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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이소영-강소휘가 원하는 GS칼텍스 우승 선물은?…차상현 감독 "안돼!"

김영록 기자

입력 2021-04-04 14:22

수정 2021-04-05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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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강소휘가 원하는 GS칼텍스 우승 선물은?…차상현 감독 "안돼!"
GS칼텍스 차상현 감독과 이소영, 강소휘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청평=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청평=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왜 우린 아무도 시상대에 못 올라갈까'라며 푸념하던 시절도, 봄배구가 소원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차곡차곡 쌓아올린 팀워크로 일을 냈다. GS칼텍스 Kixx는 올시즌 여자배구 역사상 첫 트레블(KOVO컵-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단일 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경기도 청평의 GS칼텍스 훈련장에서 차상현 감독과 '우승의 주역' 이소영-강소휘를 만났다. 우승 직후부터 방송 출연으로 바쁜 이소영은 산뜻한 세미 정장, 강소휘는 깔끔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색깔을 딱 맞추면서도 서로의 개성을 살린 모습이 돋보였다. 베이지색 상의에 편안한 차림의 차상현 감독과도 잘 어울렸다.

예년 같은 성대한 우승 축하는 없었다. 선수단끼리 샴페인을 터뜨리고, 구단주가 훈련장을 방문해 간단한 축사를 전하는데 그쳤다. 이어 오는 6일부터 짧은 휴가가 시작된다.

강소휘는 챔프전 3차전 막판 발목 부상을 당해 경기는 물론 우승 세리머니에도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 때문인지 "우승한 날 밤에 시합하는 꿈을 꿨어요. 눈을 딱 떴을 때 '아침 먹고 훈련 가야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우승했더라고요. 맘껏 잤죠"라며 못내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숙소에 나란히 놓인 3개의 우승 트로피는 찬란히 빛났다. 차 감독으로선 팀을 맡은지 5년만에 누린 감격. 그는 "배구사에 영원히 남을 '최초' 기록을 세웠다는게 가장 뿌듯하네요"라며 웃었다. 이소영은 2년차 시절인 2013~14시즌 이후 7년만, 강소휘는 데뷔 첫 우승이다.

우승 후 첫 주말까진 컨디션 관리를 겸해 선수단 전원이 숙소에 머물렀다. 이날 한수지 한다혜 한수진 등의 선수들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전념했다.

반면 이소영과 강소휘는 시즌이 끝난 기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아쉬움이 더 컸다. 두 사람은 '밖으로 놀러가고 싶다. 감독님과의 거리는 멀수록 좋다'고 입을 모았다. GS칼텍스 훈련장은 산속에 있다. 창밖으로 상쾌한 호수뷰가 돋보이지만, 도심과의 거리는 멀다.

차 감독은 배구 내적으론 '타노스'보다 더 무섭다는 게 선수들의 공통적인 평. 대신 일상 속에선 'GS여고'의 담임선생님처럼 활발한 분위기에 잘 녹아든다. 잘 웃고, 어린 선수들과도 유쾌하게 어울린다. '절친'은 단연 김유리다.

"(김)유리가 나한테 장난을 잘 쳐요. 이 현도 만만치 않죠. 권민지도 상당히 '똘끼'있는 캐릭터라고 하던데(차상현)."

"(권)민지가 진짜죠. 전에 경기 끝나고 하루 외박이 주어졌는데, 그날 민지가 좀 잘했거든요. 감독님께 전화해서 '오늘 저 잘했죠? 저희 3박 주세요!' 해서 기어이 받아냈어요(강소휘)."

"감독님 얼굴 좀 보세요. 팔짱 끼고 어두운 표정 지으면 당연히 무섭죠. 대신 연습이 잘된 날은 원하는 거 다 들어줘요(이소영)."

마침 김유리와 권민지, 문명화 등 선수들이 인터뷰 현장에 고개를 내밀었다. 김유리는 "넌 또 왜 왔어?"라는 차 감독의 말에 "뭘 왜야, 구경하러 왔지. 에잇, 얘들아 가자!"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다만 차 감독의 배구 철학 자체는 '올드스쿨'에 가깝다. 시즌 중엔 진한 화장도, 화려한 머리 염색도 금지다. 선수들이 외모를 꾸미기보단 경기에 집중하길 원하기 때문. 귀걸이도 2년전 봄배구 진출 때 어렵게 허락했다.

팀내 패션리더는 안혜진과 김채원이다. 이소영과 강소휘도 많이 꾸미는 편은 아니지만, 귀걸이는 최소한의 장신구라는 입장. 차 감독은 "전에 김사니가 경기 도중 공에 맞아 귀가 찢어진 걸 본 뒤로 금지시켰던 것"이라며 "귀걸이 허락하면 (구멍을)귓불에 하나 뚫을 줄 알았지, 귀 위쪽까지 몇 개를 뚫는걸 보고 깜짝 놀랐죠"라며 혀를 내둘렀다. GS칼텍스 선수들은 혹시라도 귀걸이를 다시 금지당할까봐 귀를 다치지 않게 보호구를 끼운채 경기에 임한다.

"우승했는데 이번엔 뭐 해줄 거에요? 타투 허락해주나? 성형은 어때요?(강소휘)"

"안 돼!(목걸이 어떠냐는 말에)너무 보기 싫던데…하더라도 헐렁하지 않게(차상현)."

"저도 목걸이 원합니다! 뾰족한 거 말고 동그란 거라도(이소영)."

차 감독은 "(이)소영이 주장의 책임감을 이겨내줘서 고맙네요. 그에 걸맞는 보상(우승, 챔프전 MVP)을 받아서 다행"이라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강소휘에게도 "컨디션이 올라올만하면 부상이 겹쳐서 정말 힘든 시즌이었는데, 고생이 많았죠. 더 성장할 기회가 됐을 거예요"라며 아버지마냥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청평=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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