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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 '유격수 윤석민'을 만드는 이유

이명노 기자

입력 2015-01-26 11:29

수정 2015-01-2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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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염경엽 감독, '유격수 윤석민'을 만드는 이유
넥센 히어로즈가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에서 스프링캠프 전지훈련을 펼쳤다. 넥센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전술 훈련을 하고 있다. 염경엽 감독이 직접 그라운드에 나서 윤석민에게 전술을 설명하고 있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5.01.26

"유격수는 일단 석민이한테 기회를 줄 겁니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의 생각은 단호했다. 강정호가 떠난 유격수 자리에 대한 고민은 길지 않았다. 또한 스프링캠프를 통한 경쟁도 없다. 스프링캠프에 들어가기 전 주전과 백업멤버를 미리 구분하는 염 감독 특유의 스타일에 따라, 주전 유격수가 윤석민(30)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전제조건은 있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윤석민이 유격수가 가능하다는 기준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민이 기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자리는 백업인 김하성에게 돌아갈 것이다.

윤석민은 야구를 시작하고 단 한 번도 유격수를 본 적이 없다. 학창시절에도 뛴 적이 없다. 생소한 포지션, 그것도 내야에서 수비 부담이 가장 크다는 유격수다. 하지만 넥센은 강정호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입단으로 새로운 유격수를 찾아야 했다. 이렇게 프로 12년차, 만년 유망주 윤석민에게 기회가 왔다.

윤석민은 프로 입단 후 제대로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했다. 2012년 두산 베어스에서 109경기에 나선 게 유일한 100경기 이상 출전이다. 1루수로 주로 뛴 당시에도 확실한 주전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뛴 넥센에서 곧바로 기회가 왔다.

염경엽 감독이 윤석민에게 기회를 주기로 마음 먹은 것은 팀을 위한 희생 때문이었다. 윤석민은 지난 시즌 박병호와 김민성의 체력안배를 위해 경기 막판 1루 혹은 3루로 투입되는 일이 많았다. 이미 승부가 갈린 상황도 많았다. 염 감독은 이에 대한 보상을 주기로 했다. 윤석민에게 주전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염 감독은 윤석민이 가진 재능을 살리고 싶다. 1루와 3루에서 보여준 모습만 보면, 오히려 빠른 타구보다는 느린 타구에 강한 모습이었다. 풋워크가 괜찮았다. 강습타구가 많은 양 코너보다는 유격수 위치에서 뛰면, 좀더 나을 것으로 봤다.

대신 유격수로 뛰기엔 윤석민의 몸이 다소 무겁다고 봤다. 체중을 줄이도록 지시했다. 윤석민은 이미 평소보다 3㎏ 정도 감량한 상태다. 남은 스프링캠프 기간 동안 현재 93㎏인 몸무게를 88㎏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염 감독은 1루수나 3루수 윤석민 보다는 '유격수 윤석민'이 보다 높은 가치를 갖는다고 했다. 현재 가진 장타력이 거포가 즐비한 1루나 3루보다는 유격수 자리에서 더욱 빛날 것이란 생각. 즉 강정호와 같은 효과를 바라는 것이었다.

물론 당장 높은 기대치를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염 감독은 "강정호가 1년만에 강정호가 된 게 아니다. 어떤 윤석민이 될 지 지켜봐야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윤석민도 스프링캠프에서 유격수 변신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코치들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준비중이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함께 훈련중인 전임 유격수 강정호도 선배인 그에게 "유격수는 남들보다 경기 때 많이 움직이는 자리니, 평소에 맥주 한 캔도 마시지 마라"는 농담 섞인 조언을 건넸다.

윤석민은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다고 했으니, 부담감 보다는 책임감으로 캠프에 임하고 있다. 야구를 하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포지션이라 남다른 캠프가 될 것 같다"며 "주전이 정해진 건 아니다. 개막전 때 유격수로 나가는 게 1차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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