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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롯데 '1승 욕심내다 시즌 통째로 날립니다' [김 용의 돌직구]

김용 기자

입력 2015-04-24 09:54

수정 2015-04-24 14:15

To.롯데 '1승 욕심내다 시즌 통째로 날립니다'
1일 잠실구장에서 KBO리그 LG와 롯데의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LG 임정우와 롯데 이상화가 선발 맞대결을 펼친다. 경기 전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롯데 이종운 감독.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4.01

끝내기 승리로 환호하는 상대를 본 것만 벌써 4번째...



20경기를 했다. 그 중 절반 10번 이가고 10번 졌다. 시각 차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시즌 개막 전 큰 기대가 없었던 롯데 자이언츠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시즌 출발이다.

그런데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가 많다. 롯데는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또다시 9회 동점 만루포에 이어 통한의 밀어내기 사구를 허용하며 끝내기 역전패를 당했다. 10번 패배 중 벌써 4번이 끝내기 패배다. 이 4경기를 잡았다고 치면 14승6패, 삼성 라이온즈와 선두 경쟁을 벌이는 팀이 된다.

잘 나가던 한 팀이 단 한 번의 충격적인 끝내기 패배로 팀 분위기가 망가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롯데만 해도 2012년 9월 광주에서 강영식이 프로 첫 타석에 들어선 황정립에게 드라마같은 동점 홈런을 맞고 대역전패를 당한 후유증으로 순위가 쭉쭉 떨어져 가을야구를 포기해야 할 위기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패배가 벌써 4번이라니 롯데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자체가 용하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 흐름에서 대처를 잘 하지 못하면 정말 나락으로 추락할 수 있는 분위기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끝내기패가 이어진다는 것은 결국 불펜이 형편없다는 뜻이다. 결국 불펜 정비를 해야한다는 소리다.

롯데는 시즌 전 선발 두 자리가 구멍나 걱정을 샀다. 반면, 불펜은 상대적으로 튼튼하다고들 했다. 그런데 상황이 역전됐다. 선발은 리그 최강급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활약과 구성이다. 오히려 믿었던 불펜이 흔들리고 있다. 일단, 마무리 김승회가 흔들리는게 가장 큰 충격이다. 마무리가 흔들리자 밑에 투수들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다.

불펜 부진의 여러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선수들 책임이 크다. 어떤 작전이든, 어떤 상황이든 일단 투수가 공을 잘 못던지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 된다. 시즌 전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했든, 마운드에서 집중력이 부족하든 일단 일차적 책임은 선수에게 있다.

하지만 덕아웃의 이차적 책임도 매우 커보인다. 선수가 50%의 힘밖에 쓸 수 없는 상황인 걸 간파했다면, 그 힘을 어떻게 사용하는게 최선책인지는 감독과 코치들이 판단해야 할 문제다. 만약, 선수가 100%로 던질 수 있는데 태업을 한다고 50%로 던지는 것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그렇지 않고 투수는 자신의 능력 하에 최선을 다하는데 자꾸 꼬이는 경기가 나온다면 이는 덕아웃에서 책임을 져야하는게 맞다. 그게 야구다. 롯데 불펜은 전체적으로 나이가 많다. 김성배 정재훈 이명우 이정민 김승회 등 핵심들이 30대를 훌쩍 넘었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 소화한 이닝수가 많고 부상들도 있었다. 여기에 정대현 강영식 두 베테랑도 없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 요소다.

이종운 감독의 불펜 운용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프로 경험이 부족한 신임 감독이다. 더군다나 염종석 투수코치 역시 1군 메인 코치 경험이 부족하다. 시즌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발전하는 모습이 없다면 팬들은 이를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김승회가 흔들리며 불펜 체제가 완전히 무녀졌다는 점. 선수들의 역할 분담이 없어졌다. 상황에 맞는 선수 기용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되면 임시로 깨진 항아리를 메우고, 이 때문에 다른쪽 누수가 생기면 또 맞지 않는 조각으로 그곳을 막는 느낌이다. 김승회만 봐도 그렇다. 마무리로 안되겠다는 진단이 세상에 내려졌고, 실제로 7, 8회 투입하는 일이 잦아졌었다. 그런데 KIA전 갑작스럽게 다시 마무리로 투입됐다. 선수는 소위 말해 마운드에 오르면서 '멘붕'이 왔을 것이다. 안그래도 심리적으로 위축된 선수가 또다시 큰 압박을 받고 경기에 투입되니 제대로 된 공을 던질 수가 없다. 불펜 마당쇠 역할을 하고 있는 홍성민의 경우도 처음 선발 보직을 받았다 개막 후 갑자기 불펜에 자리를 잡게 됐다. 불펜에서조차 이 자리, 저 자리를 왔다갔다 하고 있다. 선수가 심리적으로 경기를 준비하기 힘들다.

투수를 너무 잘게 잘라쓰는 것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필승조, 추격조, 마무리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이닝 소화를 맡기는게 가장 이상적. 하지만 좌-우 놀이에 너무 집착하다 보면 경기 막판 투입할 투수가 없어진다. 예를 들어 좌완 심규범이 7회 선두 좌타자를 잘 처리했다. 그러면 심규범에게 다음타자를 맡기고 7회 전체를 맡기는 식으로 불펜 운용이 돼야하는데 심규범은 오로지 좌타자 1명만 상대하고 교체가 된다. 그렇게 7회 2명의 투수를 쓰고 8회 김성배가 흔들린다고 치자. 앞에 투수를 의미없이 써버리니 이 때를 대비할 투수가 없는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불펜진의 확실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다시 불펜진이 자리를 잡고 안정을 찾는다면 롯데는 반등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무너지면 시즌 초반이지만 남은 시즌 먹구름이 걷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불펜 운용은 당장 치르는 1경기를 이기고자 하는 욕심에 나오는 운용법이다. 현장에서는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1경기를 잡으려다 1시즌을 통째로 날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시즌 초반 1~2경기 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불펜 재정비를 확실히 해야한다. 그러면 향후 10경기 승리로 보장받을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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