 기회를 악바리처럼 잡아야 한다'는 식의 조언은 아무 소용이 없다. 박건우라고 그런 다짐을 안했을까.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가 이런 큰 경기에서 오는 부담감을 쉽게 털어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2009년 2차 2번으로 입단한 박건우는 허경민(2차 1번), 정수빈(2차 5번) 등과 동기다. 잠재력은 동기들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다. 오히려 허경민이나 정수빈보다 체격 조건과 파워는 더 좋다. 그러나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다. 2009시즌 5경기에 나선 뒤 경찰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해결하고 2013년 다시 팀에 복귀했다. 그해 34경기(타율 2할7푼1리)에 출전했고, 지난해에는 47경기(타율 1할8푼)만 치렀다.

올해는 그나마 김 감독이 준 기회를 잘 살려 본연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70경기에서 타율 3할4푼2리를 기록했다. 그 덕분에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들 수 있었다. 그리고 1차전 대타 끝내기 안타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분명히 자질로만 따진다면 박건우는 3번 타순을 능히 소화할 수 있는 타자다. 특히나 김 감독은 박건우가 입단할 때 두산 코치였다. 그때부터 지켜본 시간이 적지 않다. 즉흥적으로 박건우를 3번에 넣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담겨있다. 그 결단은 인정할 만 하다.

문제는 과연 박건우가 언제쯤 제 실력을 보여줄 것인가다. 김 감독도 분명 2경기에서 7타수 무안타에 그친 박건우의 활용법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어떤 방법이 됐든 벤치와 선수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 이는 당장 준플레이오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포스트시즌, 나아가서는 두산의 미래와도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건우는 분명 그런 고민을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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