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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꿈★지켜달라" '차기정부에 바란다'학교체육포럼 온-오프라인 뜨거운 반향[학교체육포럼 지상중계]

전영지 기자

입력 2021-12-12 14:37

수정 2021-12-1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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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꿈★지켜달라" '차기정부에 바란다'학교체육포럼 온-오프라인 뜨…


"학교체육진흥, 차기정부에 바란다."



10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한체대 합동강의실에서 2021 학교체육진흥포럼(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회 주관, 문화체육관광부-교육부-국민체육진흥공단 후원)이 열렸다.

이날 포럼은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학교체육진흥, 차기정부에 바란다'는 타이틀을 달았다. 특히 최근 '학생선수 주중 대회, 훈련 참가 허용일수 제한' 논란이 뜨거운 쟁점이 된 가운데 현장에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IOC위원)은 물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 임오경 의원(더불어민주당), 배현진 의원, 김예지 의원(이상 국민의힘),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남윤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장, 김도균 한국체육학회장, 신대철 한국올림픽성화회장, 한민규 한체대 대학원장, 강민아 문체부 체육진흥과장 등 체육계,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반영했다. 또 현장 지도자, 선수 등 체육인 100여 명도 줌(zoom)에 접속, 실시간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등 분위기는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다.

▶차기정부에 제안하는 '학교체육의 새 길'

이기흥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현재 우리 학교체육은 지속적인 운동부 해체, 학생선수 감소에 이어 코로나19 세계적 확산이라는 악재까지 덮쳐 일반학생의 체육활동마저 심각하게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한 후 "그 어느 때보다 학교체육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때 이번 포럼을 통해 학교체육이 새롭게 나아갈 길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세우고 차기정부에 좋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뜻깊은 토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김택천 대한체육회 학교체육위원장 역시 환영사를 통해 "차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학생선수 대회 출전 제한 이슈, 지도자 처우 및 일자리 문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고 개선방안과 지향점을 차기정부에 제안하는 자리"라고 포럼의 의미를 설명했다.

황 희 문체부 장관은 영상 축사를 통해 "학교체육이 바로 서야 건강한 전문체육과 생활체육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면서 "문체부는 우리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라나길 바란다. 학교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은 "미국, 일본, 캐나다, 러시아 등은 전체 학생의 50%가 학교에서 주3회 이상 체육활동에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이 비율이 20% 미만이다. 전체 학생의 14%가 학교 밖에선 전혀 운동을 하지 않는데 이는 OECD 평균의 2배"라고 심각성을 수치로 짚었다. "문체부, 대한체육회와 긴밀히 협의해 학생들이 마음껏 학교에서 스포츠로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가꿀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현장을 함께한 문체위 소속 여야 국회의원들은 '학생선수 주중 출전, 훈련 제한' 문제에 대해 큰 관심과 함께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6월 문체부 산하 스포츠혁신위원회는 학생선수들의 주중 대회 참가에 대해 학습권 침해 행위로 규정했고, 교육부는 혁신위 권고에 따라 내년부터 학생선수의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를 초등학교 0일, 중학교 10일, 고등학교 20일로 축소할 방침이다. '우생순 핸드볼 영웅' 출신 임오경 의원은 "도쿄올림픽에서 가장 돋보인 건 Z세대의 반란이었다. 양궁 김제덕 선수의 '코리아 파이팅!'을 잊지 못한다"면서 "그럼에도 Z세대 체육의 근간이 붕괴되고 있다. 경기도에선 지난 4년간 연평균 50개씩 학교운동부가 사라졌다. 나무가 잘 자라도록 정성을 들여 가꿔야 하는데 가꿀 '꿈나무'가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꿈나무에 정성을 쏟지 않으면 전문체육 생태계는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대회 허용일수마저 대폭 축소할 예정으로 학생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배현진 의원 역시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공부하면서 체육하면서, 특출난 재능을 나타내는 아이들을 전문체육인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대한민국이 바라는 전인교육의 목표이자 진실한 국위선양의 방향"이라면서 "스포츠혁신위가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한 전인적 인권을 생각해 만든 권고안에 현장 지도자, 학생선수, 학부모, 일반학생까지 난감해지는 상황이 뜻밖에 벌어졌다. 내년 1월 시행 전에 체육의 현실을 제대로 들어주시고 현장의 목소리를 따라달라"고 요청했다. "탁상행정, 탁상입법이 돼서는 안된다. 저 역시 문체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예지 의원은 체육계 현장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짚어냈다. "혁신위 권고안에 따라 모든 대회를 주말과 방학에만 진행해야 하는데 학생선수의 휴식권 보장이 안된다. 부상 확률도 높아진다. 주중에는 학업과 훈련을 병행하고, 주말에는 대회에 참가하면서 언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라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권역별 대회의 경우 축구처럼 저변이 넓고 인프라가 갖춰진 종목은 괜찮지만 비인기종목들은 주말마다 상당한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생활체육인들도 많아 시설 확보도 어렵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직시했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가장 덥고 추운 때 일반학생들은 쉬는데 학생선수들은 가장 덥고 추운 때 대회를 하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발상이다. 국제대회도 주말, 방학에만 참가하라는 건데 국제대회를 우리나라 주말, 방학에 맞춰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진정한 학습권과 휴식권, 학생선수들의 인권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체육시간도, 학생선수들의 꿈도 지켜주세요"

이날 포럼은 조남기 숙명여대 교수의 사회에 따라 4개의 주제로 진행됐다. 천항욱 배명고 교사가 '국민행복의 첫걸음, 학교체육 회복으로'라는 주제로 첫 발제에 나섰다. 20년간 학교 현장에서 체육교사로 일해온 천 교사의 발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는 대한민국 헌법 34조 1항으로 시작됐다. 중고생 10명 중 3명은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픔이나 절망감을 느낀다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는 OECD 주요국가중 꼴찌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고 10대 자살률은 2017년 4.9명, 2018년 5.8명, 2019년 5.9명으로 증가일로라는 통계를 인용했다. 주당 150분의 고등학교 체육수업 권장시간을 채우는 학교는 4곳 중 1곳에 불과하며 운동부족 학생비율이 94.2% 세계 최고인 현실을 직시하며 천 교사는 차기 정부에 "현행법규상 확보된 체육수업시수 그대로 학생들이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정책 수립, 여러 층위의 학생스포츠대회 개최, 스포츠문화 입문을 위한 학교체육시설 확충, 학생스포츠선수를 위한 별도의 교육과정 개설"을 요구했다. "스포츠선수들까지 잔인하기 그지 없는 입시의 굴레에 가두려는 정책"을 비판하면서 "자신이 선택한 스포츠를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안목, 기능,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스포츠 중심 교육과정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천 교사는 "체육수업의 비정상적 운영과 방치는 지난 정부들의 심각한 직무유기"라면서 "입시제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체육수업의 회복을 시작으로 교육개혁의 원년을 시작하길 바란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김미옥 한체대 교수가 '학교체육 시설의 진단과 미래발전 방향'을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김 교수는 '체육시설 없이는 스포츠도 없다'는 명제에 입각, 학생들이 마음껏 운동을 즐길 운동장, 체육활동 공간 부족 문제를 냉철하게 짚었다. "한일 중학생 600명 기준 학교 운동장 면적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1인당 7.0㎡, 일본은 1인당 12.0㎡로 한국은 일본의 58.3% 수준이며, 서울시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교의 27.5% 3개중 1개가 규정에 미달한다"고 밝혔다.김 교수는 "체육시설 없이 학교체육 없다"는 기본적 문제를 적시했다. "코로나로 인한 신체활동의 감소, 인권친화적 학교운동부 운영,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모두 충분한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현할 수 없음에도 학교체육시설에 대한 정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2015년 기준 학교체육시설이 전체 체육시설의 60%로 수영장은 80.6%, 체육관은 75.3%로 주요시설의 대부분을 학교시설이 차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체육교과,학교스포츠클럽, 학교운동부가 쓰기에도 충분치 못하고, 한정된 공간을 나눠쓰다 보니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제도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설립 운영규정 제5조3항 '체육장을 두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을 삭제해 더 이상 운동장이나 체육관이 없는 학교는 만들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학교체육시설의 수요, 공급을 모니터링하고 그에 맞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학생들이 시설에 만족하는지 학교 스포츠클럽, 운동부 활동에 적정한지에 대한 총괄적 진단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학교체육을 위한 한정된 공간을 생활체육, 지역사회와 공유하려면, 시설의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다양한 시설을 조성하고 공간을 새로이 설계해야 함"도 더불어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집에 대한 관심은 대단히 높다. 삶을 지탱해주는 공간이 집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학교는 집이다. 이 공간을 통해 아이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 아이들에게 좋은 집을 만들어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이 중요한 일을 차기 정부에서 꼭 해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안국희 부명고 교사가 '거꾸로 가는 학교체육, 지도자는 어디에 있나'라는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탁구선수 출신으로 대한탁구협회 여성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안 교사는 지도자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도자 처우 개선이 단순히 '금전적 보상'이라는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책무성에 대한 정당한 보수와 함께 지도자의 권위를 세워주는 사회 분위기를 통해 지도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현실적 정책"을 요구했다. 안 교사는 스포츠 강사 및 지도자의 무기직 전환 이슈와 관련 "1년 단위로 계약을 맺는 스포츠강사, 지도자들은 '현대판 노예'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면서 "불안정한 신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부 예산이 아닌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 "체육교육을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의 필요성, '거버넌스'의 일원화" 등을 제안했다. 안 교사는 데일 카네기의 '발전이 있을 때마다 칭찬하라'는 데일 카네기의 명언으로 발표를 마무리했다. "지도자에 대한 기사 80~90%는 불미스러운 사건, 사고다. 학생, 선수들을 가르치는 우리 지도자들의 자존감을 끌어올려줄 때다.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현장에서 대한민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좋은 지도자들을 발굴해 칭찬하는 시간들도 다가오길 기대한다"고 했다.

▶학생선수들의 꿈을 지켜주는 정책

마지막으로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가 '제도권 밖으로 내몰려 보호받지 못하는 학생선수, 교육부가 바라는 것인가'를 주제로 발제했다. 최근 체육계의 핫이슈인 '학생선수 주중 대회, 훈련 참가 허용일수 제한' 정책을 다뤘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안무가 질리언 린의 이야기로 입을 열었다. "어린 시절 주의력이 산만하고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린을 부모가 병원에 데리고 갔다. 의사가 자리를 비우고 음악을 틀자 린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사는 말했다. '린은 아픈 게 아니라, 타고난 댄서입니다'." 김 기자는 "린에게 약물 처방을 내렸다면 어떻게 됐을까. 세계 최고의 안무가는 평범하고 불행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났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 기자는 교육부의 학생선수 주중 출전 제한과 관련해 "학교 밖으로 내모는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골프협회에 등록된 고교선수 837명 중 264명이 방송통신고에 다니고 있으며 '탁구신동' 신유빈은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중학교를 졸업한 후 실업팀에 입단했다"고 소개한 후 "지금 학교가, 우리 교육이 이 아이들의 꿈을 다 담아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20~30년 후 어떤 세상을 살아갈지도 모를 아이들에게 이런 식의 획일적인 교육을 강요하는 것이 맞을까. 예전엔 학교가 사회보다 앞섰다면 지금은 사회가 학교보다 앞선 세상"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김 기자는 "학습권, 운동권보다 '자아실현 욕구'라는 용어를 쓰고 싶다. 공부하는 아이도, 운동하는 아이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 된다"면서 미래 사회의 생존법으로 음악, 미술, 체육 교육을 강조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미래 일자리의 절반 이상을 기계가 차지한다. 우리 아이들은 사람이 아닌 기계와 경쟁해야 한다. 기계와 지식 경쟁에선 이길 수 없다. 기계가 못하는 걸 가르쳐줘야 한다. 음악, 체육, 미술이 더 중요하다. 팀워크, 상상력, 독립적 사고를 가르쳐야 한다. 과거에는 100명의 학생을 같은 방법으로 교육했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100명의 아이들에게 120가지 교육 방법이 필요하다."

김 기자는 "'직업선수가 안되면 인생 끝이다. 그러니 공부해야 한다'고 한다. 중요한 이야기다. 거기서 더 이야기하고 싶다. 직업선수가 안됐을 때 일할 수 있는 진로와 시장을 키워달라"고 요청했다. "스타가 있어야 한다. 손흥민 박찬호 류현진 골프선수 김연경이 있어서 그 종목이 커지고 일자리가 커진다. BTS 중 일부는 중학교 때부터 합숙했다. 지금 이 아이들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이들에게 공부 안했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K-팝, e스포츠 모두 마찬가지"라며 꿈과 재능을 키우는 다양한 스펙트럼, 맞춤형 교육을 거듭 강조했다.

2시간 넘게 뜨거웠던 포럼은 온·오프라인을 오간 질의 응답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온라인상의 100여 명의 체육인들이 시종일관 함께 했다. 이기흥 회장도, 임오경, 김예지 의원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대선 정국 주요 아젠다로 급부상한 학교체육의 핫이슈에 체육계, 정치계의 관심이 비상하다. 학교체육은 '지금, 여기' 우리 아이들의 문제이자 대한민국 스포츠의 미래요, 희망이기 때문이다. 한체대=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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