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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엘리트스포츠 그리고 스포츠과학의 미래

전영지 기자

입력 2021-12-21 17:37

수정 2021-12-21 17:38

대한민국 엘리트스포츠 그리고 스포츠과학의 미래


"대한민국 엘리트스포츠의 미래, 스포츠과학 발전에 달렸다."



한국체육학회가 21일 오후 1시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체대 합동강의실에서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과학 발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민국 스포츠과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린 올해 마지막 심포지엄은 유병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 김도균 한국체육학회장, 남윤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에 걸친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김도균 체육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우리나라는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종합 14위, 패럴림픽에서 41위를 했다. 과연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 정책이 이대로 좋은지 올해를 보내면서 함께 되짚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취지를 소개했다. 유병채 문체부 국장은 축사를 통해 정부 차원의 의지를 전했다. "스포츠과학은 국가 경쟁력과 궤를 같이 한다. 우리나라가 1인당 GDP 3만달러의 경제력을 갖춘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스포츠 문화 역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제대회,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과를 거둬왔지만 이제 스포츠과학의 뒷받침 없이는 강국의 위상을 유지할 수 없다. 이에 정부도 스포츠과학 집중 육성을 위한 종합적 계획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자로 김기진 계명대 교수가 나섰다. 김 교수는 1960년대 한국 스포츠과학의 태동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엘리트 스포츠 지원의 역사를 소상히 되짚은 후 "1명의 우수선수를 위한 다양한 전문가의 집약적 지원체제" "4차 산업, 5차 산업 시대를 위한 스포츠과학의 발전적 모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가장 큰 관심을 끈 두 번째 발제, 구키도메 다케시 일본 국립 하이퍼포먼스 스포츠센터(High Performance Sport Center·HPSC)장 겸 일본스포츠과학원(JISS) 원장이 화상으로 연결됐다. 구키도메 센터장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15위에 머물렀던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세계 3위에 오르고, 2016년 리우패럴림픽에서 세계 64위에 그쳤던 일본이 도쿄패럴림픽에서 세계 11위로 급성장한 이유로 스포츠과학의 체계적 지원을 꼽았다. 구키도메 센터장은 "일본은 2016년부터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 대비한 '스즈키 플랜'을 가동, 엘리트 스포츠 발전을 위한 중장기 계획을 재정비했다"면서 "HPSC를 설립, 이를 통해 선수 데이터를 확보하고, 스포츠과학 연구 및 지원, 국가대표선수촌(National Training Center) 시설을 대폭 강화해 엘리트 선수들을 집중지원했다"고 설명했다. "JISS, 선수촌은 물론 일본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 일본체육회는 물론 스포츠, 건강, 복지 담당 각 정부 부처와 종목협회의 유기적 협업을 통해 한마음 한뜻으로 엘리트 선수들에 대한 통합적 지원을 이어왔다"고 했다.

이어 박재현 한체대 교수가 '대한민국 엘리트 스포츠과학의 정책 방향'을 제언했다. 박 교수는 61개종목을 스포츠과학원 19명의 연구원이 지원하는 시스템, 인력난을 지적한 후. "1명의 연구원이 여러 종목을 담당하는 현 체제가 아닌 한 종목에 생리, 역학, 심리 등 전문분야 연구원들이 한꺼번에 붙는 방식"을 제언했다. 박 교수는 또 "2009~2015년 체육인재육성재단이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체육영재 발굴 프로그램의 부활 및 고도화"도 함께 제안했다.

발제에 이어진 패널 토론엔 메달리스트들이 직접 나섰다. 선수의 눈으로 바라본 스포츠과학을 이야기했다. '장애인 육상 레전드' 홍석만 대한장애인체육회 전문지도위원은 스포츠과학의 발전이 장애인들의 '삶의 질'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스포츠 휠체어 기술의 발전은 일상생활에도 적용된다. 카본 소재의 가벼운 휠체어, 경기에 쓰이는 시트 폼은 욕창을 방지하는 쿠션으로도 활용된다. 스포츠과학은 단순히 엘리트 경기력 향상뿐 아니라 장애인의 삶을 향상시킨다"고 주장했다.

'펜싱 레전드' 남현희 석정스포츠단 감독은 펜싱코리아를 이끈 스포츠과학의 힘을 언급했다. "한국 펜싱의 비약적 발전은 정진욱 당시 스포츠정책과학원 박사님이 주신 '무브먼트 펜싱' 프로그램 영향이 크다"고 했다. "펜싱 스텝을 현대무용과 섞어하는 훈련을 통해 스텝을 자유자재로 갖고 놀 수 있게 됐고, 덕분에 유럽 톱랭커들을 압도하는 '한국형 발펜싱'으로 세계를 제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1년의 끝자락,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아쉬움 뒤로 엘리트체육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길이 끝난 곳에서 다시 길이 시작된다. 한체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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