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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vs 넥센 세번째 악연, 이번엔 누가 웃을까

류동혁 기자

입력 2015-10-0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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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vs 넥센 세번째 악연, 이번엔 누가 웃을까
와일드카드 경기에서 결국 승리한 넥센 선수들이 끝내기 타구를 친 윤석민에게 물을 뿌리는 장면. 스포츠조선DB

2013년 두산은 4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넥센이 3위였다.



두 팀은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다. 1, 2차전 넥센은 승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 우위를 완벽히 장악했다.

경기내용이 그랬다. 1차전 2-3으로 뒤진 두산은 9회 2사 이후 이원석의 좌전안타와 정수빈의 2루타로 결국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넥센은 9회 이택근의 끝내기 안타로 1차전을 잡아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었다. 2차전 팽팽했다. 선발 밴 헤켄(넥센)과 유희관(두산)은 모두 눈부신 호투를 했다 7회까지 0-0, 살 떨리는 투수전이었다.

두산이 기선을 제압했다. 8회 두산이 선취점을 내자, 넥센은 다시 균형을 맞췄다. 9회 또 다시 두산은 2-1 리드를 잡았지만, 넥센은 또 다시 연장으로 끌고 갔다. 결국 10회말 예상치 못한 김지수가 천금같은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경기를 끝냈다. 2경기 연속 끝내기 승리였다. 이 시점만 해도 넥센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당연해 보였다. 흐름이 매우 중요한 야구. 연속 끝내기의 극과 극 희비 교차가 극명했다.

하지만 반전의 시작이었다. 3차전, 3-0으로 리드를 잡고 있던 두산. 그러나 넥센은 7회 선발 노경은을 공략하며 동점을 만들었다. 다시 연장전에 돌입했다. 두산은 한마디로 벼랑 끝에 서 있었다. 그러나 14회 이원석의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분위기가 갑자기 180도 달라졌다. 4차전, 0-1로 뒤진 두산은 최재훈의 투런 홈런으로 역전시켰다. 니퍼트가 2이닝 마무리로 던지면서 경기를 끝냈다. 원점이었다. 심리적 우위는 두산으로 완전히 이동한 순간.

넥센은 강하게 저항했다. 3, 4차전을 잡은 두산은 5차전에서 4회 3점을 얻었다. 선발 유희관은 7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히 막았다. 흐름 상 끝난 경기였다.

하지만 넥센의 뒷심은 강렬했다. 9회 문우람과 서건창이 연속 안타를 쳤다. 두산은 니퍼트를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장민석과 이택근의 연속 삼진. 하지만 박병호가 중앙 펜스를 넘기는 중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다시 원점이었다.

두 팀 모두 처절했다. 연장 13회 두산의 타선이 폭발했다. 최준석과 오재원의 홈런이 터졌다. 넥센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두산의 분위기는 절정이었다.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LG를 3승1패로 꺾은 뒤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3승1패로 압박했다. 7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치르며 3승4패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당시 두산의 행보는 '도장깨기', '허슬두'와 같은 단어로 비유되며 찬사를 받았다. 넥센과의 처절했던 준플레이오프의 승리 덕분이었다.

올 시즌 두 팀은 또 다시 악연이었다. 페넌트레이스에서 그랬다.

너무나 치열한 3위 싸움을 펼쳤다. 144경기의 마지막 게임에서야 비로소 3위가 결정됐다. 이번에도 두산이 웃었다.

9월24일 전까지만 해도 넥센의 3위 확정은 유력해 보였다. 넥센은 9경기, 두산은 10경기가 남은 상황에서 양팀의 간격은 2.5게임 차. 양 팀의 맞대결은 없었다. 게다가 두산은 롯데와의 더블 헤더가 잡혀 있었다. 첫 경기 롯데 선발은 에이스 린드블럼이었다. 그런데 두산은 접전 끝에 롯데와의 더블헤더를 모두 잡아냈다. 넥센은 SK에 4대12로 패했다. 결국 하룻밤 사이에 양팀의 간격이 1게임으로 확 줄었다.

그러나 여전히 넥센이 유리했다. 2일 두산은 KIA전에서 1대2로 패했다. 넥센은 승리를 거뒀다.

'경우의 수'는 단 하나였다. 넥센이 남은 1경기에서 패하고, 두산의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겨야만, 두산은 3위가 될 수 있었다. 넥센은 삼성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면, 두산의 결과를 볼 필요가 없었다.

3일 KIA전에서 두산은 1회 이범호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다.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결국 10회 연장 혈투 끝에 9대7,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넥센은 0대1로 패했다. 극적으로 칼자루를 다시 두산이 잡았다. 결국 시즌 최종전에서 두산은 9대0의 대승을 거두며 3위를 확정지었다.

두산이 전력을 온전히 보전한 채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반면, 넥센은 너무나 부담스러운 와일드 카드 경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김광현과 켈리가 주축인 SK는 강한 선발진을 가지고 있었다. 1차전에서 자칫 패할 경우, 2차전은 더욱 이길 확률이 떨어졌다. 하지만, 넥센은 연장 혈투 끝에 결국 11회 연장 혈투 끝에 5대4,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11회 1점을 내준 상황에서 상대 실책으로 역전승을 했다.

다시, 칼자루는 넥센이 쥐고 있다. 이미 먼저 포스트 시즌을 치렀다. 지옥 끝에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셈이 됐다.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두산보다 분위기와 흐름, 그리고 심리적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넥센이다. 객관적 전력이나 상황은 두산이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편한 잠실에서 세 차례 경기를 한다. 부담스러운 목동에서는 두 차례 경기를 치른다. 선발진이 강한 두산 입장에서는 좋은 메리트다. 여기에 넥센은 와일드 카드 경기때문에 1선발 밴 헤켄을 1차전에서 쓸 수 없다.

하지만, 넥센은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당할 만큼 당했다. 2013년 준플레이오프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 3위 싸움에 패한 쓰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와일드카드에서 천신만고 끝에 올라온 만큼 독기가 넘칠 수밖에 없다.

두 차례 웃었던 두산은 또 다시 웃을 수 있을까. 두번이나 당했던 넥센은 이번 만큼은 되갚을 수 있을까. 악연으로 얽히고 설킨 두 팀이 정면충돌한다. 누가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쥘 지는 알 수 없다. 용호상박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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