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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이의 가깝고도 먼 한일야구]긴장감 없는 대표팀,성숙하기 위한 과도기?

민창기 기자

입력 2013-03-04 13:49

수정 2013-03-05 06:36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가 열리고 있는 대만에 와 있다. 필자는 2006년과 2009년 WBC, 2007년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예선,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최근 주요 국제대회 마다 한국 야구대표팀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말할 것도 없이 일본팀이 아니라 순수히 한국팀과 한국야구를 취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돌이켜보면 이전 대표팀과 현재 대표팀에는 확실한 차이가 한가지 있다. 한마디로 이번 대표팀에는 '긴장감'이 없어 보인다. 여기서 먼저 분명히 하고 넘어갈 것이 있다. '긴장감 부족'은 나쁜 의미로 하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역설적인 의미로 한국야구 성장의 증거라고 말하고 싶다.

2006년 WBC 선수단에는 강한 리더십을 가진 이종범을 비롯해 7명의 메이저리거가 포진해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김동주가 1루에서 시도한 헤드퍼스트슬라이딩 등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왔다. 2007년 베이징올림픽 예선 때는 타석에서 이대호 고영민 등이 몸쪽 공을 피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대표팀에 약간의 변화가 나타난 것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팀워크와 하모니를 강조하며, 강한 리더 없이 팀을 이끌었다. 당시 대표팀에 리더가 없었지만 그땐 다른 긴장감이 흘렀다. 병역특례라는 동기부여다.

이번 WBC를 앞두고 일본의 야구관계자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자주 들었다. "이번에는 병역특례가 없으니 한국 선수들이 예전보다 열심히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2009년 2회 대회 때도 병역특례가 없었는데, 아직도 한국대표팀 선전의 원동력을 병역특례로 보는 일본인이 많다.

강력한 리더와 동기부여의 부족. 그것이 이번 한국팀의 약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한국야구가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기간으로 피할 수 없는 시기인 것 같다.

베이징올림픽 때 일본 대표팀의 주장을 맡았던 미야모토 신야는 대회 직후에 "한국은 병역특례 때문에 잘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동기부여가 없다. 그러나 뭔가를 받기 위해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야구를 위해 야구를 하는 게 일본의 좋은 점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적을 따지기 이전에 적어도 야구인으로서는 성숙한 사고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한국대표팀에는 예전에 있었던 '뭔가를 위해 하는 야구'가 아니라, 그저 야구 자체가 목적일 뿐인 '성숙한 야구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이것이 이번 한국대표팀에서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 이유인 것 같다.

류중일 감독의 스타일도 그렇다. 지난주 오키나와에서 전지훈련 중인 삼성 코치들에게 류 감독이 리더로서 어떤 유형인지를 물어본 적이 있다. 코치들은 "담당 코치를 믿어 주십니다. 코치가 고민해서 2가지 제안을 하면 코치가 원하는 쪽을 선택하십니다"라고 했다. 과거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리더가 끌고가는 대로 성장해 온 한국야구지만 이제는 말그대로 성숙한 야구로 가는 과도기에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한국의 2라운드 진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2라운드에 진출하면 성숙한 팀의 모습으로 새로운 시대를 시작할 수 있다. 반대로 실패할 경우 리더십에 의존하는 과거의 한국야구 스타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야구는 지금 분기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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