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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섭, 그가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이유

김용 기자

입력 2011-08-07 13:27

손아섭, 그가 1루까지 전력질주하는 이유


올시즌 타율 3할3푼에 10홈런 101안타 54타점 9도루(6일 현재)를 기록하며 롯데의 3번 타자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고 있는 손아섭. 뛰어난 성적도 성적이지만 롯데팬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악바리' 근성이 묻어나는 허슬플레이. 땅볼을 치고도 그 어느 선수보다 열심히 1루로 뛴다. 부상 위험이 있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것도 다반사다. "부상의 위험이 있는 것은 나도 안다. 하지만 나에게는 한 타석, 한 타석이 너무 소중하다. 그래서 그 기회를 꼭 살려내고 싶다"고 말하는 손아섭. 그가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가장이다

손아섭은 1988년에 부산에서 태어났다. 우리 나이로 24세. 프로선수지만 아직은 어린 나이다. 하지만 손아섭은 네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다. 아버지 손홍수씨(57)와 어머니 이나금씨(54)는 집에서 손아섭을 뒷바라지 하고 계시고, 형 손우성씨(27)는 부산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가족 모두의 생계를 챙길 수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손아섭은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 장사를 하시며 나와 형을 키우셨다. 그러다 내가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하시던 장사가 갑자기 힘들어지며 형편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울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식을 야구선수로 키우려면 금전적인 부담이 많이 것이 사실이다. 손아섭은 "중학교(개성중), 고등학교(부산고) 때는 어려운 형편 때문에 야구부 회비를 면제 받고 운동했다"며 힘든 시절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럴수록 다른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운동했다"고 했다.

손아섭은 손광민이라는 이름으로 2007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 29순위로 롯데에 지명됐다. 어렵게 밟은 꿈의 프로무대. 하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았다. 타격 재능은 인정받았지만 빈약한 수비력 때문에 1군에 이름을 올리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손아섭에게는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무기가 있었다. 바로 어린 시절부터 키워온 근성이었다. 2008년부터 롯데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이런 손아섭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렇게 2008년 80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3리를 기록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손아섭은 지난해 121경기에 출전, 3할6리 11홈런 47타점을 기록하며 롯데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잡았다.

손아섭의 올시즌 연봉은 8000만원. 손아섭은 "8000만원도 나에게는 정말 큰 액수다. 하지만 더 많은 연봉을 받아 어렵게 나를 키워주신 부모님을 호강시켜드리는게 소원"이라는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현재 손아섭의 가족은 부산 해운대에 손아섭이 마련한 전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손아섭은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이제 우리 식구가 함께 살 아파트를 장만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밝게 웃었다.

▶나를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

손아섭은 지난달 29일 휴식시간에 청룡기 고교야구 대회 관련 기사를 읽고 있었다. 안타깝게 모교인 부산고가 진흥고에 패했다는 기사를 읽고 있던 손아섭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의 MVP였던 진흥고 외야수 조민성이 "손아섭과 같은 외야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기 때문이었다.

손아섭은 "기사를 읽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했다"며 당시의 감정을 전했다. 이어 "나도 어린 시절 롯데의 선배님들을 보며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보고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너무 감사했고 행복했다"며 "조민성 선수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만약 만나게 된다면 꼭 따뜻한 격려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는 야구선수 뿐 아니라 다른 종목 선수들도 손아섭의 투지넘치는 플레이를 배우고 싶다고 한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손아섭은 "부산체고에 재학중인 조원우(17)라는 요트(윈드서핑)선수가 있다. 지난달 크로아티아에서 열린 세계 청소년 요트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금메달을 딴 훌륭한 선수"라고 운을 뗀 그는 "그 선수가 부산에 살다보니 롯데의 팬인데 한 인터뷰에서 '종목을 떠나 손아섭 선수같은 운동선수가 되고싶다. 투지 넘치는 모습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더라.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소속이자 U-20 대표 출신의 유망주 고무열에게도 "손아섭의 근성을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손아섭은 "나의 모습을 이렇게 좋게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내가 그라운드에서 한 순간이라도 나태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프로야구 선수로 그라운드에 서는 마지막까지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손아섭이 되겠다"는 약속을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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