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처럼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경기. 그런데 소프트뱅크의 4번 타자 이대호(32)와 한신 타이거즈 마무리 오승환(32)은 크게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이대호는 1차전을 앞두고 "일본은 정규시즌의 우승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고, 오승환은 "재팬시리즈는 한국시리즈보다 압박감이 적다"고 했다. 왜 그럴까.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정규시즌 1위 팀이 재팬시리즈에서 지더라도 센트럴리그나 퍼시픽리그의 우승팀으로 남는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퍼시픽리그 시즌 마지막 경기인 10월 2일, 2위 오릭스 버팔로스를 꺾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클라이맥스시리즈(CS) 파이널스테이지에서도 고전끝에 승리했다. 힘들게 재팬시리즈에 올라서인지 소프트뱅크 선수들은 "그 때 보다 힘든 경기는 없다"고 말한다. 재팬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이나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이 열린 한신의 고시엔구장. 한신이 먼저 1승을 해서 그런지 이날 한신 팬들은 경기 초반엔 응원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순간에 야구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0-1으로 한신이 뒤지고 있던 4회초 1사에서 이대호가 한신의 선발투수 노미 아쓰시(35)의 초구 가운데 슬라이더를 때려 좌측 방향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아주 예쁜 큰 포물선을 그린 이대호의 타구를 본 4만5259명의 관중은 한동안 소리를 내지 못했다. 좌측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솔로 홈런이었다. 외야 관중석 43개의 블록중 3블록에만 모인 소수 정예의 소프트뱅크 팬들만 함성을 지를 뿐, 고시엔구장은 조용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