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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승 실패 류현진, '4일 휴식' 문제 풀어야한다

이원만 기자

입력 2014-04-2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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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승 실패 류현진, '4일 휴식' 문제 풀어야한다
LA 다저스 류현진이 10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홈경기를 덕아웃에서 지켜봤다. 이날 훈련에서 불펜피칭을 소화한 류현진은 오는 12일 애리조나 원정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로스엔젤레스(미국 캘리포니아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4.04.10/

'코리안 몬스터'가 에너지를 완전 충전하는데 역시 '4일'은 부족한 것일까.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의 류현진(27)이 시즌 4승 도전에 실패했다. 경기 후반 팀 타선이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어준 덕분에 패전을 간신히 면했다. 류현진은 23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 선발등판해 6이닝 9안타 2볼넷 3삼진을 기록하고 2실점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고, 패전도 기록하지 않았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그만큼 류현진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뜻이다.

▶여전했던 4일 휴식의 후유증

올시즌 류현진은 지난해에 비해 구위나 경기 운영능력 등에서 확실히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의 약점이었던 원정경기 부진도 털어냈고, 부상으로 빠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5경기에 나와 3승1패,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원정경기에서만 3승을 따냈고, 26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막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홈에서는 부진했다. 지난 5일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2이닝 8피안타 3볼넷 8실점(6자책)을 기록했다. 올해 첫 패배를 여기서 떠안았다.

이 경기의 부진 이유에 대해 가장 설득력을 얻은 의견이 '4일 휴식'의 후유증이었다. 홈구장 부담감이 부진의 원인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지난해 류현진은 홈구장에서 오히려 더 힘을 냈다. 게다가 단 한 번의 부진이 홈구장 탓일 수는 없다. 그보다는 '4일 휴식 후 등판'이 류현진의 컨디션을 떨어트렸다고 보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실제로 류현진은 지난해에도 4일 휴식 후 경기에 나섰을 때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14경기에 선발로 나와 5승4패에 평균자책점 3.26을 기록했다. 반면 5일 휴식 후 등판한 9경기에서는 7승1패에 2.12의 평균자책점을 마크했다. 확연한 차이가 나타난다.

이런 패턴이 올해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듯 하다. '원정 징크스'는 완전히 극복했지만, 아직 '4일 휴식 징크스'는 극복해나가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투구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1회를 공 9개로 삼자범퇴 처리했는데, 이날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2회부터는 공의 제구가 미묘하게 벗어나며 매 이닝 안타를 허용했다. 특히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바로 전 경기인 18일 샌프란시스코전과 비교해 1~2마일 정도 덜 나왔다. 또 결정구로 던진 슬라이더나 서클체인지업도 변화각이 예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류현진은 2점을 내줬다. 하지만, 특유의 노련한 위기관리능력이 발휘되지 않았더라면 5점 이상을 내줬어도 이상할 것 없는 경기였다.

▶투수에게 맞으면 경기는 꼬인다

이날 류현진이 고전한 이유는 이처럼 짧은 4일 휴식으로 인해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과 변화구의 제구력이 모두 이전 경기에 비해 떨어졌다.

그런데 또 한가지 필라델피아전에서 류현진이 어렵게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던 이유가 있다. 바로 상대 9번 타자로 나선 선발 투수 A.J.버넷을 효율적으로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류현진은 이날 버넷에게 무려 3개의 안타를 허용했다. 버넷이 한 경기에서 3안타를 친 것은 메이저리그 15년 경력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상당히 희귀한 상황이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내셔널리그에서는 투수가 9번 타순에 들어선다. 대부분은 '쉬어가는 타순'이라고 할 수 있다. 투수들의 타격 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데다 부상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타격을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상대 투수의 입장에서는 9번 타순은 쉽게 아웃카운트를 하나 추가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런 상대에게 안타를 허용하면 경기 운영이 매우 어려워진다. 일단 투수에게 안타를 맞은 투수는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되고 흔들린다. 특히나 멀티 히트를 내주게 될 경우는 이런 심리적 동요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전술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9번 타자가 안타로 출루하면 곧바로 상위타선으로 연계가 된다. 투수에게는 까다로운 상대가 연이어 나오는 상황이다. 결국 류현진이 이날 5회초에 첫 실점을 한 상황도 이렇게 만들어졌다. 선두타자로 나온 버넷이 좌전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열었고, 이어 1번 타자 벤 르비어가 우전안타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2번 지미 롤린스가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으나 3번 말론 버드가 좌전 적시 2루타로 2루 주자 버넷을 홈에 불러들인 것이다. 류현진은 이후 1사 2, 3루에서 상대 4번 라이언 하워드에게 희생플라이로 1점을 더 내줬다.

결과적으로 이 실점은 버넷의 안타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 역시 따지고 보면 4일 휴식의 여파다. 그로 인해 변화구의 제구력이 완전치 않자 다소 편한 상대인 버넷에게 밋밋한 직구를 던졌다가 안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류현진은 '4일 휴식 후 등판'의 딜레마를 해결해야만 한다. 그리고 투수에게는 당연히 안타를 내주면 안된다. 두 번째 숙제는 첫 번째 숙제인 '4일 휴식 후 등판'의 딜레마를 극복하면 자연적으로 풀릴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또 다른 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LA 다저스는 연장 10회 접전끝에 2대3으로 패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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