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뉴스

"더 울어라, 젊은 인생" 24세 에이스 다잡아준 '깐부'들 [의정부히어로]

김영록 기자

입력 2021-11-04 13:43

수정 2021-11-04 14:51

more
"더 울어라, 젊은 인생" 24세 에이스 다잡아준 '깐부'들
KB손해보험 김정호 의정부=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11. 03/

[의정부=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더 울어라,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노라조 '형')."



지난 시즌 경기당 평균 13.7득점을 올렸다. 주포 케이타의 뒤를 받치는 묵직한 한방이었다.

하지만 올시즌 첫 3경기에선 경기당 평균 5.3득점에 그쳤다. 급기야 사령탑은 "몇경기 쉬면서 리듬을 다시 찾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김정호(KB손해보험 스타즈) 얘기다. 김정호는 3일 대한항공 점보스전에서 13득점을 올리며 모처럼 제 기량을 뽐냈다. 케이타(31득점)의 뒤를 받치며 KB손보가 3연패를 탈출하고 디펜딩챔피언 대한항공을 꺾는데 톡톡히 공을 세웠다.

경기 후 만난 김정호는 "팀에 도움이 안된다 생각하니 많이 얽매였던 것 같다. 코트에서 작아지는 느낌이 들고, 주변 시선도 부담스러웠다. 생각이 많았다. 내년이면 군대갈 나이도 되고, FA도 다가오고…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조급했다"며 힘들었던 속내를 고백했다.

이어 "속상한 일이 있을 땐 여자친구한테 위로를 많이 받고, 노래 들으면서 걷다보면 생각이 비워지더라"면서 노라조의 노래 '형'의 후렴구 가사를 언급했다. 그는 "모두의 격려 덕분에 힘이 났다"고 덧붙였다.

"케이타와 (리베로)정민수 형이 '네가 흔들리면 우리 팀이 진다. 우린 한 팀 아니냐. 도와줄테니 믿고 뛰어보자' 그런 얘길 해줬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내가 뭘 해야할지, 어떤걸 채워야할지 알았다."

함께 인터뷰에 임한 케이타는 "김정호는 나와 우리팀에겐 정말 중요한 선수다. 많이 힘들어하길래 도와주고 싶었다"면서 "(김)정호 형이 1순위 레프트다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했다"고 거들었다.

'호칭이 정호형이냐'라는 질문에 케이타는 눈웃음과 함께 "'오징어게임'으로 말하자면 '깐부'"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이어 "트리플크라운 상금을 김정호, 홍상혁 선수와 나누고 싶은데, 내가 밥을 사려고 하면 형들이 먼저 카드를 내민다. 심지어 혼날 때도 있다.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케이타는 경기 중에는 힘과 흥이 넘치지만, 인터뷰 때는 20세답지 않은 진중함이 인상적인 선수다. 그는 "난 지는게 너무 싫다. 3연패는 너무 가슴아픈 일"이라며 "김정호도 그렇고, 황택의와도 '서로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되자'는 약속을 했다. 덕분에 잘 풀린 것 같다"고 강조했다.

후인정 감독은 "수비는 홍상혁이 좀더 해주고, 김정호는 공격에 전념해줬음 좋겠다"면서 "작년 우리팀은 사실상 케이타 빼면 공격할 선수가 김정호 밖에 없었다. 올해는 홍상혁도 도와줄 수 있으니까, 김정호가 오늘처럼만 해주면 좋다"고 강조했다. 김정호는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화답했다.

의정부=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