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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이탈No" 조송화에 장단 맞췄던 IBK, 그땐 몰랐다. '말꼬리'가 잡힐줄 [SC초점]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2-12 16:45

수정 2021-12-1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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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이탈No" 조송화에 장단 맞췄던 IBK, 그땐 몰랐다. '말꼬리'가…
상벌위가 열리는 회의실로 향하는 조송화. 상암동=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1.12.10/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무단 이탈이 아니다. (조송화)선수의 몸이 아프다."



'조송화 무단 이탈'에 대한 IBK기업은행 측의 첫 답변이다. 이때만 해도 서남원 전 감독보다는 조송화와 김사니 전 감독대행의 손을 들어줬던 구단. 훗날 돌이킬 수 없는 파탄도, 잔여연봉을 두고 벌어질 법적 다툼도 예상치 못한 판단이었다.

조송화는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국에서 열린 상벌위원회 현장에 직접 나타났다. 당초 법무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전할 것이라던 예상을 깼다. 상벌위원회에 선수가 직접 출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조송화 측 대리인인 조인선 법무법인YK 변호사는 "팀을 나간 적 없다. 무단 이탈하지 않았다. 선수의 몸이 아픈 상황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구단에서 설명한 대로"라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상벌위에서 벌어진 논쟁의 핵심은 오로지 조송화의 무단 이탈 여부였다. 사령탑과의 갈등이나 지시 불이행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기업은행 측은 '조송화가 무단 이탈을 해 선수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는 선수 측에 있다'는 내용의 주장을 폈다.

애초에 기업은행 구단 내부의 일이다. 연맹이 나서기엔 근거가 너무 부족했다. 결국 연맹은 '수사기관이 아닌 우리는 파악하기 어렵다'며 두 손을 들었다. 향후 양측이 법정 다툼을 벌일 경우, 그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는 말만 덧붙였다.

조송화도, 기업은행도 모순에 빠져있다. 조송화 측은 시종일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후 인터뷰에 임한 기업은행 측의 가라앉은 태도와는 대조적이었다.

조송화의 대리인은 '기업은행 구단이 거짓말(조송화 무단이탈)을 했다고 말하는 거냐'라는 물음에 "구단 얘기는 구단에 물어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조송화의 2차례 이탈의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구단이 얘기한 대로 몸이 아파서였다"고 답했다. 언론의 취재에 따른 구단의 상반된 입장 중 유리한 쪽을 취사선택한 뒤 다시 이를 근거로 취재진에 호통을 친 모양새. 스스로 초래한 모순이다.

다만 '선수로 뛰는 것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관적이었다.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조송화가 유일하게 입을 연 순간이 바로 '선수 복귀 의사가 있나'라는 질문에 "네. 있습니다"라고 답한 것. 자신은 선수로 뛰고 싶으나, 구단 측이 복귀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팀을 나가는 순간 '감독을 만났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조선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당시 조송화는 "배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일방적으로 전했을 뿐, 사령탑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두번째 이탈인 16일에는 감독과 얼굴조차 마주치지 않았다.

첫 무단 이탈 보도 때만 해도 구단은 조송화를 품고자 했다. 조송화 측은 "이동수단을 구단이 제공했다"며 이를 '무단 이탈이 아니다'라는 근거로 쓰고 있다.

하지만 이후 기업은행은 김사니 전 감독대행이 악수 거부를 당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조송화와 함께 갈 의사가 없다"며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가 조송화 측의 '말꼬리 잡기'에 당한 모습이다. 애초에 선수와 감독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도리어 감독을 천대했던 구단의 갈팡질팡한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업은행이 잔여 연봉을 모두 지불하거나, 조송화 측이 모두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양측의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고 법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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