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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칼럼]이대호의 한방이 재팬시리즈를 긴장시키다

권인하 기자

입력 2014-10-27 13:03

수정 2014-10-28 06:50

이대호의 한방이 재팬시리즈를 긴장시키다
한신 타이거즈와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재팬시리즈가 열린 고시엔구장. 사진제공=무로이 마사야

일본 프로야구 올해의 최고 팀을 결정하는 재팬시리즈가 25일 시작됐다.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한신 타이거즈의 맞대결이다.



한국시리즈처럼 긴장감이 클 수밖에 없는 경기. 그런데 소프트뱅크의 4번 타자 이대호(32)와 한신 타이거즈 마무리 오승환(32)은 크게 긴장감을 느끼지 않는 듯 했다. 이대호는 1차전을 앞두고 "일본은 정규시즌의 우승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고, 오승환은 "재팬시리즈는 한국시리즈보다 압박감이 적다"고 했다. 왜 그럴까.

일본의 경우 한국과 달리 정규시즌 1위 팀이 재팬시리즈에서 지더라도 센트럴리그나 퍼시픽리그의 우승팀으로 남는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퍼시픽리그 시즌 마지막 경기인 10월 2일, 2위 오릭스 버팔로스를 꺾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클라이맥스시리즈(CS) 파이널스테이지에서도 고전끝에 승리했다. 힘들게 재팬시리즈에 올라서인지 소프트뱅크 선수들은 "그 때 보다 힘든 경기는 없다"고 말한다. 재팬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이나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신은 센트럴리그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CS에서 3위 히로시마 카프와 1위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5연승(1무 포함)을 거두고 재팬시리즈에 올랐다. 어느 때보다 좋은 분위기다. 이 때문인지 재팬시리즈에 대한 압박감이 보이지 않았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이 열린 한신의 고시엔구장. 한신이 먼저 1승을 해서 그런지 이날 한신 팬들은 경기 초반엔 응원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 순간에 야구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0-1으로 한신이 뒤지고 있던 4회초 1사에서 이대호가 한신의 선발투수 노미 아쓰시(35)의 초구 가운데 슬라이더를 때려 좌측 방향으로 큰 타구를 날렸다. 아주 예쁜 큰 포물선을 그린 이대호의 타구를 본 4만5259명의 관중은 한동안 소리를 내지 못했다. 좌측 담장을 넘어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솔로 홈런이었다. 외야 관중석 43개의 블록중 3블록에만 모인 소수 정예의 소프트뱅크 팬들만 함성을 지를 뿐, 고시엔구장은 조용해졌다.

이대호의 홈런으로 소프트뱅크가 2-0로 앞서자 그 때까지 열띤 응원을 하던 한신 팬들은 선수들을 질책하기 시작했다. 이대호의 홈런 한방이 야구장을 살벌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경기는 접전 끝에 소프트뱅크가 2대1로 승리했다. 1승1패의 균형을 맞췄고 3차전은 소프트뱅크의 홈구장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다. 이대호와 오승환은 재팬시리즈를 앞두고는 한 목소리로 "시리즈가 빨리 끝나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2차전이 끝난 뒤 이대호는 "이렇게 야구가 쉽지 않네요. 이번 시리즈는 7차전까지 이어질 것 같아요"라며 접전을 예상했다.

2차전 경기 후반 고시엔구장에는 비가 내렸다. 경기후에는 천둥과 번개가 쳤다. 가슴이 떨리는 가을의 밤. 이대호의 한 방이 재팬시리즈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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