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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선수와 SNS, 양날의 검, 접점 찾아야

박재호 기자

입력 2015-08-04 10:07

프로선수와 SNS, 양날의 검, 접점 찾아야
◇올해 롯데 마무리투수는 계속 바뀌고 있다. 지난 3일 경기중 SNS를 해 2군에 내려간 이성민. 롯데 마무리는 또 바뀐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이들은 죄다 유명인이다. 탤런트, 영화배우, 소설가, 정치인, 그리고 프로스포츠 선수 등 유명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팔로워 확보도 쉽고, 말 한마디의 파급력이 엄청나다. 일반인처럼 뭘 먹고, 뭘 입고, 뭘 샀는지를 '자랑(?)'하고 공유하는 데 그치지않고 유명인들은 여론형성까지 가능하다. 팬들은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늘 궁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로 스타가 된 이들보다 이것 때문에 곤혹을 치르는 이가 더 많다. SNS는 양날의 검이다.



지난 2일 롯데 마무리 투수 이성민이 kt전이 시작되고 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다른 이용자의 '팔로우' 신청을 받아들였다. 캡쳐 화면이 올라왔고, 그날 동점 3점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한 이성민에게 팬들은 크게 실망했다. 롯데 구단은 자체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곧바로 이성민을 2군으로 내렸다. 순위다툼의 막바지, 1승이 아쉽고, 투수 한명, 특히 믿을만한 불펜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결단을 내렸다.

중간이나 마무리 투수들은 경기가 시작되고 중반부터 불펜에서 몸을 푼다. 보통은 버스나 라커룸에서 대기한다. 물론 경기를 지켜보는 이도 있다. 권장사항이다. 상대타자들의 성향이나 어떤 볼에 반응하는 지 등을 눈여겨 보는 것이 정석이지만 하루 이틀 보는 것이 아니기에 선수들에겐 일상처럼 여겨진다. 버스나 라커룸에서 대기하는 것은 휴식의 일부다. 몸과 마음을 릴렉스시켜 잠시후 벌어질 일전을 대비하는 것이다. 이때 딴짓을 하는 것은 승리를 위해 땀흘리고 있는 동료나 코칭스태프, 이를 응원하는 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는 규정을 논하기 이전에 프로선수가 갖춰야할 기본 소양이다.

KBO는 메이저리그와 마찬가지로 경기중 전자기기 반입을 금하고 있다. 상대 사인을 훔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라커룸이나 버스 등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자칫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 오해소지가 있기에 최소한의 규제만 할 뿐이다.

인터넷과 IT, 모바일 라이프가 발전하면서 비슷한 일이 해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 보스턴의 파블로 산도발도 지난 6월 경기중 인스타그램에 접속해 비난을 받았다.

경기에 집중하지 않고 딴짓거리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선수들의 무분별한 SNS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무턱대고 공개된 정보로 인한 오해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의도치 않은 파장이다. 2010년 LG는 투수 이형종의 미니홈피 박종훈 감독 비난글, 봉중근 아내의 미니홈피 불만글로 안팎이 시끄러웠다. 2012년 두산 고창성은 KIA 나지완을 조롱해 파문을 키웠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성용이 비밀 SNS 계정으로 최강희 대표팀 감독을 비난했는데 이것이 알려지면서 사과를 하기도 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참패한 뒤 골키퍼 정성룡은 귀국 비행기 안에서 '다같이 퐈이야'를 외쳐 구설수에 올랐다. 열받은 팬심은 헤아리지 않고 경솔했다는 평가였다.

팬들과의 직접소통은 선순환 마케팅으론 최고의 전략이다. 선수들의 인간적인 면은 팬들에게 크게 어필한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선 의도치 않게 일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또 글은 대화와 다르게 미묘한 뉘앙스를 전달하지 않는다. 오해 소지가 크다. 한번의 실수가 온라인에서 돌고 도는 순간, 수십번, 수백번의 반복 실수처럼 여겨진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려지겠지만 개인이나 조직은 필수불가결한 비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승부의 세계는 더 그렇다. 구단은 필요에 따라 미디어에 '엠바고'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보다 훨씬 많은 일들은 구태여 알리지 않고, 알릴 수도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없는 프로스포츠. 그렇기에 비밀스러움에 좀더 접근하기 원하는 팬들은 선수들의 SNS를 찾게 된다.

팬 서비스와 직접 마케팅이냐, 규율과 경기집중이냐. 일장일단이 있지만 부작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전 맨유감독의 "SNS는 인생의 낭비" 발언은 세월이 쌓일수록 명언이 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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