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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FA 최대어' 이소영-강소휘 속내는? "찾는 사람 많아…지금을 즐길래요"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4-04 14:49

수정 2021-04-0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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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최대어' 이소영-강소휘 속내는? "찾는 사람 많아…지금을 즐길래요…
2020-2021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 차상현 감독과 이소영, 강소휘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평=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4.01/

[청평=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이)소영이나 (강)소휘가 상대 팀에서 뛴다고 생각하면 어휴…내가 여자배구를 떠나야 하나?"



여자배구 역사상 첫 트레블(단일시즌 KOVO컵-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우승)의 기쁨도 잠시, 스토브리그에 임하는 GS칼텍스 Kixx의 가슴은 너무나 무겁다.

GS칼텍스는 올봄 간판 스타 이소영과 강소휘를 비롯해 베테랑 센터 한수지 김유리, 리베로 한다혜까지 무려 5명이 FA가 됐다. 자칫하면 이번 우승이 '라스트 댄스'가 될지도 모른다.

차상현 감독은 속이 탄다. 차 감독은 "오랫동안 주력 선수 변화 없이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여기까지 올라왔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에겐 진짜 딸 못지 않은 '내 새끼'들이다.

"요 며칠 자면서도 FA 생각을 했다. 소영이랑 (한)다혜는 신인 때부터, 소휘는 2년차 때부터 나와 함께 하며 성장해왔다. 이 녀석들이 떠날 수도 있다고 상상만 해도 우울하다. 물론 현실이 되면 적응하겠지만, 마음이 참 별로다."

올시즌 팀의 주장으로서 우승을 이끌고,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거머쥔 이소영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휴대폰을 꺼두겠다"고 답해 좌중을 웃긴 바 있다. 지금 선수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요즘 인터뷰 다니느라 바빠 휴대폰을 잘 챙겨보지 못하는데, 찾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당분간 비행기 모드로 해놓을까 싶다(이소영)."

"전화 많이 오는데, 일단 안 받고 있다. 지금 이 기분을 즐기겠다(강소휘)."

두 선수의 놀리는 듯 농반진반의 대답에 차 감독은 "어우 갑자기 땀이 난다. 담배 생각난다"며 껄껄 웃었다. 말뿐이 아닌듯,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을 꺼내선 벌컥벌컥 들이켰다.

이들이 꼽은 올시즌 가장 인상적인 경기는 각각 달랐다. 이소영은 '김유리의 눈물 인터뷰'가 있었던 5라운드 흥국생명 전을 떠올렸다. '완전체 흥국생명'을 꺾은 경기라서다. 강소휘는 5세트 10대14를 따라잡은 2라운드 KGC인삼공사 전을 떠올리며 "기적이었다"고 되뇌었다. 차상현 감독은 '패패승승승'으로 역전승을 거둔 6라운드 현대건설 전을 꼽으며 "그 경기 졌으면 정규시즌 1위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플레이오프를 지켜본 감상을 물으니, 세 사람 모두 "김연경이 독하게 마음 먹은 게 보였다. 부상 투혼이 대단했다"고 입을 모았다. 챔프전 역시 승리가 확정될 때까지 '이겼다는 확신이 없었다'는 속내도 덧붙였다.

차 감독은 수석코치로 이선구 감독을 도와 GS칼텍스의 2013~14시즌 챔프전 우승을 함께 했다. 하지만 직접 사령탑으로 일궈낸 우승은 느낌이 다르기 마련. 부임 첫시즌 5위로 시작해 4-3-2-1위까지 한 계단씩 차근차근 올라섰다. 한땀한땀 빚어낸 선수단으로 영원히 남을 '사상 최초' 기록을 수립했다.

"선수들의 성장을 통해 영광스런 결과를 얻었다. 이번 시즌 3대0 승리는 있지만, 0대3 패배는 한 번도 없다는게 내 자부심이다. 팀이 매년 조금씩 더 탄탄해진 덕분이다.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간 경기도 선수들이 잘 버텨내더라. 대견하고 뿌듯했다."

긴 기다림 끝에 여자배구 패권을 거머쥔 GS칼텍스다. 이소영과 강소휘는 서로에게 다정하게 감사를 전했다.

"난 내 갈 길을 갔을 뿐인데, 잘 따라와준 동료들이 고맙다. 오랫동안 꿈꿨던 우승을 소휘와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다(이소영)."

"어린 선수가 많은 팀인데 소영 언니가 잘 이끌어줘서 고맙고, 언니가 MVP 받은 것도 기쁘다. 감독님도 감독상 받으셨으면 좋겠다(강소휘)."

차 감독은 "'우승하고 싶다', '소영이가 MVP 받았으면 좋겠다' 했던 소망들이 올해 다 이뤄졌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우리가 조금씩 여자배구 판을 바꿔왔다고 생각한다. 경기 준비를 어떻게 하고, 팬들을 어떻게 대할지 참 많은 고민을 했다"면서도 "지금 그리고 있는 또다른 그림이 있는데, 어찌될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속내도 숨기지 못했다.

청평=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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