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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vsNC, 리그 최강 라이벌이 된 이유

이원만 기자

입력 2015-07-06 07:01

수정 2015-07-0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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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vsNC, 리그 최강 라이벌이 된 이유
한화 이글스와 NC 다이노스의 2015 프로야구 경기가 21일 마산구장에서 열렸다. 6-0의 승리를 거두며 3연전을 싹쓸이한 NC 선수들이 김경문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한화는 선발투수로 7승 2패 방어율 4.55의 안영명을 내세웠다. NC에서는 3승 2패 방어율 3.88의 이태양이 선발 등판했다. 창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06.21/

'독수리 군단' 한화 이글스와 '공룡군단' NC 다이노스. 지난해까지만 해도 별다른 관계가 아니었던 두 팀 사이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마치 '필생의 적'을 만난 듯 만날 때마다 총력전과 명승부가 펼쳐진다. 불필요한 경기 외적인 갈등은 다행히 별로 없다. 오로지 맞대결 내용만으로 2015 KBO리그 최고의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해까진 한화가 밀렸다. NC가 처음 1군 리그에 들어온 2013년에는 8승8패로 팽팽했고, 2014년에는 NC가 10승6패로 앞섰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4번의 3연전 중에 3경기가 우천으로 취소 또는 노게임 선언되면서 실제로 치른 경기는 9번. 전적은 NC가 5승4패로 근소하게 앞선다. '5승4패'의 결과만 보면 그다지 새삼스러울 게 없다. 오히려 NC는 넥센 히어로즈, KIA 타이거즈와 4승4패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화 역시 넥센, 롯데를 상대로 4승5패를 기록해 NC전 상대전적과 같다.

하지만 9번의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왜 한화와 NC의 맞대결이 흥미로운지 금세 알 수 있다. 그 결과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 늘 홈팀의 '전승', 원정팀의 '전패'로 귀결됐다.

▶4월3일~5일, 창원 : NC의 선제 펀치(NC 2승&우천취소)

4월3일부터 5일까지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첫 3연전이 서막이었다. 시즌 초반 2승2패로 '5할 승률'을 맞추던 한화는 NC 원정 3연전에서 2연패를 당했다. 3일에 6대11로 대패한 뒤 4일에는 우천 취소로 하루 쉬었다. 그리고 5일 경기에서도 2대9로 크게 졌다. 한화에 닥친 시즌 첫 연패였다. 이후 한화는 좀처럼 5할 승률 고지를 회복하지 못했다. 계속 1, 2승씩 모자랐다. 그런데 흥미롭게 한화가 다시 5할 고지에 올라서게 된 계기가 바로 NC와의 리턴매치였다.

▶4월17일~19일, 대전 : 역전의 명수 한화(한화 2승&우천취소)

두 번째 3연전 맞대결은 4월17일부터 대전에서 열렸다. 17일 첫 판에서 한화는 1회부터 타선이 폭발한 끝에 10대6으로 이겼다. 그리고 18일에는 3-5로 뒤지던 7회말 NC 불펜을 두들기며 4점을 뽑은 끝에 8대6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한화는 8승8패, 승률 5할에 복귀했다. 그리고 19일 경기는 우천으로 순연됐다. 앞서 첫 3연전과 마찬가지로 1경기씩 우천 취소된 가운데 홈팀이 2경기를 모두 쓸어담은 것이다.

▶6월19일~21일, 창원 : 한화에 첫 3연패를 안긴 NC의 위용(NC 3승)

5월에는 두 팀의 맞대결이 편성되어 있지 않았다. 두 팀이 다시 만난 건 두 달이 흐른 뒤. 6월19일부터 NC 홈구장인 창원에서 3연전이 열렸다. 당시 한화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6월16일 대전 SK전 승리로 '5할 승률'에서 +6승을 만들었다가 17, 18일 SK전 연패를 당했다. 그래도 여전히 승률 마진은 +4였다.

무엇보다 당시까지 한화는 리그에서 유일하게 '3연패'를 당하지 않은 팀이었다. 반면 NC는 13일 두산전부터 17일 kt전까지 4연패를 당했다가 간신히 18일 경기에서 연패를 끊은 상황. 연패와 연승의 기복이 컸다. 그래서 한화가 이번에도 '3연패'를 피할 가능성이 커보였다.

하지만 NC의 힘은 무서웠다. 탄탄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화 타선을 봉쇄한 뒤 꼭 필요한 점수를 뽑았다. 19일에는 4대3으로 1점차 역전승을 거뒀고, 20일에는 4대1로 이겼다. 마지막 21일에는 1점도 주지 않고 6대0으로 영봉승을 따냈다. 결국 한화는 '시즌 첫 3연패'에 이어 '시즌 최다 5연패'의 불편한 기록을 세운다. 물론 '시즌 첫 3연전 스윕패'까지 떠안았다. 순위는 다시 6위로 주저앉았다. NC는 지난해처럼 넘기 어려운 벽으로 여겨졌다.

▶7월3일~5일, 대전 : 한화의 카운터 펀치(한화 2승&우천 노게임)

그런데 고개를 숙이는 듯 했던 한화가 NC를 상대로 회심의 카운터 펀치를 날린다. 시즌 네 번째 맞대결에서였다. 장소는 한화의 홈그라운드.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주말 홈3연전에서 한화는 NC를 다시 만났다. 그리고 지난번 원정 3연패를 깨끗이 되갚았다. 3일과 4일에 이틀 연속 7대6, 1점차 승리. 경기 막판까지 승패의 향방을 가늠키 어려운 접전이었다. 오죽하면 NC 김경문 감독 역시 "감독 자리에 오르고 나서 두 경기 연속 6대7 스코어 패배는 겪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워 할 정도였다.

흥미로운 것은 우천으로 노게임이 선언된 5일 경기에서도 한화가 초반 3회까지 5-0으로 앞서나가 '3연전 스윕승'을 향한 기선을 잡았다는 점이다. 물론 경기 초반 5점차는 별로 큰 차이가 아니다. 비가 안내려 경기가 계속 진행됐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 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그래도 만약 한화가 이겼다고 가정하면 '2패-2승-3패-3승'으로 NC와 팽팽한 승부 구도가 탄생될 수 있었다. 비록 5일 경기 노게임이 아쉽지만, 어쨌든 한화로서는 네 번째 맞대결에서 2승을 거두면서 NC와 어깨를 견줄 수 있게 됐다.

▶NC대 한화, 왜 신흥 라이벌됐나

그렇다면 왜 이렇게 두 팀은 만날 때마다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냈을까. 일단은 두 팀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두 팀 모두 경기 막판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승부를 펼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전력 양상은 사뭇 다르다. NC는 강력한 선발진에 나성범-테임즈-이호준으로 이어지는 막강한 중심타선, 그리고 압도적인 도루 능력으로 초반에 승부를 거는 편이다. 반면 불펜은 다소 약하다.

하지만 한화는 이와는 다르다. 선발의 힘이 6월 들어 안정되고 있지만, 초반에는 NC에 크게 밀렸다. 그리고 중심타선의 파괴력이나 선수들의 전반적인 주루 능력도 NC에 뒤진다. 그러나 박정진-권 혁-윤규진으로 이어지는 필승 불펜조의 힘은 강하다. 이렇게 서로 상반된 장점이 묘하게 어우러져 극단적 결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양팀 사령탑의 치열한 지략 대결도 라이벌 구도에 일조하고 있다. NC 김경문 감독과 한화 김성근 감독의 인연은 매우 깊다. OB 시절에는 사제 지간으로 만난 두 거목은 2000년대 중후반 각각 두산과 SK 지휘봉을 잡고 뜨거운 자존심대결을 펼쳤다. 2007~2008 한국시리즈에서 연속으로 대결을 펼쳤다. 당시 결과는 김성근 감독의 승리. 그러나 당시 두 명장이 주도한 '빠르고 끈질긴 야구'는 이후 한국 프로야구의 트렌드 자체를 바꿔놓았다.

때문에 NC와 한화의 올해 치열한 맞대결은 분명 2000년대 중후반에 이어진 두산과 SK의 라이벌전 만큼이나 흥미롭게 전개될 듯 하다. 과연 세월이 지나 각자 다른 팀의 지휘봉을 잡고 다시 만난 두 명장은 또 어떤 흥미로운 전략을 들고 나와 명승부를 이어갈까. 다음번 맞대결은 8월 18~19일, 대전에서 펼쳐진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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