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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배영수의 부활과 조인성의 철벽블로킹

이원만 기자

입력 2015-05-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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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배영수의 부활과 조인성의 철벽블로킹
2015 KBO리그 한화이글스와 SK와이번즈의 경기가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한화의 중간계투로 등판한 배영수가 SK 타선을 상대로 역투하고 있다. 대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4.25/

"그걸 다 받아주더군요. 어찌나 든든한지…"



투수와 포수의 조합을 '배터리'라고 한다. 가장 이상적인 '배터리'는 서로에 대해 단단한 믿음을 지닐 때 탄생한다. 내가 던지는 어떤 공도 다 잘 받아줄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내가 원하는 어떤 코스의 공이라도 정확히 던져줄 것이라는 믿음. 그런게 단단히 묶일 때 최고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마치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나온 배영수와 조인성의 조합처럼.

배영수는 2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한화 이적 후 최고의 피칭을 했다. 6회까지 1안타 무실점. 7회초 1사 후 2안타를 맞고 무실점 상태에서 내려왔는데, 후속 불펜이 배영수의 자책 주자 2명을 홈에 불러들여 실점이 생겼다. 어쨌든 이날 기록은 6⅓이닝 3안타 7삼진 1볼넷 2실점. 승리를 따내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은 호투다. 실로 오랜만에 과거 삼성 라이온즈시절 '영원한 에이스'로 불렸던 배영수의 진면목이 발휘된 경기였다.

2015시즌 들어서 가장 좋은 모습이었던 건 자명하다. 배영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5경기(2선발)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평균자책점이 무려 12.10이나 됐다. 성적만 봐서는 2군에 가야할 수준이었다. 그러나 2일 롯데전은 달랐다. 매우 쉽고 편하게 타자들을 농락했다.

사실 이 경기에 걸린 의미는 매우 컸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배영수의 등판을 앞두고 "큰 고비가 될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배영수가 이번 등판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제구력 회복을 위한 특단의 조치까지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배영수는 이 고비를 스스로의 힘으로 넘겼다.

과연 이런 변화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배영수는 경기 후 "많은 것을 버리니, 새로운 것을 얻었다"고 했다. 철학자의 말 같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간 배영수의 고민이 담겨있다. 새 팀에서 잘 해야 한다는 욕심, 직구 구속과 변화구 구사에 대한 고민들. 그간 배영수가 마운드 위에서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게 방해한 요인들이었다. 배영수는 "최근 며칠간은 감독님의 배려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보냈다. 불펜 피칭때도 코치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혼자서만 던졌다. 그런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버릴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오히려 새로운 집중력이 생기더라. 서클체인지업을 버리고 포크볼을 택한 것도 큰 소득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구종의 변화는 배영수의 호투를 기술적으로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에서 포수 조인성의 진가가 드러난다.

배영수는 이날 총 86개의 공을 던졌다. 그 중 포크볼을 24개나 던졌다. 무려 28%나 된다. 직구 다음으로 가장 많이 던진 구종이다. 이날의 결정구였다. 삼진 7개 중 5개의 위닝샷이 바로 포크볼이었다. 게다가 이날 배영수가 잡아낸 22개의 아웃카운트를 보면 더 흥미로운 점이 있다. 7개를 삼진으로 잡았고, 14개는 땅볼 아웃이었다. 뜬공 아웃은 겨우 1개 뿐.

배영수가 적극적으로 드롭성 변화구를 던져 타자의 땅볼이나 헛스윙을 유도했다는 걸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포크볼이나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애용했다는 뜻. 실제로 슬라이더(19개)와 포크볼을 합치면 정확히 이날 투구수의 50%가 된다.

이런 변화구 구사를 할 수 있던 가장 큰 배경이 바로 조인성의 힘이다. 배영수는 "맞지 않으려고 원바운드 성의 공을 일부러 더 많이 던졌다. 대부분 그런 궤적으로 공이 갔다. 그런데, 와! 그걸 다 잡아주시더라. 감탄하면서도 든든했다"고 말했다. 매 경기 고질적으로 나왔던 폭투는 이날 단 한 개도 없었다. 포구를 바로 못해도 조인성은 몸으로 막아 공을 앞쪽에 툭 떨어트렸다. 그런 모습이 배영수에게 힘을 실어주는 장면이다.

결국 배영수가 모처럼 마음놓고 호투할 수있던 배경에는 조인성의 막강한 블로킹 능력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조합이 2일 경기의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대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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